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직 해가 뜨기 전, 새벽의 공기가 투명했다. 도시의 골목 사이로 한 남자의 그림자가 느릿하게 걸어 들어왔다. 검은 트레이닝복 차림, 묵직한 눈빛. 독고춘이었다.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를 자연스럽게 열자, 차가운 새벽 공기와 함께 먼지 냄새가 스쳤다. 그는 말없이 현관에 신발을 벗고, 한참을 집안을 둘러봤다. 먼지 낀 거실 창문, 설거지되지 않은 식기, 널브러진 옷가지들. “...이게 사람 사는 집인가.” 그는 낮게 중얼거리고 곧장 움직였다. 정확하고 빠르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실 진공청소기 소리가 새벽을 깨웠다. 빗자루와 걸레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동시에 돌아가기 시작했다. 창문을 닦고, 식탁 위에 쌓인 서류와 잡지를 가지런히 정리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그의 손끝은 바쁘고 단정했다. 전날 지아에게 청소기, 세탁기, 식기 세척기 등등 전자제품 사용법을 들었던게 큰 도움이 되었다.산속에서 손으로 직접 살림하던 독고춘으로서는 현재의 기술 발전이 여간 편한게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대충 있을건 있군.”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칼을 잡았다. 기름이 지글거리는 소리, 달걀의 노른자가 부드럽게 익는 냄새, 미소가 번질 만큼 고소한 향이 집 안 가득 퍼졌다. "뭐야, 이 냄새?” 지희가 머리를 헝클인 채 방에서 나왔다. “지아야, 이 시간에 네가 요리했어?” “저도 방금 일어났는데요?” 지아는 하품을 하며 옆방에서 나왔다가, 눈앞의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거실, 윤이 나는 바닥, 깔끔히 접힌 빨래더미, 그리고 식탁 위에 차려진 한 상의 아침. 두 사람은 동시에 멈췄다. "우리 집 맞지...?” 지희가 중얼거렸다. 그때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나왔다. “...식기 전에 들지.” “꼬춘 씨! 뭐, 뭐예요 이게?” 지희가 놀라서 소리쳤다. “이 시간에 청소하고 요리까지 한 거예요?” “왜 그렇게 놀라
Last Updated : 2026-04-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