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두 사람은 바닷가를 걸으며 오랜만에 아무 걱정 없는 시간을 보냈다.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찍고, 모래사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주미는 일부러 우울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은정이 역시 애써 밝은 얼굴을 유지했다.짧은 하루였지만, 은정이는 정말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꿈만 같았던 바다 여행이 끝나고, 주미는 은정이를 자취방 앞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었다.“내일 아침에 눈 뜨면 기사 싹 사라져 있을 테니까, 오늘은 다 잊고 푹 자. 알았지?”“응. 고마워, 주미야. 조심히 가.”차가운 병실 냄새 대신 시원한 바다 바람을 선물해 준 친구를 배웅하며, 은정이는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주미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방으로 들어와 누운 은정이는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눈을 뜨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켰다.주미의 호언장담대로 전날 제 목을 조여 오던 학폭 의혹 기사들이 거짓말처럼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포털 사이트에 제 이름을 검색해도 깨끗한 프로필만 뜰 뿐이었다.“...다행이다.”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바로 그때, 정적을 깨고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은정이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 여보세요.”-고은정씨 맞으시죠?-"...네, 실례지만 누구세요?"-드라마 제작팀입니다. 내부 논의 끝에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현재 여론 상황과 투자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죄송하지만 이번 작품은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잠시만요!”-그렇게 결정 났어요. 죄송합니다.-뚝.상대는 마지막으로 형식적인 사과를 남긴 뒤 전화를 끊었다.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던 은정이가 작게 중얼거렸다."...괜찮아. 어차피 내가 먼저 그만두려고 했잖아."하지만 그 말은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했다.눈앞이 점점 흐려지고 가슴이 답답했다.숨도 제대로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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