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짐승 대공의 집착을 받은 사연:The Tale of the Beastly Archduke’s Obsessio: Chapter 211 - Chapter 220

268 Chapters

#210. 화가 나 분노한 그 남자

할 로드는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세실리에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정작 더 정색하며 화를 내는 쪽은 세실리에였다.“레투니카 제국과의 연결고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정입니다. 게다가 조카님께서도 전부터 그 아이를 마음에 품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우정이었습니다. 저는 라이신을 이성으로 사랑하지 않습니다. 제가 연모하는 사람은 레이나입니다! 대체 왜 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멋대로 그런 청혼장을 보낸 겁니까?”할 로드의 간절한 항변에도 세실리에는 그를 달래듯 짐짓 사정하는 표정을 지으며 또다시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그 방탕한 영애는 절대 안 됩니다. 고귀한 황태자 전하께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여자일 뿐이에요. 황태자와 놀아난 여자란 말입니다!”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은 험담이었지만, 할 로드 역시 굴하지 않고 세실리에의 말을 차갑게 단칼에 잘라냈다.“저는 본래 캔돔가의 지하에 버려져 있던 하인이었고, 그녀는 고귀한 공작가 공녀입니다. 제 마음이 향하는 사람은 오직 레이나뿐입니다. 다시는 그녀를 함부로 폄하하지 마십시오!” “게다가 그 여자는 이 절대의 결계 안으로 발도 들이지 못합니다! 대마법사인 라이신이라면 몰라도!”세실리에가 끝까지 레이나를 깎아내리며 모욕을 멈추지 않자, 할 로드는 마침내 참아왔던 인내심의 한계를 맞이했다.“내 여자입니다! 들어오지 못한다면 제가 직접 품에 안고서라도 데려올 겁니다! 그만 나가 보십시오. 아니, 제가 나가겠습니다!”할 로드는 집무실 문이 부서져라 거칠게 닫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등 뒤로 호위기사들이 숨죽인 채 황급히 따라붙었으나, 그는 뒤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차가운 복도 바닥에 발걸음이 닿을 때마다 금속 갑옷의 마찰음이 서늘하게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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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결국 피를 흘리게 되는 걸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 평화는 무슨! 세실리에 그 여자가 마법사들을 모조리 이끌고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어! 만약 할 로드가 황태자가 아니면 어쩔 건데?”격앙된 길 소르도와 달리, 바아르는 라이신을 가만히 바라보며 제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유유히 음미했다.“그래서, 이 가뭄으로 도탄에 빠진 시기에 에스메를 죽이고 내가 황위에 오르면 백성들이 행복하겠어?”“바아르, 너 언제부터 그렇게 미온적으로 변한 거야? 군수 산업은 다 포기할 셈이야? 군대라도 해산하겠다는 거냐고!”길 소르도의 반박 역시 극히 현실적이고 타당했기에, 라이신은 입을 다물고 바아르의 입을 침묵 속에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길, 군수 산업은 이전보다 더욱 확장할 것이다. 군대 역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키울 거고. 라이신과 이미 그렇게 뜻을 모았다.”“전쟁을 하기 위해 힘을 키운 거잖아!”길 소르도는 대체 무슨 앞뒤 맞지 않는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이번에는 라이신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쏘아보냈다.라이신은 차 대신 시원한 물을 한 모금 삼킨 뒤, 목을 가다듬으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길 소르도 각하, 대공가는 앞으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질 겁니다. 군수와 무력은 물론이고 식품, 섬유, 마도구, 더 나아가 거대한 건설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을 독점하게 될 테니까요.”“······뭐라고?”“캔돔가의 영지민이 되기 위해 온 제국민이 줄을 서게 만들 겁니다. 무력이 아닌, 경제력이 막강한 대공가를 바아르 각하께서 일단 완성하실 테니까요.”라이신이 그려낸 거대한 비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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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다른 곳에서 같은 꿈을 꾸는 연인

