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창가의 햇살이 자비 없이 쏟아져 길 소르도의 얼굴을 적셨다. 인상을 찌푸리며 비몽사몽 잠을 청하던 그를 깨운 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앙칼진 목소리였다.“어머, 길 소르도 공작 각하. 설마 여기서 주무신 거예요? 정말 무례하시군요.”길 소르도는 천천히 눈을 떠 제 앞에 선 금발의 숙녀를 바라보았다. “아······ 미하엘 공녀.”부드러운 햇살을 머금은 미하엘의 머리카락은 황금빛으로 산란했고, 호수 같은 파란 눈동자는 화려한 드레스와 어우러져 눈이 시릴 만큼 반짝였다. 길 소르도는 찌근거리는 관자를 짚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는 이미 정돈되어 있었고, 그 주인이던 바아르의 자취는 어디에도 없었다.“수십 개나 되는 귀빈실을 놔두고 왜 굳이 오라버니 방 소파에서 자고 계시는 거예요?”한심하다는 듯 팔짱을 끼고 노려보는 미하엘을 향해, 길 소르도는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아침부터 미모를 갱신한 나의 아리따운 레이디가 잠을 깨워주니, 이거 영광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됐어요, 말 돌리지 마세요. 제발 체통 좀 지켜주세요.”미하엘이 어제의 폭풍 같은 밤을 전혀 모르는 눈치이자, 길 소르도는 차라리 잘되었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캔돔 가문은 제국 황위 계승권을 갖고 있고 바아르의 서열도 무려 3위다. 대공의 약점이 밖으로 새 나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능청스럽게 말을 맞췄다.“내가 여기 딱 붙어 있어야 그대의 고집불통 오라버니를 악몽에서 건져 올릴 것 아닙니까? 나 아니면 누가 저 괴물을 감당하겠어요.”길 소르도의 달변에 미하엘은 금세 안쓰러운 눈으로 그가 누웠던 소파를 훑었다. 이불도 없이 망토 하나에 의지해 밤을 지샌 흔적을 보니 마음이 약해진 모양이었다.“우리 오라버니가 뭐 몸이 안 좋으신 건 사실이라 챙겨주시는 건 고맙지만······ 지체 높으신 분이 이 꼴로 주무시다니, 아랫사람들 보기 민망하네요. 얼른 준비하고 응접실로 오세요. 생일 파티하셔야죠.”미하엘은 붉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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