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o / 로맨스 /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 Capítulo 471 - Capítulo 480

Todos los capítulos de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apítulo 471 - Capítulo 480

500 Capítulos

제471화

문밖에는 지강산이 편안한 홈웨어 차림으로 서 있었다. 산뜻하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우유 마시고 일찍 자. 밤새지 말고.”허서령은 잠시 멈칫했다가 얼른 우유를 받아 들었다.“고마워요. 그런데 아직 이른 것 같아요. 별로 안 졸려요.”지강산이 옅게 웃었다.“책 보고 있었어?”“네.”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고개를 들어 따뜻한 우유를 마셨다.“넌 책만 보면 늘 시간을 잊잖아.”지강산은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켰다.“벌써 새벽 열두 시 반이야. 몇 시까지 보고 잘 생각이야?”휴대전화에 뜬 시간을 본 허서령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사레가 들 뻔했다. 급히 우유를 마시던 동작을 멈추고 기침을 한 번 했다.“세상에! 벌써 이렇게 늦었어요?”지강산의 시선이 그녀의 연분홍 입술 위에 묻은 하얀 우유 자국에 머물렀다.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가, 다음 순간 정신을 차리고 손가락을 살짝 말아 쥔 채 천천히 내렸다.“입술에 우유 묻었어. 이따 양치하고 자.”“네.”허서령은 입술을 다문 뒤 혀끝으로 살짝 핥았다.지강산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는 시선을 내려 바닥을 보며 몇 초 뜸을 들인 뒤 다시 물었다.“나 내일 할아버지 뵈러 갈 건데, 같이 갈래?”“그래요.”허서령은 선뜻 대답했다.“내일 네가 일어나면 출발하자.”“네.”“우유 다 마시고 컵 줘.”“네.”허서령은 고개를 들어 남은 우유를 단숨에 마신 뒤 컵을 돌려줬다.빈 컵을 받아 든 지강산이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잘 자.”허서령도 온화하게 웃었다.“잘 자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닫고 곧장 욕실로 가 입을 헹군 뒤 입가에 남은 우유 자국까지 말끔히 씻었다.문밖에서 지강산은 한동안 조용히 서 있었다.약 오 분 뒤 방 안의 불이 꺼지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갔다. 컵을 씻어 제자리에 놓은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가 쉬었다.방의 커튼은 열려 있었다. 새하얀 달빛이 유리창을 타고 어
Leer más

제472화

이 할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이상하게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지강산은 선물을 내려놓고 허서령과 함께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에 지로운과 한나가 있었다. 그는 형식적으로 인사를 건넸다.“사촌 형, 형수님도 와 계셨네요?”“할아버지 뵈러 왔다가 좋은 소식도 전하려고.”지로운은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띤 채 느긋하게 등받이에 기대었다. 허서령이 앉고도 인사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시선을 흘겼다.“제수씨는 우리를 보고도 인사 한마디 없네?”허서령은 담담하게 웃었다.“죄송해요. 수술하고 나서 기억이 들쑥날쑥하거든요. 한 번 보고 기억나는 사람도 있고, 보고 나서 또 잊어버리는 사람도 있어서요. 두 분이 누구신지 바로 생각이 안 났네요.”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에 지로운과 한나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지씨 집안은 무엇보다 예의를 중시했다. 어른과 아이의 서열이 분명했고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를 중요하게 여겼다.두 사람은 허서령의 말에 가시가 있다는 걸 당연히 알아챘다. 하지만 지용식은 진짜 기억을 못 하는 줄 알고 얼른 설명했다.“강산의 사촌 형이랑 형수란다. 오늘 나한테 좋은 소식도 전하러 왔어. 임신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더구나.”허서령은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사촌 아주버님, 형님, 축하드려요.”그 말을 들은 순간 지강산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좋은 소식이라고?’이건 도발이나 다름없었다. 아픈 곳을 일부러 찌르는 것 같았다.지용식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감격스러운 듯 말했다.“이 늙은이가 자손들 잘되는 것만 봐도 충분히 복인데, 살아 있는 동안 증손주까지 보게 됐구나. 이 정도면 내 인생도 헛살진 않았어.”한나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할아버님, 전에 첫 증손주에게 이 고택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 말씀 아직 유효하시죠?”“그럼.”지용식이 엄숙하게 말했다.“내가 한 말을 뒤집는 사람은 아니다.”한나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이미 자기 것이라도 된 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아이 대신 감사드릴게요. 할아버님.”지용식은 웃기
Leer más

