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안녕, 나의 도플갱어 / Chapter 11 -الفصل 20

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0

53 فصول

[제11화] 11월의 흩날리는 벚꽃

루나 바의 공사는 가을비와 함께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회색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빗방울이 바다의 경계선을 지워가고 있었다. “해솔 씨, 이거 좀 마셔요. 비 오니까 으슬으슬하네.” 봄이 해솔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을 건넸다.해솔은 고맙다는 듯 미소 지으며 잔을 받아들었다.두 사람의 손가락 끝이 살짝 스쳤고, 봄의 얼굴에는 발그레한 홍조가 피어올랐다.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은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잔을 받아드는 해솔의 손동작, 뜨거운 김을 식히기 위해 살짝 숙인 고개의 각도. ‘…현우야.’ 순간적으로 과거의 잔상이 겹쳐졌다.은재가 연습실에서 밤을 지새울 때마다, 현우는 딱 저런 표정과 저런 손길로 은재의 잔을 받아주곤 했었다.지독하게 닮아있는 저 습관들이 은재의 심장을 헤집어 놓았다. “이은재 씨,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멍해져 있던 은재가 해솔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해솔은 어느새 잔을 든 채, 곤란한 듯 미소를 지으며 은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빤히 보시니까… 제가 무슨 큰 실수라도 한 것 같아서 긴장되네요.” 해솔이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건넨 말에 은재는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현우와 똑같은 저 습관적인 몸짓, 하지만 자신을 이은재 씨라 부르며 정중하게 선을 긋는 낯선 공기.그 간극이 은재에게는 칼날보다 더 아프게 다가왔다.은재는 타들어 가는 속을 감추며 애써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때, 자재 정리를 하던 도윤이 툴툴거리며 다가와 바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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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비에 젖은 과거.

붉은 ‘ON AIR’ 등이 스튜디오 안을 서늘하게 비췄다.한결은 마이크 앞에 앉아 있었지만, 시선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헤매고 있었다.불과 몇 분 전까지 대기실에서 수백 번도 넘게 돌려봤던 은재의 SNS 영상.그 짧은 영상 속에서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갔던 한 남자의 얼굴이 망막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았다.4년 전 사고로 실종되었던 현우와 소름 끼치도록 닮은 그 남자의 존재를 한결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존재가 실재한다는 감각은 매분 매초 한결의 목을 죄어왔다. ‘그럴 리 없어. 죽었잖아. 그냥 닮은 사람일 뿐이야.’ 한결은 스스로를 세뇌하며 노래를 시작했다.하지만 신곡의 전주가 흐르는 순간, 머릿속에서 영상 속 해솔의 미소와 과거 현우의 목소리가 뒤섞여 폭발했다.결국, 완벽을 자부하던 한결의 목소리가 처참하게 갈라졌다.고음부에서 터져 나온 비명 같은 음이탈에 부스 너머 스태프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죄송합니다. 목 상태가 갑자기 너무 안 좋네요.” 한결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프로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마이크를 잡은 손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어떻게든 방송을 마무리한 한결은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에 올라탔다.목적지는 고성이었다.은재의 영상 속에서 보았던 그 얼굴이 자꾸만 망막을 괴롭혔다.헛것을 본 게 아니라면, 그래서는 안 될 사람이 살아있는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그게 누구든,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단 한 순간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가속 페달을 밟은 한결의 발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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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현우가 아닌 해솔