라이신은 바아르의 깊은 염려가 가슴에 묵직하게 와닿으면서도, 정작 당장이라도 레이나와 할 로드의 애절한 운명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복잡하게 얽혀 들었다.“결국 피는 흘리게 되겠군. 나는 상관없어. 잘못된 이 제국을 바로잡게 되는 결말에는 이르게 될 테니까.”길 소르도의 말에 모두는 부정하지 않았다.라이신이 바아르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각하, 그들도 지금 무언가 판을 흔들려 움직이는 것 같아요. 가만히 있다가 기사를 이제야 터뜨린 것을 보면요.”“그래, 어떻게 보면 도르하르 측에서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어 협상하길 바라고 있을 터지.”그 말을 끝으로 하르트가의 응접실에는 차가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각자의 거대한 고민에 짓눌린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이때, 레이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라이신의 손을 꼭 쥐며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다.“라이신, 내가 가장 궁금한 건······ 나 혼자서라도 그 결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 하는 거야. 할 로드가 결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걸 보면, 분명 무슨 방도가 있지 않겠어?”“······공녀님.”레이나의 간절함이 온전히 깃든 질문에 길 소르도는 또 무모한 소리를 한다며 화를 펄펄 내기 시작했고, 바아르 역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모두가 레이나 혼자 사지로 보낼 수는 없다며 강하게 만류했지만,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할 로드는 절 지켜줄 사람이에요. 설령 인질이 된다 한들 관계없어요. 그 사람 곁이라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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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배수진을 치고 사지로 가는 법

라이신은 조심스럽게 초월자의 서책을 품에 안은 채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책을 보니, 초월자가 4가지 속성의 마법을 균등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되면 권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이를 단련하고 개발하면 유용하다고 기록되어 있더군요.”“그야 당연하지. 4대 속성을 전부 완벽하게 다루는 마법사는 전설 속에나 존재하니까.”순간 라이신의 시선이 바아르와 가만히 마주쳤다. 현재 자신과 바아르가 4가지 속성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룬다는 사실은 극비에 부쳐져 있었기에, 조심스레 눈만 마주치고는 말을 아꼈다.한편 마법이라는 흥미진진한 주제가 나오자, 길 소르도는 라이신의 곁으로 바짝 다가앉으며 눈을 반짝였다.“그리고 덧붙여, 초월자가 4가지 속성의 마력 조화를 완성하면 그 어떤 결계든 유유히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구절이 있었어요.”“음, 결계 역시 마법의 연장선이니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소리지.”“네. 그렇다면 혹시······ 4가지 속성의 마력이 고루 깃든 마도구의 힘을 빌린다면 결계안으로 진입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라이신의 제안에 길 소르도는 잠시 턱을 괴고 고심하더니,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론상 마정석에 각 속성을 담아 융합한 마도구를 제작해 사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 파괴력이 워낙 막대해서 일반 마법사가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위험한 방식이야.”잔뜩 기대를 품었던 레이나 역시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어두워진 표정으로 라이신이 펼쳐 든 서책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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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금지된 것에 호기심이 생기는 법

바아르의 입에서 떨어진 비장한 전쟁 선포.그 한마디에 길 소르도의 어둡던 안색이 비로소 환하게 밝아졌고, 레이나의 얼굴 역시 기쁨으로 물들었다.목숨을 걸어서라도 사랑하는 이에게 닿으려는 레이나, 그런 철부지 동생을 목숨 바쳐 지키려는 길 소르도.그리고 대의와 신의를 위해서라면 망설임 없이 피를 뿌리겠다는 바아르의 시퍼런 결의까지.라이신의 눈에 그들 모두는 가슴속에 뜨거운 불꽃을 품은 열정적인 이들로 다가왔다.‘아, 다가오는 12월이라니······.’이토록 엄청난 제국의 운명이 순식간에 결정될 줄이야.그러나 지금으로선 이보다 더 완벽한 해법은 없어 보였기에, 모두의 마음은 자연스레 하나로 모여들었다.아무리 전쟁과 반란이라는 비극을 피하려 발버둥 쳐도, 때로는 정면으로 부딪쳐야만 하는 불가피한 국면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라이신 역시 깊이 공감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아르도 라이신의 조용한 동의가 마음에 들었는지,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길 소르도, 만약 도르하르의 잔당들이 너희에게 털끝만큼이라도 위해를 가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할 로드가 레이나와 길 소르도를 해칠 리는 만무했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세실리에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하지만 레이나는 마침내 최상의 결론에 도달했다 생각했는지, 길 소르도를 바라보며 아이처럼 함박웃음을 터뜨렸다.“오라버니! 진심으로 고마워요! 이렇게 멋지고 의리 있는 모습이 있으셨다니, 정말 다시 봤어요!”“그전에는 나를 대체 뭘로 본 거야? 어쨌든 이 망할 레이나, 앞으로는 뭐든 나랑 먼저 상의하고 행동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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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새드엔딩을 피하는 법은 무엇일까?