제473화

화약 냄새가 진동하며, 분위기가 팽팽하게 맞섰다.허서령이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지금은 기억이 없는데도 죽은 아이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아파요. 예전의 저는 두 분 같은 친척을 상대하면서 얼마나 속이 터졌을지 상상도 안 되네요. 우울증이 점점 심해진 데에는 두 분 공도 꽤 컸겠죠?”지로운이 코웃음을 쳤다.“네 우울증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우리를 친척이라고 하기도 어렵지. 아직 강산이랑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형...”지강산이 날카롭게 소리치려는 순간 허서령이 먼저 말을 끊었다.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혈연이나 법적 관계가 그렇게 중요하시면, 아이 태어나면 친자 확인은 꼭 제대로 하세요. 남의 아이를 키우게 되면 곤란하잖아요.”한나는 주먹을 꽉 쥔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흉흉하게 일그러진 눈으로 허서령을 노려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를 악문 탓에 턱이 바들바들 떨렸다.반면 허서령은 여전히 태연했다. 꽃처럼 환하게 웃기까지 했다.한나의 아이가 정말 지로운의 아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독한 말을 한 번 던져 놓으면 부부 사이에는 반드시 금이 간다. 지로운은 적어도 몇 달은 찜찜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난 뒤 친자 검사를 하면 부부 사이에 신뢰 문제가 생기고, 검사하지 않으면 그 의심이 평생 가슴에 가시처럼 남는다.품위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오래도록 괴로우면 그걸로 충분했다. 허서령이 원하는 것도 그것뿐이었다.지로운과 한나는 그야말로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났다.지강산도 속이 시원하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허서령이 이제 정말 누구에게도 미련이 없다는 걸 느꼈다. 자신도 예외는 아니었다.지금의 그녀는 욕심도 집착도 없었다. 그래서 눈치 볼 것도 없었다. 그의 가족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았고, 할아버지가 불쾌해하셔도 더는 억지로 맞춰 주려 하지 않았다.원래 허서령은 이런 성격이었다. 다만 지강산을 너무 사랑했기에 그의 가족과 어른들에게 늘 깍듯했고, 참고 또 참으며 양보하고 또
Leer más

제474화

지강산의 눈빛은 더욱 따뜻해졌다.“넌 세상 누구든 마음에 안 들면 맞서도 돼. 우리 부모님도, 나도 마찬가지야. 누구한테 잘 보일 필요 없어. 그냥 너답게 살면 돼. 앞에서 마음껏 사고 쳐. 뒤처리는 내가 할게. 네가 행복하다면 네가 하는 일은 다 맞는 일이야.”허서령의 마음속 호수에 작은 돌 하나가 떨어진 듯 잔잔한 파문이 퍼졌다.‘세상에 정말 이렇게까지 좋은 남자가 있을까? 연기하는 걸까? 그런데 대체 뭘 얻으려고 이런 연기를 하겠어.’원래 자기주장이 강한 허서령조차 그의 지나친 포용을 마주하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한참 생각한 끝에 그녀가 한발 물러섰다.“됐어요. 아주버님이랑 형님은 제가 조금 참을게요. 다시 들어가서 할아버님이랑 점심 먹어요.”“싫어. 나도 지로운이랑 한나 보면 밥맛 떨어져. 우리 나가서 먹자.”지강산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다 손가락 사이가 몇 센티미터 남은 곳에서 멈칫했다. 눈에 아주 잠깐 망설임이 스쳤고, 결국 손을 거두며 말했다.“억지로 참지 마. 가자.”그는 몸을 돌려 차 쪽으로 걸어갔다.허서령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방금 이 남자가 분명 내 손을 잡으려 했는데, 왜 갑자기 거둔 걸까? 내가 싫어할까 봐? 거절할까 봐? 어색해할까 봐?’이 남자가 무의식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은 예전에 수없이 반복했던 습관이 분명했다.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고, 감정을 살피는 것, 확실히 뜨겁게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나 자연스럽게 나올 행동들이었다.허서령은 걸음을 재촉해 따라가 조수석에 앉은 후 문을 닫고 안전벨트를 당기며 물었다.“우리 뭐 먹으러 갈 거예요?”지강산도 안전벨트를 매고 시동을 걸었다.“특별히 먹고 싶은 거 있어?”“맛있는 거요.”지강산은 잠깐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허서령이 환하게 웃었다.“기억을 많이 잃긴 했지만 전부 사라진 건 아니에요. 사람이나 사건은 많이 잊었어도 고향 음식 맛은 기억나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절
Leer más

