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결국 들키고 말았다는 절망감에 눈동자가 순식간에 어둡게 가라앉았다.변명이라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온세아는 더는 그의 얼굴조차 보고 싶지 않았다.“당장 나가. 내 방에서 꺼져!”...다음 날, 그녀는 이채린이 소개해 준 사촌 언니의 변호사 남자친구를 만났다.온세아는 최대한 빨리 이혼 합의서 초안을 작성해 달라고 부탁했다.어젯밤 구형민에게 패를 까 보인 이상, 이혼을 지체할 이유는 없었다.그토록 온아정을 사랑한다는데, 결실을 보도록 기꺼이 비켜 주는 게 맞지 않겠는가....어느덧 회사의 기념 파티 날이 밝았다.경영진은 물론, 중요한 협력사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눈부신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오갔다.모두가 자신이 주인공인 양 한껏 치장하고 나타났으나, 오직 온세아만은 예외였다.그녀는 마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 옅은 화장에 수수한 연회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세아야, 왜 그 에메랄드 드레스 안 입었어?”이채린은 온세아의 수수한 차림새를 보고 한마디 했다.오늘 밤 초대된 여자들은 하나같이 짙은 화장에 화려한 차림으로 기 싸움을 벌이며, 이 기회에 높은 분이라도 한 명 낚아보려 혈안이 되어 있지 않은가.그런데 온세아는 달랐다.타고난 미모를 가졌으면서도 저렇게 소박하게 꾸미고 있으니, 완전 무장한 ‘여우’들에게 기가 눌릴까 봐 조바심이 났다.“오늘 밤은 회사의 축하 연회지, 내 생일 파티가 아니잖아. 그냥 튀지 않게 입는 게 마음 편해.”온세아가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래도...”이채린이 반박하려던 찰나, 입구 쪽에서 크고 훤칠한 실루엣 하나가 걸어 들어왔다.몸에 딱 맞는 블랙 슈트는 남자의 탄탄한 어깨와 가슴, 다리 라인을 근사하게 드러냈다.주변을 감싼 공기는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권태혁이 나타난 순간, 연회장 곳곳에서 여자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대표님이 오셨어!”남자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그에게 다가가 아첨을 떨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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