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짐승 대공의 집착을 받은 사연:The Tale of the Beastly Archduke’s Obsessio: Chapter 231 - Chapter 240

268 Chapters

#230. 폭풍우 몰아칠 것 같은 날에

 할 로드는 곤히 잠들어 있는 레이나를 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그쪽, 알고 보니 상당한 늦잠꾸러기였네.”깨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세실리에의 얼굴이 떠오른 할 로드는 어쩔 수 없이 레이나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그의 품 안으로 자기도 모르게 파고드는 레이나의 움직임에 할 로드의 맥박이 다시금 거칠게 튀어 올랐다. 결국 참지 못한 그는 레이나가 너무나 애틋하고 귀여워 이불로 그녀를 온전히 감싸 안았다.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의 굴곡을 따라 이불을 돌돌 말아 품 안에 가두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녀의 체온만이 은밀한 불꽃처럼 타올랐다.아름다운 여체의 선을 느끼던 할 로드는 간밤 그렇게나 그녀를 깊이 품어놓고도 다시금 타오르려는 욕망에 스스로를 조심스럽게 다스려야 했다.그리고 최대한 담백하고 미련 없는 이별을 준비하려 애썼다.“어서 일어나야지.” “난······ 할 로드를 만나면 이상하게 안심이 돼······.”그때, 덜컹덜컹― 창문이 요란스러운 비명을 질렀다.창틀이 흔들리며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자, 서로의 입가에서 새어 나온 숨결마저 하얗고 짙은 김으로 변해갔다.할 로드는 서늘하게 식어가는 실내 온도를 의식해 레이나의 몸을 녹여 주려 마력으로 공기를 뜨겁게 데워 올렸다. 그리고 따뜻해서 기분 좋다며 품 안에서 웅얼거리는 그녀의 입술에 시선을 깊이 박아 넣었다.지독한 눈발은 끝도 없이 퍼붓고 있었다. 창문 밖은 온통 하얀 눈보라의 향연이 펼쳐졌다.“할 로드, 여기는·&
Read more

#231. 비밀을 감지한 여인

라이신은 마음이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도르하르로부터 청첩장을 가장한 서늘한 협박장을 받았으면서도, 오히려 기만하듯 제국에서 가장 압도적인 군사력을 지닌 바아르에게 덜컥 시집을 가버렸으니.소문을 접한 귀족들은 당연히 제국 전체가 거대한 정쟁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했을 터였다.주변을 둘러보니 하객의 수에 비해 호위 기사들의 밀도가 미하엘의 데뷔탕트 때보다 훨씬 조밀해 보였는데, 그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었다.그러니 바아르 역시 군대를 근방에 대기시키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으리라.바아르는 섀도우와 미하엘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낮게 중얼거렸다.“당장 전쟁이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군. 섀도우,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라이신은 내가 직접 끼고 지킬 테니, 넌 미하엘을 데리고 파르교산으로 즉시 순간이동해라.”섀도우는 미하엘의 곁에 밀착해 서서 바아르를 향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아르가 라이신을 향해 덧붙였다.“라이신, 오늘은 그 어떤 음료나 연회 음식도 입에 대지 마.”음식의 독조차 경계해야 한단 말인가.그 묵직한 경고에 라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신에 두른 마도구들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저주의 흔적이나 억눌린 기묘한 기운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데, 귓가를 간지럽히는 이 서늘한 예감은 대체 무엇일까.바로 그 순간.라이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은밀한 반지가 희미하게 미동하더니, 이내 거짓말처럼 진동을 멈추었다.***레투니카 여기저기 돌아다닌 세실리에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오직 할 로드의 자취를 찾아 헤맸다.그의 힘과 권능 없이는 준비해 온 모든 판이 수포로 돌아갈 터였다. 초조함에 질린 손끝이 옷자락을 핏기 없이 구겨
Read more

#232. 찬란한 비극의 문이 열리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세실리에였다.레이나가 사내를 홀리는 재주 하나는 천부적이었기에 황태자의 침실을 그리 오래 차지하고 있던 것이 아니겠는가.그럼에도 할 로드가 무책임하게 제국과 백성을 버리고 야반도주하여 레이나와 결혼을 감행할 위인은 결코 아니라고 확신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란다. 할 로드는 조국을 버릴 사람이 아니지. 그래서 울고 있었던 거니?”“네. 두 분이 너무나 절절하게······ 서로를 연모하시는 것 같아서······ 부러운 마음에 그만······.”세실리에는 마리의 손에 쥐여주는 은화의 액수를 늘리며 어깨를 다정하게 다독였다.“나중에 기분 전환도 할 겸 예쁜 옷이라도 사 입으렴. 넌 마음씨가 너무 여려서 탈이란다. 혹시······ 그 외에 또 알아낸 정보가 있니?”세실리에는 무언가 더 건질 것이 없나 싶어 마리의 작은 입술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아······, 참. 캔돔 대공가의 마법사였던 라이신이 마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고 했어요.”“뭐? 그게 정말이냐? 어쩌다가?”이건 캄캄한 어둠 속에서 들려온 반가운 음성이었다.지난번 미하엘의 데뷔탕트 습격 작전이 처참한 실패로 돌아간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라이신이었기 때문이다.폭발적인 마력과 천부적인 기사로서의 직감. 백전노장 기사
Read more

