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음…….”블랑이 칭얼거렸지만 깨어나지는 않았다.카시안은 침대 위로 올라가, 무언가 확인하듯 블랑의 몸을 끌어안고 코를 파묻었다.킁.목덜미, 흐트러진 머리카락, 붉은 입술.그리고 다른 놈의 냄새. 그 은색 가면의 놈이 그녀의 몸에 남긴 흔적을 찾기 위해 집요하고 거칠게 살결을 탐했다.하지만 느껴지는 건 식도를 태울 듯 지독한 싸구려 위스키 냄새뿐이었다.머리가 아플 정도로 독한 알코올 향이 다른 모든 체취를 완벽하게 덮어버리고 있었다.‘……술 냄새뿐이군.’카시안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턱관절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거친 숨결에 뒤척이던 블랑이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독한 술기운에 초점 없이 풀린 몽롱한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다 제 위를 짓누르고 있는 카시안의 얼굴에 닿았다.“……어?”그녀는 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눈동자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에 들뜬 뺨을 기댄 채, 베시시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카시안…….”평소처럼 가면을 쓴 목소리로 부르는 폐하가 아니었다.그녀는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연인을 부르듯 그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블랑의 뜨거운 손가락이 허공을 더듬다 카시안의 뺨에 닿았다. 알코올로 인해 흐트러진 그녀의 머릿속은, 지금이 현재인지 과거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할 만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 있었다.“당신 눈…… 참 붉다. 태양 같아.”그녀의 손끝이 카시안의 눈가를 느릿하게 쓸었다.“그때도…… 이렇게 붉었는데.”뜬금없는 헛소리에 카시안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웅얼거림에, 카시안의 심장이 벼락을 맞은 듯 멈춰 섰다.“당신이 쥐여줬던…… 그 단검 말이야.”“……뭐?”“그거…… 꽤 쓸모 있게 썼어. 차갑고, 날카로워서…… 숨통을 끊어내기엔 아주, 제격이더라…….”카시안의 호흡이 멎었다.그것은 블랑이 알 수 없는 기억이었다. 카시안이 오직 로제에게만, 살아남으라며 제 손으로 직접 쥐여주었던 호신용 단검.블랑은 지금 꿈과 현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무너진 채 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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