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야, 아직 멀었어? 이거 진짜 시간 낭비인 것 같은데." 안개 낀 산길을 오르던 여자가 걸음을 멈추고 투덜거렸다. 마치 화면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듯한 여자였다. 긴 다리와 완벽한 비율, 그리고 어디에 서 있어도 시선을 잡아끄는 도도한 분위기는 낙엽 쌓인 산길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은 강지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이자 대기업의 딸로, 부와 명예를 모두 가진 여자였다. "언니, 거의 다 왔어요. 조금만 더 가면 이쪽 분야에서 엄청 유명한 분을 만날 수 있다니까요." 앞장서 걷던 매니저 이지아가 안경을 고쳐 쓰며 돌아보았다. 작고 마른 체구였지만 눈빛만큼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미안한데, 난 이런 거 안 믿는다니까." "아, 쫌! 기껏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왔는데 반응이 어쩜 그래요? 제가 예약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어휴, 알았어. 얼른 가 보자." 산 입구에 차를 세워 두고 걷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참이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햇빛을 가린 길은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했고, 길가에는 오래된 무덤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지희는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무심코 아랫배를 쓸어내렸다. 요즘 들어 이유 없이 따끔거리는 곳이었다. 병원을 몇 군데나 돌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낮은 돌담이 있었다. 그 너머로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는데, 안개가 옅어지는 사이로 한옥의 지붕선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기와 위에는 낙엽이 내려앉아 있었고, 처마 끝에는 작은 종이 하나 매달려 있었다. 대문 앞에 선 두 사람은 '이리 오너라'라고 외쳐야 할지, 문을 두드려야 할지, 아니면 대문에 매달린 줄을 잡아당겨야 할지를 두고 한참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결론이 나기도 전에 대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고, 놀란 산새들이 한꺼번에 푸드덕 날아올랐다. 대문 안쪽에서 걸어 나온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검은 한복 저고리에 흰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 옷이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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