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영은 두 손을 합장한 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지영아, 네가 듣고 있다는 걸 알아.""우리는 한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사이가 아니냐."그 한마디 한마디가 유지영의 귓가에 끔찍한 소음처럼 들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증오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곳에 계신 부처님 앞에서, 세자께서는 방금 한 말에 한 치의 사심도 없으며 오직 죄책감 때문이라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배준형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세 손가락을 치켜들었다."나 배준형은....""만약 한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정왕부 전체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당신이 원하는 바를 절대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맹세할 수 있나요?"유지영은 차갑게 덧붙였다.배준형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세자가 후회하는 건 지금 정왕부가 몰락했기 때문이지요. 나를 이용해 다시 일어서고 싶을 뿐이면서 어찌 이리 가증스럽게 구십니까."유지영이 정곡을 찔렀다.배준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배현준이 널 정실로 맞이한 게, 진심으로 널 연모해서인 줄 아느냐?"유지영은 코웃음을 쳤다."당신이 감히 내 부군과 비교될 자격이나 있습니까?"그 말에 배준형은 순식간에 분노를 터뜨렸다. 그가 유지영을 움켜잡을 기세로 손을 뻗자, 운청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유지영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배준형을 내려다보았다. 올라간 입꼬리에는 경멸과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주변에 보는 눈이 많지 않았다면 호되게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그녀는 조용히 불당을 나섰다.배준형의 시종이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잠시 후, 배준형이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왔다. 유지영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의 눈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불타오르고 있었다."이 일이 너와 무관하길 바란다. 만약 네 짓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말을 마친 그는 소매를 떨치며 다급히 사라졌다.그때 운민이 다가와 유지영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엽 가주가 자객의 습격을 받아 죽었습니다."유지영은 안도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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