제475화

허서령은 너무나 선뜻 대답하고 앞을 바라봤다. 옆의 남자 눈에 순간 피어오른 설렘은 보지 못했다.차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허서령은 등받이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봤다. 화창한 햇빛이 도시의 거리 곳곳에 내려앉아 있었다.10월 하순의 날씨는 무척 쾌적했다. 한낮 햇살이 차창 너머로 들어와 포근했다.허서령은 창문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고개를 살짝 젖혀 얼굴 전체를 햇빛에 맡기자 서늘한 바람이 창문으로 밀려들어 얼굴을 부드럽게 스치고 머리카락을 살랑였다.몇십 초 지나지 않아 볼이 햇빛에 발그레해졌다.지강산은 곁눈질로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고개를 두어 번 돌렸다. 운전 중이라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옆 거울을 통해서도 곱고 맑은 얼굴이 보였다.예전의 허서령은 늘 창문을 꼭 닫고 커튼도 빈틈없이 치고 어둡고 서늘한 방에 숨어 있었다. 누워 있거나 웅크린 채 지내는 일이 많았고, 몸에는 늘 옅은 우울함이 배어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햇빛을 좋아하고 바람의 냄새를 좋아했으며 온몸에 생기가 돌고 건강해 보였다. 맑고 고운 분위기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지강산은 문득 지금 그녀의 얼굴에 마음껏 입 맞추는 햇살과 바람이 부러워졌다.차는 외진 곳에 자리한 요릿집 앞에 멈췄다.이상하게도 이런 요릿집은 늘 인적 드문 곳, 산과 시냇물이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외진데도 찾아오는 손님은 적지 않았다.“도착했어.”지강산이 안전벨트를 풀었다.허서령도 벨트를 풀며 창밖을 살폈다. 조용하고 운치 있는 주변 풍경, 소박해서 간판조차 없는 식당, 그런데 주차장에는 손님 차가 빼곡했다.‘이런 곳이야말로 진짜 맛집 아닐까?’차에서 내린 허서령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제산시에도 제대로 하는 저희 고향 요릿집이 있어요?”“여기가 그래. 예전에 네가 나를 데리고 왔어.”지강산이 그녀 곁에 서서 앞의 식당을 바라봤다.“언제요?”“칠 년 전...”“그렇게 오래됐어요?”기억나지 않는 허서령은 놀랐다.지강산은 미소를 띠었다
Leer más

