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서! 어딜 도망가나!”바아르는 기민하게 반응하며 창가로 몸을 날렸다.“새도우!”그의 부름이 떨어지기 무섭게, 짙게 깔린 그림자 속에서 한 형체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바아르를 그림자처럼 수호하던 기사는 망설임 없이 2층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대공저의 화려한 정원등조차 닿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대기를 찢는 바람 소리만이 도망자의 자취를 쫓았다. 새도우는 허공을 향해 네 개의 표창을 날렸고, 그중 하나가 둔탁하게 박히는 파열음이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깼다. 바아르는 그 짧은 소리만으로도 목표물이 명중했음을 확신했다.“각하, 한 발 적중했습니다.”검은 옷과 두건으로 전신을 감싸고, 오직 서늘한 눈매만을 드러낸 새도우가 어둠 속에 녹아든 채 답했다. 바아르는 정신없이 그 희박한 기척을 쫓았다. 어느 순간, 그들은 대공가 본관을 돌아 후미진 뒤편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었다.‘감히, 내 침실을 엿보려 하다니!’바아르는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짓씹으며, 3층 객실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을 아처린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힐끔 던졌다. 서밋을 빈사 상태로 만든 아처린의 행태나, 예고 없이 찾아온 불쾌한 염탐자나 모두 그의 신경을 긁어놓기에 충분했다.어금니를 사늘하게 맞물린 바아르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라이신이 아니었다면 오늘 소중한 기사 하나를 잃을 뻔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라이신이 잠꼬대를 내뱉던 그 찰나의 순간에 염탐자의 기척을 알아챌 수 있었던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생각이 깊어진 바아르의 발걸음이 잠시 주춤하자, 뒤를 따르던 새도우도 그의 눈치를 살피며 속도를 늦췄다. 그때, 새도
Last Updated : 2026-05-0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