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의 수도 칼텐부르크.나른한 봄볕 아래 평화롭던 도시의 공기는, 일순간 비릿한 피 냄새와 뜨거운 무쇠의 열기에 짓눌려 굳어버렸다.먼저 들린 것은 말발굽 소리가 아니었다.규칙적인 철제의 파동, 대지를 가르는 짐승의 박동이었다.“……왔다.”군중 속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성문 너머로 검붉은 그림자가 폭포수처럼 들이닥쳤다.북방의 포식자, 드라켄 제국의 황실 근위대.태양 빛을 집어삼킬 듯 번쩍이는 흑철색 갑옷들은 흙먼지 하나 없이 오만했다.300명의 기사들이 내뿜는 살기는 도시를 순식간에 질식시킬 듯 무거웠다.그들의 등 뒤에서 펄럭이는 붉은 망토는, 마치 대륙을 피로 물들이며 밀려오는 파도 같았다.그리고 그 검은 파도의 정중앙.그 틈을 가르며 한 마리의 거대한 흑마가 모습을 드러냈다.드라켄의 젊은 황제, 카시안.“저, 저 사람이…… 소문의 그 전쟁귀?”“세상에…… 미친 짐승이라더니, 비현실적으로 아름답잖아?”흉터 투성이의 야수를 상상했던 이들은, 그의 기이할 정도로 오만한 아름다움에 숨을 멈췄다.밤의 장막을 잘라 만든 듯한 칠흑 같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거칠게 흩날렸고, 조각도로 깎아낸 듯 선명한 이목구비는 오만할 정도로 우아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 홀려 시선을 마주친 순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감각에 뒷걸음질 쳤다.나른하게 내려뜬 눈매 속, 타오르는 루비처럼 붉은 동공이 번뜩였다.그것은 베어 넘길 사냥감의 급소,혹은 탐닉할 수컷의 욕망을 찾는 짐승의 것이었다.카시안은 자신을 향한 군중의 경외와 공포를 즐기듯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가죽 장화가 말 배를 차는 묵직한 소리가 긴장된 공기를 때렸다.‘한심하군.’그는 고삐를 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오직 시선만으로 아르센의 성벽을 훑었다.방비는 허술했고, 병사들의 눈엔 기강 대신 나태함이 그득했다.짓밟아 무너뜨리고, 그 위에 군림하기 딱 좋은 먹잇감이었다.그의 위험한 시선이 움직일 때마다, 구경하던 귀족 부인들은 묘한 수치심과
最終更新日 : 2026-04-06 続きを読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