#233. 아름다운 기적도 사람의 힘으로

조용했던 연회장에는 다시 화려하고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에스메의 당당하고 기적적인 등장에 매료된 하객들의 뜨거운 갈채가 공간을 빽빽하게 메웠다.“세상에! 에스메 황녀님이 자신의 두 발로 걸어오시다니. 게다가 방금 소개된 건 뭐죠? 곧 남편이 될 레인 반 샤를 경이라고요?”“어머나! 지독했던 병환이 완전히 나으셨나 봐요! 이럴 수가, 샤를 경과 곧 정식으로 혼인을 올리시려나 보네요!”“저토록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시다니······. 역시 이 제국 최고의 레이디이십니다.”“레투니카 최초의 여황제가 되실 분이십니다! 과연 그 위엄과 아우라가 남다르시네요!”쏟아지는 찬사와 갈채 속에서, 에스메는 레인의 든든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연회장 중앙을 한 걸음 한 걸음 품위 있게 가로질렀다.자신이 마침내 자유롭게 서서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레인과의 결합을 당당히 선포한 순간.한 번에 제국 전체를 놀라게 만든 에스메는 도도하면서도 상냥하게 손을 흔들며 하객들의 축복에 응답했다.무려 5년을 제 힘으로 걷지 못했고, 남은 생조차 절대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 자조하며 체념 속에 보냈던 지독한 시간들.에스메는 지금 이 찬란한 순간을 선물해 준 단 한 사람, 라이신을 본능적으로 찾아 시선을 옮겼다.‘내 삶의 유일한 구원자이자, 나의 둘도 없는 친구 라이신!’연회장 귀빈석에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라이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주고 있었다.***라이신 역시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격을
Read more

#234. 상상 그 이상의 파격적인 행보

전쟁을 선포했던 멸망한 적국의 황태자가, 그것도 현재 제국을 집권 중인 황녀의 데뷔탕트 연회장에 전격 등장했다.할 로드는 지금 제국의 한복판에서 그야말로 파격적인 초강수를 두고 있었다.두 제국의 평화나 수많은 백성의 안위를 위한 거창한 명분 따위로 기획한 계략은 아니었다.그가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서 있는 단 하나의 이유.‘세실리에 이모님이 이 꼴을 보시면 아주 기절초풍을 하겠지.’오직 세실리에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반발심과 억눌린 분노 때문이었다.할 로드는 오만한 시선을 연회장 전체에 도도하게 뿌리며, 제 스스로 생각해도 참 미친 짓을 감행하고 있음을 실감했다.자신은 레투니카의 황제와 황태자가 멸족시키지 못해 안달하던 도르하르 제국의 고결한 핏줄이 아니던가.심지어 구 제국의 황태자라는 파격적인 신분까지 밝히며 등장했으니 귀족들이 경악과 비명을 질러댈 법도 하건만.그러나 그의 등장을 둘러싼 연회장의 공기는 기이할 만큼 묘했다. 차가운 경멸이나 공포가 아닌, 은밀하고 매혹적인 호기심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황실 호위 기사들의 검집에서 서늘한 금속성 소리가 터져 나와야 할 자리에, 소곤거리는 귀족들의 기묘한 대화만이 귓가를 간지럽혔다.“구 도르하르 제국의 황태자라니? 아직도 그 고귀한 핏줄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단 말인가?”“하르트가의 공녀와 은밀한 친분이 있는 모양이지? 여기까지 제 발로 찾아오다니 배짱이 참으로 두둑하군.”“저 자가 바로 그 루타스 캔돔가의 공녀에게 정식으로 청혼했다던 도르하르의 황태자인가 봐요.”“에스메 황녀님의 탄신일을 축하하러 온 모양인데······.
Read more

