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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Author: 알보
칠흑 같은 눈동자가 온세아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 시선은 지독하리만큼 집요해서, 마치 이 넓은 연회장에 오직 두 사람만 존재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온세아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정말 이 수많은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의 앞까지 걸어올까?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는 권태혁을 보자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일제히 길을 터주었다.

그는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왔다.

깊고 검은 눈동자는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 일렁거렸다.

온세아는 옴짝달싹 못 한 채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렸다.

곁에 있던 이채린은 경악과 기쁨이 섞인 표정으로 그녀의 팔을 연신 꼬집어댔다.

“세아야, 대표님 진짜 너한테 반한 거 아냐? 지금 널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데?”

친구의 호들갑에 온세아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조차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들었다.

자신은 엄연히 유부녀인데,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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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제121화

    ‘보잘것없는 일?’온세아는 가슴이 날카로운 뭔가에 쿡 찔린 것 같았다.온아정과 심미란이 사람을 사주해 온세아에게 약을 먹인 끔찍한 사건이 성해연의 눈에는 그저 보잘것없는 일로 치부되고 있었다.반면 온석원이 가문을 물려받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어릴 때부터 온세아가 억울함을 호소할 때마다 성해연은 늘 온석원을 위해 참으라고 강요했다.그동안 성해연이 온씨 가문에서 온철환에게 외면당하고 심미란에게 구박받으며 살아온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성해연이 꾹 참았던 게 온세아 때문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의 이익을 바쳐 심미란과 온철환에게 머리를 숙이며 아부했다.성해연에 대한 실망감이 점점 더 커졌다.“엄마, 나 이제 너무 지쳤어요. 앞으로 그 누구든 나한테 상처 주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온세아는 성해연을 보며 쓸쓸한 미소를 짓고는 미련 없이 룸을 나섰다.뒤에서 성해연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와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밤의 장막이 내려앉았다.온종일 혼자 정처 없이 거리를 방황하던 온세아는 우연히 눈에 띈 바 안으로 주저 없이 들어갔다.지금 온세아에게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머릿속을 마비시켜 줄 독한 알코올이 절실했다.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아 가장 독한 술 한 병을 주문해 다짜고짜 들이켰다.반병쯤 비웠을 무렵 목구멍과 위장이 타들어 간 건 물론이고 마음까지 타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온세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술을 들이켰다. 최대한 빨리 마셔서 취하고 싶었다. 완전히 취해버리면 고통이 좀 덜해지진 않을까?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 온세아의 곁으로 다가왔다.“어이, 아가씨. 술 잘 마시네? 내가 몇 병 더 사줄까?”온세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흐릿해진 초점을 겨우 맞춰 눈앞의 남자를 쳐다봤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낯선 남자였다.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계속 술을 마셨다. 그녀의 무시에도 남자는 화를 내지 않고 되레 온세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아가씨, 튕기지 말고 나랑 놀자.”온세아가 불쾌한

  •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제120화

    “들어가면 들어가라죠, 뭐.”온세아가 성해연의 말을 가로채자 성해연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방금 뭐라고 했어?”그녀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든 말든 상관없다고요. 어차피 난 그 사람들과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니까요.”지난번 온씨 가문 본가를 나설 때 온세아는 이미 온철환, 심미란과 완전히 척을 지고 돌아섰다. 그들이 그녀를 용서해 줄 거라고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다만 마음 한구석에 아주 일말의 기대를 품었던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어머니 성해연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이렇게 빨리 깨져버릴 줄은 몰랐다.성해연이 분노를 터뜨리며 물었다.“온세아,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로 온씨 가문과 연을 끊겠다는 거야?”“여사님은 날 온씨 가문에서 쫓아내지 못해 안달이고 아빠는 나한테 관심도 없잖아요...”온세아가 성해연을 보며 말했다.“엄마는요? 엄마는 나한테 관심이 있기는 해요?”성해연의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마음에 없는 소리를 억지로 쥐어짜 냈다.“엄마야 당연히 네가 온씨 가문을 떠나는 걸 바라지 않지.”거짓말인 걸 간파한 온세아는 가슴속에 서글픔이 밀려왔다.“걱정하지 마세요. 떠나도 나 혼자 떠나는 거고 나만 온씨 가문과 연을 끊는 거니까 엄마한테는 털끝만큼의 피해도 안 갈 거예요.”온세아는 잘 알고 있었다. 온석원이 온씨 가문에 있는 한 성해연이 그녀와 함께 온씨 가문을 떠날 리가 없다는 것을.예전에는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성해연이 그녀를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의 잔인한 민낯을 보게 된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온세아는 이제 다 컸고 더는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며 매달릴 어린아이가 아니었다.이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었다.정곡을 찔린 듯 성해연의 안색이 여러 번 변했다.“엄마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저 네가 걱정돼서.

