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사람이 입고 있는 수트, 차고 있는 시계랑 벨트까지 전부 계산해서 저희집으로 보내주세요. 아, 구두는 신고 있는거 말고 제일 신상으로.” KG백화점 명품관 VVIP룸. 지희는 우아하게 소파에 기대앉아 턱을 괸 채, 칠흑 같은 빛을 내뿜는 블랙카드를 눈 앞의 직원에게 내밀었다. 대한민국 상위 0.05%에게만 허락된다는, 부와 권력의 상징. 카드를 받아 든 직원이 황송한 듯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계산대로 사라졌다. 지희 옆에 서 있던 독고춘은 안절부절못하며 제 손목에 감긴 시계와 수트를 번갈아 보았다. “...이건 좀 과한 것 같은데." “이거 공짜 아니거든요? 우리 엄마 앞에서 완벽하게 내 남자친구인 척 연기해달라는 대가에요! 뭐, 도와주는것도 고맙고.” 지희가 틱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독고춘에게 다가가 삐딱하게 매여 있는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겨 바로잡았다.“대충 입고 가는거 보다 이렇게 차려 입고 가야 그나마 덜 의심할 거예요. 일단 우리 엄마는 꼬춘씨처럼 잘생긴 남자한테 약하거든.” "...잘생긴 남자?" 지희는 순간 자신이 내뱉은 말에 움찔하고는 독고춘의 가슴팍을 툭 밀치며 홱 돌아섰다. "크, 크흠! 얼른 옷 갈아 입고 밥 먹으러 가요." 그때, 지희의 아랫배에서 검은 연기 대신, 푸른 불꽃의 기운이 잠깐동안 일렁거렸다. --- 백화점을 나선 지희가 독고춘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골목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한옥 식당이었다. 겉은 허름해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복도를 따라 깔끔한 테이블들이 늘어서 있었다. 지희는 익숙하게 직원과 대화 후, 조용한 룸으로 안내 받았다. “자, 꼬춘 씨는 뭐 먹을래요?” "...같은걸로." "오케이. 그럼 곱창전골 2인분. 여긴 이게 맛있어요. 그리고 공깃밥 2개랑 계란찜." 능숙하게 테이블 위에 있는 키오스크를 두드려 주문을 완료한 그녀는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돌변했다. "꼬춘씨, 우리 엄마 앞에서는 무조건 똑 부러지는 남친 연기를 해야 해요
Last Updated : 2026-04-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