해솔의 손에 손목이 잡힌 채, 한결은 숨도 쉬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빗물에 젖어 서늘하게 빛나는 해솔의 눈동자는 마치 마주해서는 안 될 무언가처럼 섬뜩했다.4년 전, 그 지독했던 기사들과 함께 묻어버렸다고 믿은 사실이 이 남자의 얼굴을 빌려 자신의 것을 빼앗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놔.” 한결이 짓씹듯 뱉어냈지만, 해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움켜쥔 손에 힘을 더하며 한결을 은재로부터 멀찍이 밀어냈다. “그냥, 가시죠. 더 추해지기 전에.” 해솔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한결은 그 낯선 음절 하나하나가 심장에 박히는 기분을 느끼며 굳어버렸다.자신이 알던 강현우라면 절대로 내뱉지 않았을 말투, 그리고 단 한 점의 동요도 없는 무표정한 안색.눈앞의 남자는 분명 강현우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뿜어내는 기운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너… 너 정말 누구야?” 한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해솔은 대답 대신 차가운 시선으로 한결을 꿰뚫어 볼 뿐이었다.그 지독한 무관심.마치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생경한 눈빛에, 한결은 오히려 소름이 끼쳤다.현우가 화를 내거나 원망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하지만 완벽한 타인처럼 자신을 밀어내는 해솔의 기운에 압도된 한결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뒷걸음질 쳤다.국민가수 박한결이 남긴 것은 빗물에 젖어 꼴사납게 흩어진 발자국뿐이었다. “은재 언니! 언니!&rd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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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가면 뒤의 리사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밤으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해솔은 결국 은재의 끈질긴 설득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고, 정식 가수가 되기 위한 길을 걷기로 했다.루나 바의 후미진 창고는 어느새 방음재가 덧대어진 아담한 음악 작업실로 탈바꿈해 있었다.악보가 널브러진 책상과 투박한 마이크 하나가 전부인 공간이었지만, 그곳에는 이전과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2주 전, 그날도 그랬다. “좋아요. 정식으로 노래할게요.” 은재의 집요한 제안에 해솔이 결국 고개를 끄덕이던 날이었다.단순히 바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시간을 넘어, 은재가 만든 곡으로 정식 데뷔를 준비하겠다는 해솔의 선언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도윤이었다.도윤은 짐짓 귀찮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창고 열쇠를 탁자 위에 툭 던졌다. “야, 윤해솔. 바에서 라이브나 하던 때랑은 차원이 다른 거 알지? 이왕 마음먹은 거 제대로 해라. 저쪽 창고 치우고 방음 공사 좀 하면, 은재 씨랑 너랑 작업하기 딱일 거다.” “그럼, 우리 집은요? 사장님, 저희 여기서 지내기로 했잖아요!” 당황한 소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도윤은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2층 계단을 가리켰다. “가게 2층에 예전에 창고로 쓰던 작은 방 하나 더 있어. 거기가 여기보다 웃풍도 덜하고 따뜻해. 아, 좁아터졌다고 투덜대지나 마! 공사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렇게 은재와 소망은 도윤의 투박한 배려 덕분에 2층 방으로 짐을 옮겼고, 비어버린 1층 창고는 오롯이 해솔의 목소리와 은재의 선율이 쌓이는 밀폐된 작업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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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우리

