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251 - Chapitre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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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대공 각하가 좀 피곤해질 듯

가르남 영지의 결계 안.제국 전역에는 온종일 장대비가 퍼부었고, 새벽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까지도 서늘한 빗줄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그러나 결계로 둘러싸인 가르남 내부만큼은 단 한 방울의 빗물도 흘러들지 않아, 마치 아늑한 실내에 들어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결계 외벽에 부딪혀 부드럽게 부서지는 빗소리는 운치를 더했고, 캄캄한 밤하늘 아래 펼쳐진 마정석 밭은 형형색색 오색 불빛을 영롱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각하, 이건 다 뭐예요?”“너를 위해 준비한 쾌적한 잠자리다.”바아르는 가르남 결계 안을 대공저의 침실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재현해 놓은 상태였다.폭신한 침대와 고풍스러운 소파, 테이블은 물론이고 심지어 욕실에 이르기까지. 마치 방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이었다.“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요?”“오늘 하루가 유독 길었으니까. 피로가 온전히 풀릴 때까지 푹 쉰 뒤에 대공저로 돌아가도록 하자.”“네, 각하.”라이신은 넋을 잃고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으나,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 속에서 마주한 바아르의 다정한 이벤트가 더없이 반갑고 다정하게 느껴졌다.“하하, 각하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감당하긴 어렵지만······ 정말이지 너무 좋아요.”“야외에서 너를 품에 안고 잠든 적이 여러 번이었는데,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늘 미안했거든.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하구나.”“오늘 정말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각하 곁에서만큼은 이제 아무 고민 없이 쉬고 싶어요.”라이신은 고개를 들어 결계 외벽을 타고 미끄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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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그대가 아주 시급해

라이신은 요동치는 가슴을 다스리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테이블 끝을 짚으며 바아르의 눈치를 살폈다.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레투니카 황가를 저절로 응징한 데다, 제국 최고의 권좌에 덜컥 오르게 된 바아르였다.“세상에나······ 각하!”하지만 정작 바아르는 집사장이 보낸 전언을 확인하고도 무심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오히려 성가신 일이라도 겪은 듯 눈살을 찌푸리며 조용히 식사를 이어나갔다.“이게 뭐라고 이리 유난인 건지.”제국의 역사를 바꿀 이 엄청난 소식을 어쩜 이리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단 말인가.“······각하? 지금 한시바삐 입궁하실 준비를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지금 내게 그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나의 아내와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는 것이다.”이건 또 무슨 황당하면서도 다정한 소리인지.“네? 중차대한 일부터 순서대로 처리하셔야죠.”“그건 올바른 순서가 아니지.”바아르는 손수 라이신의 앞에 정갈하게 식기를 놓아주고,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세심하게 잘라주며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식사를 마친 다음, 하르트가로 건너가 네 건강 상태를 면밀히 살핀 뒤에 황궁으로 향하는 것이 순서다.”라이신은 그가 제국 황위 계승 1순위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그 맹목적인 애정에 기가 차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간지러워졌다.바아르는 라이신의 잔에 사과 향이 감도는 감미로운 주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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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불안하네요, 어쩌지요?

