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라이신은 마법이라는 정교한 가면을 쓴 채, 자신만의 과학을 조용히 펼치는 중이었다.오랜 가뭄으로 바짝 말라붙은 레투니카 전역은 그야말로 거대한 마른 장작과 다름없었으니,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이 미친 불길을 잡는 일이었다.“라이신, 마력이 아닌 순수한 인간의 지혜로 비를 내리게 한다고?” “뭐랄까······ 응결핵이 조성되면 구름이 형성되는 원리인데······, 아무튼 그런 게 있어.”할 로드는 라이신의 미심쩍은 설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으나, 그래도 호쾌하게 웃어 보이며 그녀의 마력에 힘을 보탰다.얼떨결에 황궁 사방에서 치솟은 재와 매연이 라이신이 끌어올린 자욱한 수증기와 부딪히자, 거짓말처럼 유연한 먹구름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사실 전생의 장교 시절, 드라이아이스나 염화나트륨을 이용한 인공 강우에 대한 문헌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 그녀였다.하늘에서 국민의 안위를 수호하던 공군 장교 출신다운 지식과 경험이 이 이계의 땅에서 뜻밖의 기적으로 재탄생하고 있었다.다만, 수증기와 공명한 라이신의 무지갯빛 마력이 자욱한 오로라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사방이 화려하게 물들고 말았다. 예기치 않은 부산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척을 가린 채 황성의 위기를 막아설 완벽한 방어막이 되어준 셈이었다.“라이신, 무리는 금물이다. 너는 본래 가르남에 정숙히 머물러야 하는 사람이야.”공식적으로 대공비 라이신은 마력을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섀도우의 우려는 지당했다.“네, 형님. 비만 확실히 뿌리고 할 로드랑 가르남으로 돌아갈게요.”섀도우와 낮은 담소를 나누던 라이신은 문득 미하엘의 데뷔탕트 연회가 떠올라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황궁 안은 이미 참혹한 아수라장이었으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라이신의 선언에 섀도우와 할 로드는 깊은 신뢰를 보내며 도움을 주게 되었다.물론 이 대담한 작전에 동참한 대공가의 정예 기사들 역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대공비가 이 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철통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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