작업실 안의 공기는 바깥의 습기 찬 공기와는 다른 의미로 짓눌려 있었다.한 달이라는 시간은 은재에게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해솔이 무심코 악보를 넘기는 손가락의 각도, 집중할 때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 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마이크 앞에 섰을 때 공간을 채우는 그 특유의 울림까지.그건 부정할 수 없는 강현우였다. “해솔 씨, 잠시만요.” 은재가 헤드셋을 벗으며 인터폰 너머로 말을 건넸다.부스 안의 해솔이 무표정한 얼굴로 은재를 바라봤다. “방금 그 소절, 조금 더… 아니, 아주 조금만 더 낮고 긁는 듯한 소리로 내줄 수 있을까요? 원래 그… 그 곡의 감성은 이랬거든요.” 은재는 자신도 모르게 원래 현우는 이렇게 불렀다는 설명을 덧붙이려다 멈칫했다.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이미 해솔이 아닌, 기억 속의 누군가를 향한 갈망이 넘실거리고 있었다.해솔은 대답 대신 마이크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잠시 후, 그가 헤드셋을 한쪽만 벗어 어깨에 걸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재 씨.” “네, 해솔 씨.” “지금 나한테 노래를 시키는 겁니까, 아니면 어디 있는지 모를 그 사람 목소리를 흉내 내라고 주문하는 겁니까?” 은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예상치 못한 직설적인 반응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게 무슨… 저는 그저 곡의 완성도를 위해서…&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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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은재의 아침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시골의 아침이었다.하지만 은재가 대문을 열고 나섰을 때 마주한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끈적하고 이질적이었다.간밤의 울음으로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은재는 마을 슈퍼로 향했다.해솔의 목소리를 관리해 줄 도라지청이라도 사볼까 하는 관성 같은 걱정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평소 같으면 살갑게 대답해 줬을 슈퍼 주인 할머니가 은재의 인사에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곁에 모여 있던 마을 부녀회 사람들도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 그들은 은재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대신 은재의 뒤통수나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 끝을 훑으며 자기들끼리 눈짓을 주고받았다.은재가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자, 할머니는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닿은 것처럼 황급히 거스름돈을 밀어 넣었다. “저, 할머니.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아이고, 몰라. 난 아무것도 몰라. 그냥 어여 가.” 쫓기듯 슈퍼를 나온 은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등 뒤로 부녀회 사람들의 목소리가 칼날처럼 날아와 박혔다. “세상에, 얼굴 좀 봐. 저렇게 곱상한 얼굴을 하고는 뒤로는 그런 짓을 하고 다녔대?” “그러게 말이야. 무서워서 원, 사람 속은 정말 모르는 거라니까.” “우리 마을에 저런 여자가 붙어있었다니 소름 돋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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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불길한 예감

봄이는 거실 창밖으로 멀어지는 해솔의 뒷모습을 보며 손에 쥐고 있던 유리컵을 바닥에 내던졌다.챙그랑,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안중에도 없었다. “해솔 씨가 감히… 그년 편을 들어?”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은재를 쫓아낼 생각이었지만, 해솔의 단호한 보호는 봄이의 계산에 없던 변수였다.해솔을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부숴버리는 게 나았다.은재는 더더욱 살려둘 수 없었다.봄이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꺼내 차단 목록 깊숙이 처박아두었던 번호 하나를 해제했다.그는 이번에 마을 곳곳에 은재의 가짜 전단지를 직접 제작하고 배포했던 장본인이자, 봄이의 지저분한 서울 생활을 공유했던 전 남친, 상철이었다. “오빠, 나야. 부탁 하나만 더 하자.” “나 되게 비싼 거 알지? 이번 전단지 작업도 꽤 공들였거든.” 수화기 너머 상철의 목소리에 봄이는 입술을 비틀며 독기 어린 눈을 빛냈다. “돈은 얼마든지 줄게. 대신 이은재 그년, 오빠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으니까 서울 가기 전에 아주 바닥을 치게 만들어 둬. 내 눈앞에서 영원히 치워버리라고.” 비열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상철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지져 끄며 은재의 사진을 훑었다. “나야 좋지. 안 그래도 전단지 만들면서 보니까 딱 내 스타일이더라고. 내가 아주 진하게 보살펴줄게. 사진이랑 영상도 예쁘게 찍어서 너한테 보내주면 되는 거지?”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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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녹화중입니다.