#235. 지금부터 본론 시작이야

할 로드의 파격적인 등장에 놀란 라이신은 그들이 서 있는 귀빈석으로 향하는 내내 몸이 비틀거렸다.바아르의 튼튼한 팔을 파고들듯 꽉 그러쥐며 겨우 균형을 잡지 않았다면 망신당할 정도로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굽 높은 구두로 인해 발목도 아려왔고,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에 정신조차 아득하고 어질거렸다.“각하, 그래도 어찌 되었든 정말 다행이고 행복하네요!”발끝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통증과 드레스 사이로 스며드는 서늘한 공기에 정신이 점차 아득해지려 해도, 할 로드의 등장은 고마운 충격이었다.  바아르가 라이신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할 로드 경이 아주 대범하군. 라이신, 그래 차라리 잘된 일이다.”라이신은 진심으로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로가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했다.아울러 할 로드를 레투니카 제국의 중심부로 직접 데려와 협의를 진행하기로 결단을 내린 길 소르도 공작의 과감함에 깊은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도대체 길 소르도 각하께서는 어떻게 이토록 대단한 판을 벌이신 걸까요? 혹여 위험하진 않을지······. 할 로드 주변에 호위가 하나도 없는 건 걱정이네요.”바아르는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듯 짙은 미소를 지으며, 어느새 귀빈석으로 먼저 다가서고 있는 길 소르도를 가만히 담아냈다.“전후 사정을 어서 길 소르도에게 가서 들어보도록 하지.”그는 라이신을 다정히 에스코트하며 귀빈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여전히 라이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은밀한 반지는 진동이 울렸다 멈추기를 기묘하게 반복하고 있었다.할 로드도 무사히 도착했고,
Read more

#236. 사연 많은 자들의 동상이몽

황궁 서관 연회장이 수십 년 만에 문을 열자, 화려한 샹들리에 불빛이 곳곳에 찬란한 황금빛 물결을 그려냈다.라이신은 바아르의 손을 꼭 잡은 채, 제국의 지각변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게 되었다.이 얼마나 귀한 기회인가. 할 로드와 에스메, 그리고 바아르가 한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다니.모든 상황이 완벽한 각도로 맞춰졌다. 에스메의 기품 있는 눈동자가 할 로드를 꿰뚫으며 입을 열었다.“반가워요, 할 로드 경. 아니, 라르호드 황태자 전하.”에스메가 정중히 인사를 건네자, 할 로드 역시 묵직하게 예법을 갖추어 응답했다.“에스메 황녀 전하. 다리가 완쾌되셨다니 진심으로 기쁩니다.”“그때 전하를 비롯한 여러 귀족분들 덕분에 새로 태어날 수 있었지요. 참으로 큰 축복입니다.”할 로드가 기사의 예를 갖추자 에스메 역시 동등한 황족을 대하듯 예우하며 분위기는 한껏 훈훈해졌다.“그땐 조마조마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잘한 선택이었군요. 그래도 편하게 말씀을 낮추십시오, 전하.”“황태자 전하, 그러기엔 이제 서로의 입장이 많이 바뀌지 않았나요?”“아닙니다. 우린 변함없습니다.”“다행이군요. 오늘 우리의 대화가 잘 풀릴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두 사람이 부드럽게 대화를 주고받자, 안도한 라이신도 바아르와 웃으며 눈길을 교환했다. 연회장의 귀족들 역시 은밀한 호기심으로 귀빈석의 회합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이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면, 제국의 앞날도 밝을 거라 다들 기대하는 눈치였다.화려한 음악과 근사한 분위기, 그리고 산해진미가 가득한 연회장은 잔치 그 자체였다. 에스메의 여
Read more

#237. 제 여인을 위해 여기까지 하는 남자

처음의 낙관은 산산이 부서졌고, 남은 것은 씁쓸한 공허함뿐이었다.감미로운 음악이 연회장에 울려 퍼지자 하나둘 커플들이 춤을 추기 위해 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그리고 제일 먼저 레이나가 할 로드를 이끌고 사람들 사이에 등장했다.그들의 발이 스텝을 밟을 때마다 표정은 어둡게 그늘졌지만, 몸짓만큼은 서로를 탐닉하듯 유연하고 아련했다.길 소르도는 미하엘에게 춤을 청하지 않은 채 그저 술잔만 입술 사이로 계속 가져갔다. 잔 속의 붉은 액체가 연신 비워졌음에도 그는 잔을 내려놓지 못했다.그리고 춤을 추는 귀족들의 무리 한가운데에서, 바아르 역시 라이신을 부드럽게 이끌었다.이 험악한 협상을 끝낸 상황임에도 에스메는 역시 남달랐다.지금쯤 속이 심란하고 생각이 복잡할 법도 하건만, 스쳐 지나가는 귀족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인자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보내는 여유를 보였다. 레인과 맞추는 춤사위 또한 어찌나 유연하고 완벽한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선남선녀였다.그러나 라이신에게 지금의 춤을 추는 이 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척에서 당장이라도 무슨 참극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어느새 바아르의 리드에 이끌려 춤을 추면서도, 라이신은 연신 인형처럼 그에게 끌려다니기에 급급했다.“각하, 어쩌면 제가 할 로드와 결혼했더라도 결국 전쟁은 일어났겠네요.”“그래. 청혼을 수락하는 즉시 너를 인질로 잡고 레투니카를 침공했겠지.”“역시 전 각하의 아내를 택하길 잘했어요. 이제는 세실리에 님이 너무 괘씸해서 할 로드라도 인질로 삼고 싶은 심정이에요.”“그거 오늘 들은 말 중 가장 반가운 소리로군.”바아르가 낮게 헛웃음을 터뜨리자, 주변 귀족들의 시선이 두 사람이 서
Read more