  •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제119화

    전화를 끊은 뒤 온세아가 미안한 기색으로 권태혁에게 말했다.“대표님, 저희 엄마가 절 급하게 찾으시네요.”그러고는 차에서 내리려는데 권태혁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주소.”온세아는 멈칫했다가 어머니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말했다. 그러자 권태혁이 곧바로 운전기사에게 그곳으로 먼저 가라고 지시했다.그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선뜻 바래다주겠다고 할 줄은 미처 몰랐다....은풍각.성해연이 평소 자주 와서 차를 마시는 찻집이었다.권태혁의 고급 세단에서 내린 온세아는 곧장 2층 룸으로 향했다. 성해연이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온세아가 성해연을 향해 걸어갔다. 성해연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저 차갑게 물었다.“방금 널 바래다준 사람 누구야?”성해연이 2층 창가에서 온세아가 권태혁의 롤스로이스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것이라 짐작했다.“우리 회사 대표님이세요.”그녀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세아를 쏘아보았다.“둘이 무슨 사이야?”온세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죠.”적어도 지금은 정말 그랬다.그런데 성해연의 눈빛이 온세아를 몹시 불편하게 했다. 의혹과 트집으로 가득 찬 걸 보면 그녀가 뒤에서 나쁜 짓이라도 저질렀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어릴 때부터 성해연의 눈빛에는 다른 어머니들이 자식을 볼 때 나오는 따뜻한 사랑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온아정을 볼 때 늘 온화하고 자상한 빛이 감돌았다.가끔 온아정이 귀찮아하며 쌀쌀맞게 굴어도 성해연은 인내심 있게 온아정을 감싸 안았다.반면 온세아를 대할 때 성해연의 인내심은 항상 바닥을 드러내곤 했다.“네가 지금 유부녀라는 사실을 잊지 마.”성해연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온세아는 성해연에게 구형민과 이혼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집 딸들처럼 어머니의 품에 안겨 구형민과 결혼한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설움을 겪었는지 하소연하고 싶었다.하지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제118화

    ‘경다혜를 말하나? 경다혜가 대표님 약혼녀가 아니었어?’온세아의 두 눈에 의구심이 스쳤다.권태혁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다가 저도 모르게 단단한 가슴팍을 어루만지고 말았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었다.온세아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눈앞의 섹시하고 탄탄한 가슴 근육을 쳐다봤다.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그녀가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 귓불 역시 제멋대로 화끈거리며 열이 올랐다.얼굴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 하는 온세아를 보는 권태혁도 몸이 이상하리만큼 뜨겁게 달아올랐고 눈빛이 이글이글 타올랐다.온세아는 순간 머리가 쭈뼛 서는 것만 같았다. 어설픈 변명을 권태혁이 믿어주었을지 알 길이 없었다. 서둘러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곧장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심호흡하며 요동치는 마음을 진정시킨 뒤 흐르는 물로 세수했다.밖으로 나왔을 땐 놀랍게도 권태혁이 이미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침대에서 내려와 있었다.짙은 색의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안색이 어제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조각 같은 외모와 훤칠하고 늠름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고하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시선을 압도했다.“왜... 일어났어요?”온세아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오늘 퇴원이야.”권태혁이 덤덤하게 설명했다.“퇴원요?”그녀가 화들짝 놀란 눈치였다.‘어제 다쳤는데 오늘 바로 퇴원이라고?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을 텐데.’권태혁이 고개를 들고 답했다.“집에 가서 쉬려고.”온세아가 다시 한번 흠칫 놀랐다.‘집에서 편히 쉬며 치료받겠다는 뜻이구나. 하긴, 병원에 계속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지.’“이리 와서 나 좀 부축해.”권태혁의 느닷없는 명령에 온세아가 머뭇거리며 쭈뼛쭈뼛 다가갔다.그런데 앞에 가자마자 권태혁이 기다란 팔로 온세아를 품 안으로 확 끌어당겼다. 온세아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대표님...”“기운이 없어서.”권