라이신은 가르남에서 우아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직후, 바아르의 손을 잡고 하르트 공작가로 공간 이동을 시도했다.지독히도 중차대한 시기에 자신을 가장 먼저 챙겨주는 바아르의 맹목적인 애정에 라이신은 가슴 깊이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공이 이토록 여유를 부려도 괜찮은 것인지 속내가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단단한 결계가 둘러쳐진 하르트가 별채 응접실. 라이신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먼저 음미하며 길 소르도가 나타나길 기다렸다.“각하, 저는 기쁘고 다정해서 좋지만······ 정말 괜찮으신 건가요?”“어물쩍 넘어가기보다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내 마음이 놓이지.”“이토록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당연히 확인해야 할 일이다.”바아르는 현재 레투니카 황위 계승 서열 1위로 올라서며 제국 내 위상이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수많은 귀족과 대신들이 황궁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변함없이 자신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행동해 주는 그의 묵직한 진심은, 라이신의 심장을 한없이 두근거리게 만들었다.그때, 길 소르도가 기묘한 서적들과 생소한 마도구가 빽빽하게 담긴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응접실 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섰다.“어휴! 아주 세상을 다 가진 부러운 커플이 따로 없군!”“길 소르도, 너만 믿겠다.”바아르의 다정한 요청에 길 소르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라이신을 향해 깊은 시선을 내리꽂았다. 라이신은 길 소르도와 눈이 마주치자 쑥스러움과 민망함이 밀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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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지독하게, 은밀하게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르트 공작가의 별채 응접실은 라이신의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사실에 훈훈하고 평화로운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그러나 예상치 못한 핏빛 마법진의 출현이라니.갑작스러운 이변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한 채 페트리 접시 위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어머!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저주나 나쁜 주술은 절대 아니에요. 우리 하르트가의 정화 마도구가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으니까요.”레이나가 마법진의 궤적을 이리저리 살피며 경악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이 마법진은······ 예전에 가르남 결계 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라이신의 떨리는 음성에 길 소르도 역시 놀람을 금치 못하며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여러 마도구를 꺼내 들어 정밀하게 반응을 측정했다.“이건 절대적인 보호와 방어를 뜻하는 고위 마법진이야. 대공비의 피와 마력에서 이런 반응이 터져 나오다니······ 어쩌면 위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발동된 것이 아닐까 싶어.”스스로 의식하고 일으킨 마법도 아닌데 이런 능동적인 방어 기제가 발동하다니, 과연 가능한 일인가.“잠깐만요, 보호라니요? 그렇다는 건 지금 여기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인가요?”하지만 그것도 온전히 납득하긴 어려웠다. 예전 가르남의 완벽한 결계 속에서도 똑같은 마법진이 피어오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길 소르도는 라이신의 맥박과 체온을 꼼꼼히 재고, 다시금 핏방울에 시약을 떨어뜨려 정밀 측정을 마친 뒤에야 건강에는 하등의 문제가 없음을 재차 보장해 주었다.&l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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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먹구름 사이로 숨어버린 태양

곁에 서 있던 할 로드 역시 다가와 라이신의 손을 가만히 살피더니,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반지의 진동이 비로소 정지했습니다. 아무래도 침투하려던 저주의 기운이 술자에게로 역류해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할 로드가 설명을 건넨 그 순간, 바아르는 묵직한 검은 마력을 공기 중에 피워 올렸다.그것이 마법이든 오러든, 혹은 그 이상의 권능이든 상관없었다.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단 하나, 라이신의 안전을 완벽하게 확보하는 것뿐이었다.“자, 모두 가르남으로 공간 이동을 시도해라! 라이신은 내가 직접 안전하게 동행시킨 후, 황궁으로 향하겠다!”바아르의 엄숙한 외침이 떨어지기 무섭게 별채에 모여 있던 이들은 저마다의 마력을 가동해 순간이동을 시작했다.길 소르도 역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다 바아르의 튼튼한 어깨를 다정하게 두드리며 우려를 건넸다.“그래, 내가 먼저 황궁으로 가 있을게. 대공비를 잘 챙기고 와.”“알았다.”바아르는 길 소르도에게 나직한 인사를 남긴 뒤, 라이신의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넓고 고요한 응접실에는 비로소 두 사람만이 남겨졌다.어째서 이토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불안한 것일까. 어째서 사방에서 짙은 우려만 밀려드는 것일까.혹여 자신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홀로 남겨질 바아르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문의 따스함을 되찾고 행복에 젖어 있었는데.역시 불행이란 가장 눈부시게 행복한 순간을 노려 잔혹하게 쳐들어오는 법이었다.***레투니카의 하늘에는 여전히 굵은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결계로 둘러싸인 가르남은 아직까지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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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만약, 이것이 함정이라고 해도

