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오전, KG엔터테인먼트 대표실. 통유리 너머의 도심은 오늘도 바쁘게 일렁이고 있었지만 실내는 서늘할 만큼 고요했다. 혜련은 책상 위의 서류 한 장을 손끝으로 톡, 톡 두드렸다. 아홉 살 이후의 기록이 통째로 사라진 남자, 독고춘의 서류였다. 그때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지아가 들어왔다. "사, 사모님. 부르셨어요?" 평소의 씩씩함은 어디로 갔는지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혜련은 고개를 들어 부드럽지만 뼈가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아야, 앉으렴. 우리 지아가 고생이 많지? 지희 뒤치다꺼리하랴, 새로 온 매니저 가르치랴." "아, 아니에요! 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지아는 땀이 밴 손바닥을 바지에 문지르며 소파에 조심스레 걸터앉았다. 혜련은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예고도 없이 물었다. "그래서, 그 '유명하신 분'이 누구니?" "…네?" "고춘 씨가 전에 모셨다는 그 유명한 분 말이야. 우리 김 비서가 아무리 뒤져도 그 사람 지난 20년 기록이 안 나오더구나. 세금 기록도, 통장 내역도 없이 유령처럼 산 사람이 어떻게 유명한 사람의 매니저를 할 수 있었을까?" 혜련의 시선이 지아의 눈동자를 꿰뚫듯 파고들었다. 지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어… 그, 그게… 진짜 유명하신 분은 맞는데, 연예계 쪽이 아니라서…" "지아야." 혜련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난 내 딸 곁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는 걸 용납 못 해. 네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난 고춘 씨를 당장 지희 옆에서 치울 수밖에 없어. 지희를 지키다 칼을 맞았든 어쨌든 상관없이." 치운다는 말에 지아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지희가 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독고춘이 사라지면 사랑이는 어떻게 되고 지희는 또 어떻게 무너질지 눈앞이 캄캄했다. 결국 지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산속에 계세요." "산속?" "네… 오빠는 아홉 살 때부터 거기서 명옥 님이라는 분이 길러 주셨다고 들었어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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