  •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제117화

    그때 옆에서 매력적인 중저음이 들려왔다.“깼어?”온세아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더니 권태혁이 그녀의 옆에 누워 있었다.‘나 왜 침대에 누워 있어?’그녀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하얗던 얼굴이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물들었고 귓불까지 화끈거릴 정도로 열이 올랐다.“제... 제가 왜 대표님 침대에 누워 있어요?”권태혁이 물 한 잔과 어젯밤 사람을 시켜 가져오게 한 약을 자연스럽게 온세아에게 건넸다.“어젯밤에 병이 발작했었잖아.”그의 말을 듣고서야 온세아도 기억이 났다.어젯밤 권태혁의 병실에서 갑자기 병이 도져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몸을 적셨었다. 그런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결국 버티다 못해 권태혁에게 약을 구해달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약을 기다리며 소파에 누워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대표님 침대에 누워 있는 거지? 설마 어젯밤에 약이 오기 전에 참지 못하고 내가 먼저 침대로 기어 올라간 건 아니겠지?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대표님을 덮친 거야?’“혹시 어젯밤에 제가....”온세아가 입술을 깨물면서 용기를 내어 물었다.권태혁이 깊은 눈빛으로 온세아를 빤히 응시하며 되물었다.“세아 씨가 뭐?”그녀는 도저히 권태혁의 눈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다.“그러니까 제가 대표님께 혹시 몹쓸 짓이라도 했나요?”‘몹쓸 짓?’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했지. 그것도 아주 많이.”온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내가 진짜 미쳤지... 어떻게 상사를 덮쳐?’하지만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온세아가 서둘러 사과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어젯밤에 갑자기 발작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그러고는 권태혁이 건넨 약과 물컵을 받고 단숨에 들이켰다.그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나한테 어떻게 보상해줄 거야?”“보상요?”온세아가 움찔했다.‘보상할 필요까지 있나요? 대표님도 저한테 빚을 졌다고 하셨잖아요.’“돈 이미 다 지불했는데요...”

  • 은밀한 진료:대표님의 달콤한 처방   제116화

    권태혁이 통화를 마치고 돌아섰을 때 온세아가 소파 위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발작이 일어났을 때 오랜 시간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정신을 잃게 된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훨씬 더 격렬한 발작이 찾아올 것이다.권태혁이 미간을 찌푸린 채 온세아가 누워 있는 소파 옆으로 다가갔다. 온세아가 두 눈을 질끈 감고 관능적인 자세로 누워 있었다.조금 전까지 이어진 발작 때문에 옷이 엉망으로 흐트러졌다.가늘고 하얀 두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난 건 물론 가슴이 보일 듯 말 듯했다.권태혁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더니 하복부에서부터 뜨거운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커다란 몸을 숙여 온세아의 붉은 입술을 탐하려던 그때 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권태혁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조금 전 그가 전화했던 사람이 약을 가지고 왔다.다만 아쉽게도 한발 늦었다. 온세아가 이미 깊은 수면 상태에 빠졌다.약을 받아 들고 문을 닫은 뒤 더는 소파에 누워 있는 온세아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다. 여기서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았다간 오늘 밤 그도 꼬박 밤을 지새워야 할 게 뻔했으니까.권태혁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아무리 뒤척여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에 조금 전 온세아가 요염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있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결국 참지 못하고 힐끗거렸다.곤히 잠든 온세아를 보면서 매혹적인 이목구비를 눈에 담았다.봄날의 잔잔한 연못 같던 권태혁의 마음이 온세아라는 돌멩이가 사정없이 날아와 마구 일렁거렸다.난생처음 느껴보는 만족감이 그의 텅 빈 마음을 빈틈없이 채웠다.권태혁은 직감했다. 그녀에 대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것을.온세아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계속 끌렸다.‘이러다 나 진짜 상간남이 되는 거 아니야? 젠장.’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뒤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안고 소파 쪽으로 걸어가 온세아에게 덮어줬다.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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