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모래바람과 짙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드라켄 황성 외곽의 용병 투기장.“크아악-!”곰을 맨손으로 때려잡는다던 거구의 용병이 치켜든 철퇴가 허공을 가르기도 전이었다.잿빛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의 검이 벼락처럼 쏘아져 나갔다. 화려한 검기도, 대단한 초식도 없는 그저 단순한 내려치기.하지만 그 한 번의 궤적을 따라 대기가 비명처럼 찢어지더니,콰앙-!!고막을 터뜨릴 듯한 폭음과 함께 거구의 용병이 모래 바닥으로 처박혔다.방패 역할을 하던 두꺼운 강철 갑옷이 종잇장처럼 우그러져 있었고, 사내가 내리친 검 끝을 중심으로 모래 바닥이 거대한 크레이터처럼 푹 파여 사방으로 쩍쩍 갈라져 있었다.투기장을 메우고 있던 수백 명의 용병들 사이로 찬 물을 끼얹은 듯한 서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미, 미친…… 방금 저게 뭐야? 검기 같은 건 뿜어내지도 않았잖아!”“그냥 순수하게 완력으로 짓눌러 버렸다고? 저딴 괴물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심사를 보던 황궁 수비대장조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수십 년 검을 쥐어온 그의 눈에도 방금 전의 일격은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단순한 검술 훈련 따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이치의 힘이 아니었다.흡사 거대한 비늘을 가진 마수나, 전설 속 용이 발톱을 휘두른 것만 같은 흉흉하고 이질적인 파괴력.“하, 합격! 대체 어디서 굴러먹다 온 기인인지는 몰라도 솜씨 하나는 기가 막히군. 네놈의 이름이 무엇이냐!”수비대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외쳤다.사내는 무심한 손길로 검에 묻은 핏자국을 털어내며 투박한 가죽 가면 너머로 낮게 읊조렸다.“……카일.”수비대장이 합격패를 던져주며 호탕하게 웃었으나, 남자의 금빛 눈동자는 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다.합격패를 꽉 틀어쥔 카일, 아니 레온은 가면 너머로 드라켄의 거대한 황성을 쏘아보았다.카시안의 서쪽 별궁에 들어앉았다는 천박한 정부, 블랑 백작.국경의 술집에서 떠도는 소문은 퍽 기가 막혔다.출신도 모르는 창부 주제에 황제를 홀려 백작 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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