#238. 폭풍 속에서 지켜보다

“대단한 마도구야. 하마터면 심장이 멎을 뻔했네. 이건 상대가 쏜 저주를 그대로 반사해 되돌려 보내는 반지야.”라이신은 황당함을 금치 못하며 기함한 얼굴로 할 로드를 노려보았다.“그럼 할 로드! 지금 나한테 저주를 쏘는 실험을 하다가 죽을 뻔했다는 거야? 너 너무 극단적이잖아!”그러자 할 로드는 어릴 적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키득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하하, 그래도 확실히 확인해 봐야지. 저주의 양은 아주 미량으로 조절했어.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쨌든 그 반지가 없었다면 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걸?”“그게 웃을 일이야?”“비극이 안 일어났으니까 웃는 거지.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대체 누가 너만을 겨냥해 저주를 뿌린 걸까?”“글쎄, 나도 너무 궁금하네.”라이신은 신기함과 오싹함 속에 제 반지를 들여다보았다. 온몸에 둘러둔 수많은 마도구는 조용한데, 오직 이 반지 하나만 반응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한편으로 마력 저주를 직접 다루며 감지해 내는 할 로드의 능력도 놀라웠다.“할 로드, 너 언제부터 이렇게 마법에 능숙해진 거야? 너 무슨 초월자라도 된 거니?”“아니, 도르하르 핏줄은 누구나 마법을 쓸 수 있거든. 난 황족이라  4가지 속성의 마법을 쓸 수 있는 체질이었나 봐. 아직 능력을 개발하는 중이지만.”도르하르 제국민 자체가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유전자라니. 아처린과 고리타르가 왜 그토록 이들을 철저히 말살하려 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어 등골이 서늘해졌다.&ldq
Read more

#239. 핏빛 태양이 등장했다

레투니카 황궁 연회장에 진정한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황금색 망토를 휘날리는 황태자 아처린의 등장에 장내는 거세게 술렁였다.심지어 그의 뒤에는 원래 호위 기사였던 렘브란트와 감옥에 있어야 할 최측근 피르닉스까지 나타난 상태였다.제1 황위 계승자의 위엄은 여전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바아르의 눈에는 묘한 충격이 스쳤다.아처린은 지극히 건강한 모습으로, 당연하다는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지은 채 황금색 망토를 휘날리며 발걸음을 옮겼다.아처린이 연회장을 가로지르자, 그의 우아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장내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지난 소식지에 실린 내용 보니 황태자께서 도르하르 잔당들에게 납치된 줄 알았는데, 허위 기사였나 보네.”“하긴 그러니 오늘 도르하르 황태자도 이곳에 방문한 것 아니겠어요? 이제 제국에는 평화가 오는 건가 봐요.”“황제 폐하도 돌아오셨겠지? 황태자 전하께서는 건강해 보이시는 걸 보니, 역시 휴양을 다녀온 모양인가 봐.”“그런데 도르하르 황태자가 왔다 간 것을 알면 놀라실 텐데······. 뭐가 어떻게 된 일일까?”사람들의 술렁거림은 분명 아처린의 귀에도 닿았겠지만, 그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태도로 연회장을 가로질렀다.늘 그렇듯, 살벌하면서도 오만한 기운을 풍기며 여유롭게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아처린은 이제 자신이 새롭게 떠오른 태양이라는 듯 좌중을 느긋하게 둘러보았다.“오랜만에 황궁이 시끌벅적하니 보기 좋군.”그가 환하게 웃자 연회장 주변도 금세 화사하게 밝아졌다. 젊은 레이디들의 심장을 충분히 설레게 하고도 남을 만큼 아처린은 잔혹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내였다.
Read more
PREV
1
...
22232425262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