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켄 제국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들의 함성이 고막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황금빛 갈기의 군마의 옆에 선 카시안의 모습은 그 자체로 대륙의 질서를 쥐고 흔드는 철혈의 지배자이자 완벽한 제국의 군주였다.그의 출정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대륙의 저울을 제 발밑에 완벽하게 다시 맞추겠다는블랑은 황제의 곁에 마련된 마차에 올라타기 전, 제 귓가에 걸린 푸른빛의 귀걸이를 작게 매만졌다.‘제 모든 정보망과 자금줄을 바친 증표치고는 꽤나 앙증맞은 모양새지.’이제 이 작은 장신구 하나면 제국 전역에 깔린 레녹의 밀정들을 수족처럼 부리고, 후방의 막대한 자금을 제 뜻대로 굴릴 수 있다.'카시안의 눈앞에서는 가장 가련한 척 안겨 있으면서, 그의 등 뒤로는 이 거대한 전쟁의 판도를 완벽하게 훔쳐내는 거야.'“바람이 차.”생각에 잠겨 있던 블랑의 어깨 위로 묵직한 망토가 덮였다. 언제 다가왔는지, 카시안이 다정한 손길로 그녀의 옷매무새를 여며주고 있었다.“다시 말하지만, 막사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마. 내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 네 안전을 장담할 수 없으니.”다정함을 가장한 완벽한 통제. 블랑은 가녀린 어깨를 가볍게 떨며 그의 큰 손에 자신의 뺨을 기대었다.“당연하죠, 다만 폐하와 함께라면 괜찮은 거죠? 가끔 데리고 나가주세요.”만족스러운 듯 카시안의 입가에 짙은 호선이 그려졌다. 그가 블랑을 마차 안으로 에스코트한 뒤, 몸을 돌려 제 군마로 향했다.황금빛 갈기의 군마에 올라탄 카시안은 여유로운 시선으로 굳게 닫힌 마차의 창문을 응시했다.‘그저 발톱이나 숨긴 고양이인 줄 알았더니, 감히 내 등 뒤에서 아르센의 부활을 꿈꾸고 있을 줄이야.’그럼에도 기꺼이 모르는 척 이 위험한 동행을 허락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발버둥 쳐 보아라. 어차피 네가 되찾으려는 영토도, 네 숨결도 전부 내 것이 될 테니.’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그녀의 정체를 밝히고, 드라켄의 정식 황후로 맞이할 생각이었다.한 번 망했던 나라의 과부 황후의 재혼?자신이 황제인 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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