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후,과실주가 남긴 붉은 열기가 독고춘의 뺨을 따라 천천히 타고 올라갔다.언제나 단단히 잠겨 있던 돌부처의 입꼬리가, 지희의 눈앞에서 서서히 헐겁게 풀리기 시작했다.“...푸, 푸후후.”독고춘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평소의 그 무뚝뚝하고 날 선 기색은 어디 가고, 눈까지 반쯤 감은 채 헤실헤실 웃는 얼굴.처음 보는 그의 무방비한 모습에 지희는 순간 멍하니 멈춰 섰다.‘됐다! 드디어 취했네, 이 곰탱이!’속으로는 저번에 동요 주정으로 자신을 놀려댔던 독고춘에게 완벽하게 한 방 먹였다며 쾌재를 불렀다.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붉어진 얼굴로 바보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는 독고춘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지희의 심장이 묘하게 간지러워졌다.수트를 입었을 때의 그 치명적인 아우라는 어디 가고, 대책 없이 순해진 얼굴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하, 이 와중에도 귀여우시겠다?’지희가 혼자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삐죽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툭.“...꼬춘씨?”독고춘의 고개가 힘없이 앞으로 꺾이더니, 그대로 테이블 위로 쓰러져 버렸다.완전히 필름이 끊긴 모양이었다.“아우, 진짜! 꼬춘씨, 침대 가서 누워요!”지희는 비틀거리는 독고춘의 거대한 몸을 제 어깨 위로 간신히 걸쳐 멨다.온천과 마사지를 받아 나른해진 몸체에 가뜩이나 무거운 남자의 몸뚱이가 더해지니,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발에 힘 좀 줘 봐요! 와, 나 진짜 허리 부러지겠네!”가까스로 침대 가장자리에 도착한 지희는 독고춘을 매트리스 위로 툭 쓰러뜨렸다.“헉, 헉. 됐다.”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찰나였다.휙—!“어... 앗!”순식간에 시야가 한 바퀴 빙글 돌더니, 몸이 붕 떴다.독고춘의 큼지막한 두 팔이 지희의 허리를 밧줄처럼 감싸 안은 채, 그대로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지희의 얼굴이 독고춘의 단단한 가슴팍에 코가 닿을 정도로 바짝 밀착됐다.
Last Updated : 2026-05-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