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안은 짐짓 애틋함을 꾸며내며 난간에 몰아넣었던 그녀의 손목을 다정하게 감싸 쥐었다.“어떻게 된 거야. 그 화려한 왕자비가, 왜 이런 곳에 있지?”카시안의 다정한 물음에 타티아나는 왈칵 눈물을 쏟았다.“도망쳤어. 그 사람이… 엘런이 미쳤거든.”“미쳐?”“응. 매일같이 날 때리고, 학대하고… 아이린이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었을 거야. 겨우 도움을 받아 기분 전환이라도 하러 나왔어.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타티아나는 카시안의 옷자락을 생명줄처럼 꽉 쥐었다.“얀, 나를 지켜줘. 네가 도와준다면… 난 수도로 돌아오고 싶어.”카시안은 겉으로는 그녀의 떨리는 손을 마주 잡고 위로하는 척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이 어리석은 여자를 옭아매고 서연합의 숨통을 끊어버릴 잔인한 덫을 짜고 있었다.“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타티아나의 눈동자가 기쁨으로 잘게 흔들렸다.‘역시, 나에게 관심이 있었어. 내 아이까지 알고 있잖아.’“……시골 영지에 숨겨두고 왔어. 엘런이 아이마저 해칠까 봐. 네가 우릴 보호해 준다면, 아이를 데려올 수 있어.”“아이를 숨기다니, 엘런이 가만히 있던가?”“그 사람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얼굴 때문에…….”타티아나가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얼굴?”“그래. 흉측하게 망가졌어. 아르센의 그 독한 황후… 로셀린이 칼로 그어버렸거든.”순간, 타티아나를 내려다보던 카시안의 나른한 눈매가 기괴하게 꿈틀거렸다.로제가, 그리고 지금의 블랑이. 엘런의 얼굴을 그었다?쿵, 쿵, 쿵.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하.’첫사랑을 마주한 애틋함 따위가 아니었다.‘하…… 내가 준 칼을 미치도록 사랑스럽게 잘 써 먹었군.’그저 울고 있거나, 도망치거나 하지 않았다.창문 아래로 몸을 날리기 전, 엘런의 얼굴을 난도질했다는 사실이 카시안의 아랫도리를 뻐근하게 만들 정도로 지독한 쾌감을 끌어올렸다.‘잘했어, 로제. 아주 훌륭해.’카시안은 터져 나오려는 환희의 웃음을 혀를 씹어가며 억지로 억눌렀다.“저런.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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