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영은 예를 표하려는 경왕비를 이를 슬쩍 피해 유씨 노부인의 뒤로 물러섰다. 유씨 노부인은 손녀의 거침없는 태도에 속으로 너무 무모하게 군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지영이가 저리 말했으니 이 일을 인정한 셈입니다. 경왕비 마마, 우리 진국공부는 한 번 내뱉은 말은 절대 번복하지 않습니다!"송씨가 가로채듯 서둘러 입을 연 것은, 태후가 사사건건 유지영의 편만 들 리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유선주가 담시령 때문에 서러움을 삼켜야만 했으니, 유지영 역시 좋게 시집가게 둘 수 없었다.정왕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이리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나. 군주가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 공언했으니 우리가 모두 증인이네!"뭇 사람들의 눈앞에서 스스로 함정을 파다니, 정왕비는 속으로 유지영을 멍청하다 욕하며 경왕비를 돌아보았다."날이 벌써 저물어 가니 경왕비는 입궁하려거든 서두르는 게 좋겠군. 우리도 어서 기쁜 소식을 듣고 싶구려.""암요, 그렇고말고요."몇몇 부인들이 옆에서 부추기자, 경왕비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몸을 돌려 민경주를 류 부인에게 잠시 부탁한 뒤,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경왕비가 떠나자, 류 부인은 서둘러 분위기를 수습하며 연극을 관람하고 꽃을 구경하도록 좌중을 이끌었다. 어린 규수들은 정자 아래 모여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그 무리에는 민경주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앉아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기세를 풍겼다. 간간이 유지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오만과 멸시가 가득했다.“큰언니, 이따가 정말로 경왕비께서 민 소저의 혼약 허락을 받고 돌아오시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정 안 되면 파혼하면 되잖아요.”유선주가 곁으로 바짝 다가와 소근거렸지만 그 어투에는 고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마침 곁에 유씨 노부인이 앉아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분명 이보다 더한 망언을 쏟아냈을 것이다.유지영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무시로 일관했다.그러자 송씨가 혀를 차며 끼어들었다.“지영이 너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