황궁에 도착한 바아르는 길 소르도와의 회의 도중, 잠시 열기를 식히기 위해 서관 입구의 커다란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황궁 전체의 결계는 이미 최상위 수위까지 격상된 상태였기에 외부와 간단한 마도구 통신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투명한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몇 걸음 떨어져 서 있음에도, 세상을 짓누르듯 내리붓는 빗소리가 묵직한 울림이 되어 창가를 진동시켰다.“제국의 고위 귀족들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입궐하다니, 가히 이례적인 날이로군.”“황제가 그리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으니.”그도 그럴 것이 황태자와 황녀가 모두 부재중인 비상시국이었다. 참석이 의무화된 정무대신을 필두로 레투니카 제국의 대공, 공작, 후작, 그리고 관직을 맡은 백작 등 20여 명의 고위 귀족이 빠짐없이 집결해 있었다.현재 제국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단연 차기 황위 계승 건이었다. 서열 1위인 바아르에게 황권을 위임하는 절차가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바아르는 일단 제국에 닥친 묵직한 위기부터 수습한 뒤 유연하게 고려하겠노라 중립적인 답변을 내놓았고, 귀족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야말로 황좌의 유일한 적임자라는 여론이 지배적인 가운데 잠시 정회가 선포된 참이었다.“역시 사람 인생이란 참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법이네.”길 소르도는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내리붓는 비를 감상했다. 바아르 역시 그의 여유로운 표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황위 계승을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고 여지를 남겨두었기 때문이다.선황이 서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황궁에서 이토록 여유롭게 웃음을 짓다니.수년간 영지를 괴롭히던 지독한 가뭄을 씻어내는 단비가 내렸을 뿐만 아니라, 캔돔 영지는 세율이 낮고 풍요롭기로 유명했기에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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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불길함이 가리키는 그 무엇

샤를 후작가의 은밀한 별장이 자리한 레투니카 제국 외곽의 어느 아늑한 휴양지.그중에서도 산세가 그윽하게 깊고 맑은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외딴 산촌 마을.오늘 새벽 이곳에 다다른 에스메는 침대에 누워 얕은 잠을 청하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며 조용히 몸을 추스르는 중이었다.“에스메, 몸은 좀 괜찮아?”밤새 밀려드는 마음의 고통으로 깊이 잠들지 못하고, 낮 동안에도 내내 축 늘어져 있던 에스메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에 가까웠다.레인이 미동도 없이 누워 있던 에스메에게 따스한 물잔을 내밀자,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띠며 조심스레 잔을 받아 들었다.“레인, 매번 고마워. 나 같은 여자를 만나 고생이 참 많네. 사실 당신이 이런 외지에 갇혀 지낼 사람은 아닌데.”“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 유일한 아내도, 내 아이도 이렇게 내 품에 함께 있으니 나는 그저 매 순간이 행복할 따름인데.” 하지만 에스메는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레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도망치듯 황궁을 빠져나와 레인에게 이토록 온전히 의지하고 있다니, 참으로 면목이 없어.”“이 정도 울타리조차 되어주지 못한다면,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겠지. 난 괜찮아.”이토록 다정하고 근사한 말만을 건네는 레인을 바라보며, 에스메는 미안함과 고마움에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레인은 침대 위로 올라와 지친 에스메를 살포시 감싸 안았다.규칙적이고 굳건하게 뛰는 레인의 심장 박동이, 에스메의 차가운 몸 전체로 따스하게 스며들었다.“바깥세상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모르는 편이 나아. 세상 따위가 어떻게 뒤흔들리든, 이제 우리와는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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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고독하게 절망스럽게

캔돔가로 한달음에 공간 이동하여 돌아온 바아르는 즉시 가문의 모든 가신과 기사단을 비상 소집했다.대공저는 바아르의 서슬 퍼런 명령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자취를 감춘 대공비 전하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시작되었다.바아르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가르남 영지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배치했고, 라이신을 필두로 함께 사라진 레이나, 할 로드와의 마도구 통신을 끊임없이 시도했다.그러나 서늘한 침묵만이 감돌 뿐, 그 누구도 마도구 너머로 응답을 보내오지 않았다.하르트 공작저 방화 사건과 캔돔가의 비상사태로 인해 황궁에서 진행되던 국정 회의 역시 어수선하게 중단되고 말았다.바아르는 통신 마도구를 통해 선황의 장례를 5일장으로 간소히 치르자는 최소한의 지침만을 전달한 채, 제국의 향후 이권에 관한 모든 협의를 무기한 연기했다.가신들에게 촘촘한 수색 명령을 내린 바아르는 다시 텅 빈 가르남 결계 안으로 되돌아와 오지 않는 라이신을 기다렸다.어째서 불길한 직감은 단 한 번도 비켜 나가는 법이 없는가. 오늘따라 온몸의 피가 식어내리는 듯한 괴이함이 내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하르트가의 별채에서 저주의 기운이 감돌았을 때도, 가르남 결계 속에 라이신을 홀로 남겨두고 황궁으로 향하던 그 순간에도 불안감은 숨통을 죄어 왔다.할 로드와 레이나 역시 제국에서 손꼽히는 막강한 마법을 구사하는 이들이었으나, 자신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먼 곳에 라이신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바아르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럼에도 그는 라이신이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무사히 돌아오리라는 희망의 끈을 결코 놓지 않은 채, 조금 전까지 그녀가 온기를 남겼던 자리 옆에 가만히 앉았다.그리고 손바닥만 한 붉은 마법진이 선명하게 각인된 의자를 소환한 바아르는 그것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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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핏빛 메시지가 부르는 전쟁의 서막

