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아르는 가슴 한구석에 얹힌 듯한 기분 나쁜 잔상을 떨쳐내지 못한 채, 결국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내일부터는 실종된 선대 대공, 카이우스 키요르 폰 캔돔을 추적하기 위한 기사단의 대규모 정찰이 시작된다. 군 수장으로서 기사단을 격려하고 전략을 점검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었으나, 바아르는 마치 영혼의 한 조각을 어디론가 흘리고 온 듯한 기묘한 이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시선은 저도 모르게 정원을 가로질러 하인 숙소로 향하는 라이신의 뒷모습에 박혔다. 보지 않으려 다짐할수록,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처럼 눈동자는 그 가냘픈 선을 집요하게 쫓았다.“바아르, 왜 그래? 넋이라도 나간 표정인데.”“아무것도 아니다.”“저 아이 보고 있었구나?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니까. 저 반듯하고 우아한 걸음걸이 좀 봐. 일개 하인치고는 지나치게 절도가 넘치지 않아?”길 소르도의 찬사에 바아르는 부정하지 못한 채 턱 끝을 느릿하게 매만졌다. 멀어져 가는 라이신의 움직임은 투박한 하인의 그것이 아니었다. 등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지면을 밟는 그 걸음은, 오랜 훈련으로 단련된 고결한 기사의 기개마저 느껴질 만큼 당당했다.여태껏 단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았던 하찮은 존재였다. 그러나 최근 '매 맞는 아이'로 제 앞에 불려 왔을 때부터, 그녀가 풍기는 기운은 낯설면서도 지독하게 익숙했다. 마치 잊고 있었던 본능을 일깨우는 날카로운 자극처럼.“거봐, 너도 눈길을 못 거두잖아. 저 하인, 정말 내 취향이야. 바아르, 나 주면 안 돼? 아니면 혹시··· 네가 이미 ‘다른 의미’로 점찍어둔 건가?”“길, 죽음의 신 하데스와 독대하고 싶은 모양이지? 농담이 지나치군.”“야! 너야말로 무슨 농담을 그렇게 살벌하게 해? 내가 없으면 네 발작은 누가 잠재우고, 하데스 문턱에서 누가 널 끌어오는데! 하인 하나 가지고 인색하게 굴기는···. 주기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될 거 아냐.”바아르는 자신의 심장을 간지럽히는 것인지, 아니면 차갑게 긴장시키는 것인지 알 수
Last Updated : 2026-04-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