할 로드는 지금 마리가 준 따뜻한 수프를 한 그릇 먹고 바로 지하로 내려갔다.자신이 더욱 대단해지면 레이나를 지킬 힘이 생기려나.더 나아가 도르하르 제국민들에게도 해줄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까.현재 마력이 없다가 생기니 훨씬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 건 사실이었다.라이신처럼 사람을 구하고 더 나아가 이 척박한 현실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발걸음에 속도를 높였다.‘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 내가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졌을 때, 날 치유했던 장소가 바로 그 지하라고 들었는데.’키요리타 산맥은 대지 자체가 신성한 마력을 머금고 있었고, 특히 도르하르 궁이 자리 잡은 이곳은 거대한 결계를 형성하기에 가장 완벽한 기이한 마력의 맥이 흐르는 요충지라 들었다.도르하르의 순수한 핏줄이 아니면 결계의 틈새조차 넘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복도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수많은 시녀와 시종, 그리고 경비를 서던 마법사들이 할 로드를 향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도대체 언제부터 자신이 이런 귀한 대접을 받을 자격을 갖추게 된 것일까.과거 레투니카 제국의 황성에서 황제를 처음 독대했을 때,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벌벌 떨었던 자신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그때 세실리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인생은 지금과 전혀 달랐을까?‘누군가를 지키고 구하기 위해 황궁에 간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대신 세실리에의 욕망을 감당하기가 점점 버거울 뿐이었다.수많은 생각의 타래가 꼬리를 물며 복도를 걷던 할 로드는, 갑갑함에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쓸어내렸다.무심코 계단을 내려가던 그는, 1층 로비를 지나쳐 이미 깊은 지하 통로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할 로드의 시선 끝에, 지하의 거대한 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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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달콤한 동상이몽

라이신은 초월자에 관한 서책을 읽으며 알게 된 내용을 하나둘 짚어가며 바아르를 바라보았다.“초월자라고 해서 신에 필적할 대단한 능력이 저절로 생겨나는 건 아니라고 적혀 있었어요. 꾸준히 단련하고 개발해야 한다고 했거든요. 갖은 노력도 필요하고······.”라이신은 말을 잇다가 슬그머니 말끝을 흐렸다.바아르는 라이신이 자신의 마력이 강해지는 것을 그리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피식 웃어넘기며 더 이상 깊게 캐묻지 않았다.‘훈련을 꾸준히 이어가야 하고, 드래곤의 핏줄을 이은 자와 깊은 교감을 나누며 다양한 경험을······.’라이신은 솟구치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확실히 마력을 향상시키려면 바아르와 자주 잠자리를 갖고 그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의미 같았다.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바아르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그 이야기를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비록 바아르가 자신을 아내로 맞이하겠다 선언하고 법적인 혼인 신고까지 마쳤다지만, 아직은 부부가 되었다는 실감이 통 나지 않는 탓이었다.여전히 그는 까마득한 주군이었고, 자신은 하인의 신분에서 조금 나아진 처지에 불과하다 여겨졌다.일순, 눈치가 빠른 바아르가 라이신의 몸을 끌어당겨 자신의 몸에 밀착시키며 나지막이 속삭였다.“라이신, 나는 그 뒷내용이 더 궁금한데.”바아르는 은근한 손길로 라이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마찰을 준비하고 있었다.이성적인 척 대화를 나누면서도 이미 그의 손길은 라이신의 옷 속으로 가감 없이 파고들어 있었다. 날이 갈수록 대담해지는 바아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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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벼랑 끝에서 퍼붓는 협박

