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서 있던 할 로드 역시 다가와 라이신의 손을 가만히 살피더니,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반지의 진동이 비로소 정지했습니다. 아무래도 침투하려던 저주의 기운이 술자에게로 역류해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할 로드가 설명을 건넨 그 순간, 바아르는 묵직한 검은 마력을 공기 중에 피워 올렸다.그것이 마법이든 오러든, 혹은 그 이상의 권능이든 상관없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단 하나, 라이신의 안전을 완벽하게 확보하는 것뿐이었다.“자, 모두 가르남으로 공간 이동을 시도해라! 라이신은 내가 직접 안전하게 동행시킨 후, 황궁으로 향하겠다!”바아르의 엄숙한 외침이 떨어지기 무섭게 별채에 모여 있던 이들은 저마다의 마력을 가동해 순간이동을 시작했다.길 소르도 역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다 바아르의 튼튼한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우려를 건넸다.“그래, 내가 먼저 황궁으로 가 있을게. 대공비를 잘 챙기고 와.”“알았다.”바아르는 길 소르도에게 나직한 인사를 남긴 뒤, 라이신의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넓고 고요한 응접실에는 비로소 두 사람만이 남겨졌다.어째서 이토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불안한 것일까. 어째서 사방에서 짙은 우려만 밀려드는 것일까.혹여 자신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홀로 남겨질 바아르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문의 따스함을 되찾고 행복에 젖어 있었는데.역시 불행이란 가장 눈부시게 행복한 순간을 노려 잔혹하게 쳐들어오는 법이었다.***레투니카의 하늘에는 여전히 굵은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결계로 둘러싸인 가르남은 아직까지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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