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무거운 마찰음과 함께 비원 병실의 문이 열렸다. 피비린내와 독한 약초 냄새가 찌들어 있던 공기 속으로, 이질적일 만큼 우아하고 짙은 홍차 향이 스며들었다.레녹은 우아하게 걸음을 멈추고는, 느릿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병상에 기대어 있는 사내를 관찰했다.'적도 성가시지만, 그녀의 곁을 맴돌 불쾌한 경쟁자라면 더더욱 살려둘 수 없지.'서린 레녹의 푸른 눈동자와, 사선을 넘나들던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상체를 꼿꼿이 세운 카일의 핏발 선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맞부딪혔다.그 숨 막히는 정적을 깬 것은 곁에서 굳어 있던 에다였다. 그녀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허리를 굽혔다."레녹 후작님. 여기까진 어쩐 일로…….""백작님의 은인께서 무사히 깨어나셨는지 확인차 들렀네."레녹이 무미건조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카일의 곁에서 잔뜩 긴장해 있는 에다를 향해 턱짓했다."에다. 이 자와 단둘이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자리를 비워주겠나.""아, 네. 후작님……."에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려던 찰나였다."멈춰."거칠고 묵직한 쇳소리가 병실 안을 울렸다. 카일의 시퍼렇게 날 선 눈동자가 레녹을 향한 채, 입술만을 비틀어 에다에게 명했다."백작께서 계속 날 간호하라 명하셨을 텐데. 어디에도 가지 말고 내 곁에 있어.""예……? 하지만, 후작님께서……."카일은 속으로 차갑게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겁에 질려 떨면서도 주인을 지키려 눈을 치켜뜨던 에다는 이미 완벽하게 검증된 아군이었다.반면 눈앞의 사내는 달랐다. 귀족의 오만함을 두른 이 낯선 불청객이, 그저 정탐을 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살수들과 같은 편인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알 길이 없었다. 에다는 카일이 내세운 최소한의 방어선이자 목격자였다.그 기민하고도 날 선 경계심을, 레녹이라고 모를 리 없었다.'……호오.'레녹의 눈 깊은 곳에 짙은 흥미가 일었다.'단순한 미친개가 아니라, 의심할 줄 아는 영리한 사냥개로군. 마음에 들어. 합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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