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남 영지의 결계 안.제국 전역에는 온종일 장대비가 퍼부었고, 새벽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까지도 서늘한 빗줄기는 그칠 줄을 몰랐다.그러나 결계로 둘러싸인 가르남 내부만큼은 단 한 방울의 빗물도 흘러들지 않아, 마치 아늑한 실내에 들어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결계 외벽에 부딪혀 부드럽게 부서지는 빗소리는 운치를 더했고, 캄캄한 밤하늘 아래 펼쳐진 마정석 밭은 형형색색 오색 불빛을 영롱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각하, 이건 다 뭐예요?” “너를 위해 준비한 쾌적한 잠자리다.”바아르는 가르남 결계 안을 대공저의 침실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재현해 놓은 상태였다.폭신한 침대와 고풍스러운 소파, 테이블은 물론이고 심지어 욕실에 이르기까지. 마치 방 하나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광경이었다.“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요?” 라이신은 넋을 잃고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으나,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 속에서 마주한 바아르의 다정한 이벤트가 더없이 반갑고 다정하게 느껴졌다.“야외에서 너를 품에 안고 잠든 적이 여러 번이었는데,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늘 미안했거든. 이제야 속이 좀 후련하구나.” “오늘 정말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라이신은 고개를 들어 결계 외벽을 타고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수증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밖에서는 억수 같은 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오늘 하루를 집어삼켰던 거대한 위기들이 이미 아득한 과거가 되어, 저 빗줄기에 깨끗이 씻겨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라이신. 무사해 주어서 고맙고, 제국민들을 위해 신기한 기적을 만들어줘서 참으로 감사하다.”비는 돌발적으로 만들어낸 현상이었는데. 자신이야말로 이 삶이 너무 기적과도 같아 바아르에게 건네고 싶은 고백이었다.바아르라는 사내를 만난 이후, 그녀의 삶은 거칠게 요동치면서도 완벽히 보상받듯 따스한 빛으로 채워졌으니 말이다.“각하,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저에게 찾아온 이 능력도, 지금 누리는 행복도 전부 각하 덕분인걸요.”바아르는 라이신을 꼭 안아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