캔돔 대공가 전체를 샅샅이 뒤지고도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하자, 바아르는 결국 텅 비어 버린 가르남 결계 안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그가 깊은 망연자실함에 빠져 있던 바로 그 순간.하르트 공작가의 상황을 살피고 온 길 소르도 역시 얼굴이 사색이 된 채 황급히 난입했다.“바아르! 레이나와 할 로드가 자취를 감추었어! 그런데 대공비 전하도 없단 말인가?”“그래. 공작저의 상황은 어떠한가?”바아르가 길 소르도의 안색을 유심히 살폈으나, 그를 감싼 분위기는 서늘하고 어둡기만 했다.“하르트가로 침입했던 마법사 군대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어. 간을 보는 것도 아니고, 우리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것이 분명해!”역시, 이 모든 비극이 도르하르 군대의 정교한 흉계였던 것이다.전방위로 군사력을 가볍게 분산시켜 제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뒤, 자신들의 진짜 목표인 라이신과 할 로드를 확보하려 했던 것이 명백해 보였다.“피해 상황은?”“별로 없어. 별채 외벽이 불에 조금 그을렸을 뿐이야. 하지만 대체 어떻게 마력이 그토록 대단한 셋을 한꺼번에 데려갈 수 있단 말인가? 어디 숨어 있는 게 분명해! 가르남을 다시 수색해 봐야겠어!”바아르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었기에 길 소르도의 뒤를 따라 영지 곳곳을 샅샅이 누비며 라이신의 마력을 추적했다.***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가르남 내부부터 결계 외곽 전체에 이르기까지, 바아르와 길 소르도는 장대비를 맞으며 종횡무진 영지를 누볐다.동생이라면 사족을 못 쓰던 길 소르도였기에 레이나도 행방불명된 아처린 황태자처럼 납치된 것은 아닌지 온갖 불길한 추측에 사로잡혀 있었다.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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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내 여자를 지키기 위한 전쟁

추적추적.레투니카 전역에는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대지는 흠뻑 수분을 머금었고, 메말라 가던 영지들은 비로소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어진 가뭄이 해소되자 제국의 백성들 모두 마냥 기뻐하며 행복을 누리던 바로 그 순간.언제나 그렇듯, 비극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선황의 장례도 치러야 했고, 주인이 비어 있는 황궁이었기에 황위 계승 서열 1위인 바아르가 한시라도 빨리 입성하여 국정을 수습할 체계를 정비해야 마땅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캔돔 대공가는 대공비를 납치한 키요리타 산맥의 불온 세력을 제거하는 정벌에 나선다! 그리하여 제국의 안위와 백성들의 안전을 철저히 지켜낼 것이다!”하지만 태아가 남긴 마법진의 좌표를 확인한 바아르는 망설임 없이 황궁으로 향했고, 그 즉시 전시 상황을 선포했다.레투니카를 수호한다거나 도르하르의 잔당을 모조리 쓸어버리겠다는 사사로운 사감 따위는 입에 담지 않았다. 오직 제국민을 보호하고 국망을 위협하는 흉계를 뿌리 뽑겠다는 당당한 대의명분만을 담아냈을 뿐이다.바아르의 결연한 의지가 공표되자 제국 전역은 순식간에 비상사태로 전환되었다.정석대로라면 바아르는 차근차근 권력을 승계받고 황제로 즉위한 뒤 황궁에 안착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럴 만한 여유가 단 1초도 없었다.절차를 과감히 생략한 그는 곧바로 제국의 군사 통치권을 완전하게 장악한 뒤 엄숙하게 명령을 내렸다.“재상을 비롯한 궁내부 장관과 기병 장관은 비상사태임을 직시하고, 전원 황궁에 상주하며 내 명령에 따라 비상 대기하도록!”전시 체제에 돌입한 이상, 바아르의 말 한마디가 지니는 권한은 절대적이었다.아무리 세도가 당당한 고위 귀족이라 할지라도 전쟁 중에 명령을 불복종할 시에는 즉결 처형 대상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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