에스메는 솟구치는 충격에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끌어올려 몸을 감싼 뒤, 황급히 침실의 조명을 밝혔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지하 감옥을 혼자 힘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해. 피르닉스를 빼돌리려는 자의 짓이거나, 혹은 그를 조용히 처단하려는 음모겠지. 정확한 정황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직접 확인하고 오겠어.”에스메 역시 황급히 로브를 챙겨 입으며 초조한 빛이 역력한 눈으로 레인을 바라보았다.그가 꼭 가야 하는 건가. 지금은 같이 있고 싶은 에스메였다.“레인, 절대로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고······ 얼른 돌아와야 해. 응?”“그래. 탈출한 흔적만 수색하고 곧바로 돌아올 테니 걱정 마.”레인은 나지막이 그 말을 남긴 채, 침대 곁에 놓인 검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황녀의 침실을 벗어났다.***옷매무새를 가다듬은 에스메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조심스레 창가로 향했다. 곁을 지키던 레인의 온기가 사라지자마자, 차가운 불안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의 톱니바퀴는 돌아가고 있었다.피르닉스를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에스메는 머리가 아팠다.아무리 정세가 긴박하다 한들, 자신을 끝없이 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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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얽혀버린 운명의 '할 로드'

에스메는 사시나무 떨듯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자신의 방이 이리 춥고 서늘했던가.조금 전 그리 아늑하고 아름다웠던 이곳이 지금은 춥고 삭막하기만 했다.한 손은 제 배에 올려 대고 나머지 손은 그래도 혹시 몰라 검을 잡아 쥐었다.“세실리에 대마법사님. 시간이 걸릴 뿐이지······ 제가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닙니다.”“8월 15일로부터 몇 달이나 흘렀는데, 전혀 진척이 없다니. 쯧! 에스메 황녀는 참 무서운 분이시군요.”“무서운 건 누군데요! 그때······ 당신은 내 아버지와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했잖아요! 어쩔 수 없이 거래한 것뿐이에요!”에스메는 제 목소리가 스스로도 알아차릴 만큼 떨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참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조용히 말해야 하는데, 너무 떨려 성량도 잘 제어가 되지 않았다.계속 문만 바라보며 레인이라도 혹시 들어올까 봐, 그걸 신경 쓰다니.이미 세실리에가 충분히 자신을 얕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창피하고 부끄럽기만 했다.“그 시간이라는 것이 왜 에스메 황녀에게만 다르게 흐르는 걸까요?”“그래도 제가 집권하고 나서······ 도르하르 토벌은 없었어요. 국경 지역이나 도르하르 출신자들을 차별하지도 않고요.”뭔 변명을 하듯 에스메는 구구절절 두서없이 말을 내뱉고 있었다.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한 탓에 계속 온몸의 떨림은 멈춰지지 않았다.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면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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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너무 불안한 여자들

어쨌든 결론은 할 로드가 도르하르 제국의 황태자가 맞다는 소리였다.“레이나 공녀가 할 로드 경을 진심으로 품고 있어요! 그리고 라이신은 이미 캔돔가의 바아르 각하와 혼인 신고서가 접수되어 정식 부부가 되었습니다!”“그렇다고 해서 전하의 곁에 그 천박한 레이나 따위를 세울 수는 없습니다!”“천박하다니요! 레이나 공녀는 고귀한 분입니다!”“황태자 전하와 놀아나고, 가슴속에는 레인 경을 품고 있던 공녀가 고귀하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요.”에스메는 ‘세실리에 당신도 똑같이 더럽다’고 한마디 쏘아붙이려다 겨우 참아냈다.그녀의 성질을 건드렸다가는 어떤 가혹한 후폭풍이 불어올지 몰라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지만, 적어도 라이신만큼은 제 손으로 끝까지 지켜내고 싶었다.“세실리에 님! 어찌 되었든 라이신은 바아르 각하와 정식 부부라는 사실을 내가 이미 인정했으니 그리 아세요! 그리고 이만 돌아가 주세요!”세실리에는 인상을 차갑게 찡그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손끝에서 은빛 연기를 피워 올리며 표독스럽게 소리쳤다.“에스메 황녀, 하루빨리 도르하르인들을 해방하지 않는다면 난 고리타르와 아처린을 단숨에 목 베어버리고 곧장 레투니카로 진격할 겁니다!”“세실리에!”에스메가 호통을 쳤지만 세실리에의 눈동자는 광기에 차 희번덕거릴 뿐이었다. 그녀는 더 날카로운 비수를 쏟아냈다.“그리고 제국 전체에 이 흉측한 진실도 몽땅 폭로할 테니 그리 아세요! 권력을 탐낸 황녀의 이야기! 과연 진실을 알게 된 레인 경이나 백성들은 당신을 어찌 생각할지 진심으로 궁금하군요!”“세실리에! 정 그렇다면 나 역시 도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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