라이신은 세실리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할 로드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를 데리고 곧바로 공간 이동을 시도하려 했으나, 세실리에의 맹렬한 저주를 막아내느라 지금은 마력이 제대로 모이지 않았다.몸속 깊은 곳에서 에너지를 겨우 쥐어짜 내 할 로드를 깨우는 데 온 힘을 쏟아붓자, 마침내 그가 미세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파르르 떨리며 뻗어나간 잔여 마력이 그의 차갑게 식어가는 뺨에 스며들자, 굳게 닫혀 있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할 로드, 정신 차려 봐. 너라도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면, 제발, 레이나 공녀님을 데리고 나가 줘." "······아, 머리가 왜 이리 어지럽지. ······라이신? 너, 무사한 거야?"가까스로 의식을 차린 할 로드는 가물거리는 눈을 비비며 라이신에게 시선을 맞추었다."응, 무사해. 할 로드 덕분이야. 배 속의 아이도, 나도 전부 무사해." "······하아,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혹시 이모님은······?" "날 해치려 하셨지만, 저주가 반사되어 도리어 그 해를 입고 쓰러지셨어."할 로드는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세실리에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손등으로 눈가를 툭 문질러 닦아냈다.한때는 혈육이자 스승이었던 여인의 처참한 몰락을 눈에 담는 그의 얼굴에 지독한 허무함과 씁쓸함이 교차했다."사필귀정이지. ······여기서 당분간 쉬시게 두자. 미궁의 기운으로 서서히 치유되실 거야."지금까지 사투를 벌인 일을 말해야 하나 했지만, 라이신은 입을 다물었다.잠시 두 사람 사이에 묵직한 정적이 흘렀다.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라이신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을 건넸다."할 로드, 혹시 지금 마력을 끌어올릴 수 있겠어?"할 로드는 손끝에 마력을 모으기 위해 집중했다. 그러나 깊은 침식에서 막 깨어난 탓인지 손끝의 연기는 피어나다 꺼지기를 되풀이할 뿐이었다."이상하네. 방금 깨어나서 그런지 마력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아."라이신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며 손으로 위쪽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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