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신의 식사 예법은 단순히 우아한 수준을 넘어, 제국 사교계의 정점에 서 있는 어느 영주나 부인보다도 정갈하고 기품이 넘쳤다. 바아르는 그 이질적인 광경을 지켜보며 생경한 당혹감에 휩싸였다. 도대체 하인의 몸에 어떻게 이런 몸짓이 밸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그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라이신이 무심결에 뱉은 기묘한 한마디였다.“이번 생애? 처음?”바아르의 날카로운 추궁에 라이신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하게 흔들렸다. 아차 하는 표정이 스치더니, 이내 당황한 기색을 지우려 애써 장황하고도 어설픈 부연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하하! 아, 네! 그러니까 제 말은······ 평생 통틀어 처음이라는 소리죠! 물론 아주 가끔, 고기가 든 감자 수프 같은 건 주방 하녀 아주머니들이 남았다고 나눠주실 때가 있었거든요. 그럴 때 어깨너머로 식재료 구경도 좀 해보고······.”바아르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팔짱을 낀 채, 설명을 더 해보라는 듯 턱끝으로 고갯짓을 보냈다.“그래? 고작 어깨너머로 본 게 다라고?” “그럼요! 주방 구경을 워낙 자주 다니다 보니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정도는 빛깔만 봐도 척하면 척이죠. 다 하녀분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라이신이 식은땀을 닦으며 해맑게 웃어 보이자, 바아르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넘겨짚었다. 하긴, 무거운 식자재를 옮기는 건 대개 하인들의 몫이니 눈썰미가 좋은 녀석이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터였다.다시 식사를 이어가는 라이신을 보며 바아르는 묘한 궁금증이 일었다. 싹싹한 성격으로 하녀들과도 잘 지내고,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총명함까지.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구심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바아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위에 놓여있던 묵직한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그리고는 마치 시험이
Last Updated : 2026-05-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