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동쪽 별궁.타티아나는 화려한 침대 위에서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카시안이 자신을 황궁 안에 들이기는 했으나, 정작 밤을 함께 보내지는 않고 있었다.이대로 가만히 앉아 황제의 변덕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얇고 야릇한 레이스 속옷 위에, 속살이 고스란히 비치는 실크 가운을 걸쳤다. 그리고 탁자 위의 물그릇에 손을 담가, 제 창백한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주위로 물기를 뚝뚝 떨어뜨렸다. 흡사 끔찍한 악몽을 꾸다 깨어나 식은땀을 흘리는 가련한 여인의 그럴싸한 몰골이었다."꺄아아악!"타티아나가 허공을 향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밖에서 대기하던 시녀장이 사색이 되어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마, 마님! 무슨 일이십니까!""얀…… 얀을 불러줘! 너무 무서워! 엘런이, 그 악마가 날 쫓아와!"타티아나는 숨이 넘어갈 듯 바들바들 떨며, 시녀장의 옷자락을 틀어쥐고 소리를 질렀다.시녀장이 황급히 전갈을 보내러 달려 나간 뒤, 타티아나는 텅 빈 응접실을 초조하게 서성였다.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린 듯 화려한 융단 위에 처연하게 웅크려 앉았다.‘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여기야.’그녀는 얇은 실크 가운의 한쪽 어깨를 일부러 느슨하게 끌어내렸다. 그러자 새하얀 속살 위로 엘런의 채찍이 남긴 붉고 흉측한 흉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그리고 이렇게 하면…….”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가느다란 양팔을 교차해 어깨를 감싸 안으며,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 파들파들 떠는 시늉을 했다.“완벽하지.”'얀은 절대 이 상처를 외면하지 못해. 그의 동정심이야말로, 이곳에서 살아남을 내 가장 확실한 무기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혀 있던 무거운 문이 열렸다.카시안의 눈동자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화려한 융단 위였다. 그곳에는 타티아나가 애처롭게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얇은 실크 가운이 어색하게 흘러내려, 그녀의 하얀 어깨를 가로지르는 흉측한 붉은 흉터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그 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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