은재가 분신처럼 챙기던 에코백이 흙바닥에 거칠게 짓눌린 채 나뒹굴고 있었다.그 옆으로는 급브레이크를 밟은 듯한 선명한 타이어 자국이 흙을 깊게 파헤쳐 놓았다.도윤이 허리를 숙여 가방 근처에서 아직 연기가 피어오르는 외제 담배꽁초를 집어 들었다.그걸 본 순간, 도윤의 얼굴에서 시골 청년의 순박함이 씻은 듯 가셨다.느슨하게 풀려 있던 눈매가 날카롭게 벼려졌고, 입가에 머물던 헤픈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형… 이거 은재 씨 가방인데… 은재 씨 어디 간 거예요? 설마 아까 그 차가?” “해솔아.” 도윤의 목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낮고 정교한 서울 표준어로 바뀌었다.해솔이 움찔하며 도윤을 바라봤다.도윤의 눈은 이미 평범한 이웃 형의 눈이 아니었다. “가서 내 지프차 시동 걸어. 연장도 챙기고.” “형…? 그게 무슨…” “빨리 움직여! 시간 없어!” ***폐창고 안, 은재는 차가운 철제 의자에 묶인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안대가 벗겨지자마자 들이닥친 건 상스러운 웃음을 흘리는 상철이었다.그는 은재의 정면에 삼각대를 세우더니, 스마트폰을 고정하고는 화면을 톡톡 건드렸다. “자, 은재 씨. 얼굴 좀 들어봐. 예쁜 얼굴 좀 제대로 찍어보자고. 은재 씨가 이렇게 망가지는 거 보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이 있거든.” 상철이 비릿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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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기억 위에 덧칠하다.

지프차 안은 무거울 정도로 조용했다.뒷좌석에 앉은 은재는 해솔의 겉옷을 어깨에 두른 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해솔은 그런 은재를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 채, 백미러로 은재의 굽어진 어깨만 훑으며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도윤은 아무 말 없이 운전대에 힘을 주어 시동을 걸었다.거칠게 비포장도로를 빠져나온 차는 이윽고 루나 바(Luna Bar) 앞에 멈춰 섰다.바 안으로 들어와서도 은재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해솔은 은재를 소파에 앉히고는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잔 하나가 은재의 떨리는 손바닥 사이로 들려졌다.은재의 코끝으로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훅 끼쳐 왔다.은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향기.’ 현우가 실종되기 전, 은재가 악몽을 꾸거나 큰일에 놀라 밤을 지새울 때면 현우는 말없이 이 차를 우려내곤 했다.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특효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던 그 온기.은재는 홀린 듯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들어 해솔을 보았다.해솔의 실루엣 뒤로 자꾸만 현우의 잔상이 겹쳐 보였다.은재의 빤한 시선이 해솔의 얼굴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은재 씨?” 해솔은 제 얼굴을 훑는 은재의 짙은 눈동자에 당혹감을 느꼈다.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는 제 진심이 들킬까 겁이 난 듯 서둘러 눈길을 피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뜻할 때 다 마셔요. 더 필요하면 말씀하시고요. 그럼… 좀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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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가. 해솔의 방 안은 거실과는 또 다른 무거운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침대 끝에 걸터앉아 마른세수를 하던 해솔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들어온 건 도윤이었다.도윤은 문을 닫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엉망이 된 해솔의 손등을 빤히 바라보았다.창고 문을 거칠게 부수고 들어가느라 긁히고 까져서 피딱지가 앉은 그 손을. “손꼴이 그게 뭐냐. 평소엔 세상 혼자 다 사는 냉혈한인 척하더니.” 도윤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툭 던졌다.해솔은 대답 없이 바닥만 응시했지만, 도윤은 그 침묵을 비집고 들어갔다.그는 해솔의 코앞까지 다가와 낮게 읊조렸다. “윤해솔, 너 창고에서 너답지 않았어. 왜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든 거야?” 해솔의 어깨가 미세하게 굳었다.도윤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비스듬히 고개를 꺾어 해솔의 눈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그냥 아는 사람이 위험해서? 네 성격에 그 정도로 눈 뒤집혀서 문 부수고 들어올 놈 아니잖아.” “…” “아까 너, 그 새끼 내려다볼 때 기세는 사람 하나 죽일 것 같더라. 은재 씨 안을 때는 세상이라도 무너진 놈 같았고.” 도윤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이미 모든 진실을 아는 도윤이었기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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