제476화

“우리 밥 먹고 나서는 어디 가요?”허서령이 궁금해했다.“영화 볼래?”“좋아요. 무슨 영화?”지강산은 그녀를 룸으로 데려가며 웃었다.“점심 먹고 결정하자.”“네!”그녀는 어느새 지강산의 구애가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다.잘생기고 매력적인 이 남자친구는 보기만 해도 다정하고 세심했다. 매너도 좋고 교양도 있었다.‘분명 로맨틱하겠지?’그런데 로맨틱은...점심을 먹고 두 시간쯤 지난 뒤, 그 단어는 지강산에 대한 그녀의 환상과 함께 산산이 깨졌다.전혀 로맨틱하지 않았다.게다가 제법 잔꾀도 많았다.영화관에 들어가고 나서야 허서령은 볼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걸 알았다. 좌석은 팔걸이로 나뉘지 않은 커플용 2인석이었다.지강산은 콜라도 팝콘도 사지 않고 생수 한 병만 들고 들어왔다.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듬성듬성 몇 쌍의 커플과 혼자 온 관객들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왜 하필 공포 영화예요?”자리에 앉은 허서령이 겁먹은 목소리로 작게 물었다.지강산은 그녀의 옆에 앉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녀가 점점 자기 쪽으로 붙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네가 공포 영화 좋아하잖아.”지강산이 귀 가까이 다가가 나직하게 말했다.허서령은 슬쩍 몸을 피했다.“말도 안 돼요. 저 공포 영화 싫어해요.”“기억 못 해서 그래. 좋아했어.”지강산은 확신에 차 말했다.“예전엔 네가 자주 나 끌고 와서 공포 영화 봤어.”허서령은 어이가 없었다.기억을 잃었지 머리가 나빠진 건 아니었다.‘포스터만 봐도 소름이 돋는데 어떻게 내가 공포 영화를 좋아했겠어?’상영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손바닥에 땀이 찼다. 허서령은 침을 삼키고 물었다.“대학 때도 이런 식으로 저를 꼬셨어요?”“아니. 그땐 네가 십 대라 꽤 순진했어. 매일 메시지 보내고, 가끔 먹을 거랑 인형이나 꽃도 보내고. 자주 네 강의실에 찾아가서 얼굴 보고. 그렇게 석 달쯤 지나 고백했더니 네가 받아줬지.”허서령이 피식 웃었다.“완전히 어린 여자애 꼬시는 방법이네요.”지강산도 그 사실
Leer más

제477화

영화는 90분이 넘었고, 허서령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강산의 품에 웅크린 채 봤다.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지강산의 셔츠를 꽉 움켜쥔 채 얼굴을 가슴에 파묻었다. 화장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그의 셔츠에 화장품이 잔뜩 묻었을 것이다.별로 무섭지 않은 장면에서도 그의 품을 떠나지 못했다. 이런 영화는 멀쩡한 장면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게 하는 게 특기였다.지강산도 영화가 무섭긴 했지만, 영화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품 안에 가득 안긴 부드러운 몸과 향기였다.그는 허서령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 느낌이 좋았다.공포 영화에는 대개 강한 미스터리가 섞여 있었다. 그 궁금증 때문에 허서령은 무서워 죽겠으면서도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영화가 잘 만든 작품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너무 무서워서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거였다.영화관을 나올 때 허서령은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여전히 사방이 음산하게 느껴졌다. 어느 구석에서든 무언가 끔찍한 게 튀어나올 것 같았다.손을 잡진 않았지만 그녀는 계속 지강산에게 바짝 붙었다. 몸이 거의 닿을 만큼 가까웠다.광장 밖으로 나와 햇빛을 보자 그제야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고개를 돌려 지강산을 보니 그는 눈가에도 웃음이 번져 있었고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영화 재밌었어요?”허서령이 물었다.지강산이 조수석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괜찮던데. 짜릿하고.”허서령은 피식 웃으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 어이없는 듯 웃었다. 조수석에 오르자 지강산이 문을 닫아 줬다.그녀는 안전벨트를 맨 뒤에도 자꾸 차 안 구석구석을 내려다봤다. 어디선가 정체 모를 무언가가 기어 나올까 봐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지강산도 차에 올라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오는 길에는 영화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았다. 너무 무서워 굳이 되새기고 싶지 않았다.허서령은 휴대전화를 꺼내 SNS 피드를 살폈다. 기억을 잃은 뒤로 다른 사람들의 게시물을 보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예전에 알던
Leer más

제478화

아이를 잃었을 때는 이렇게 적었다.[너 혼자가 아니야. 나도 있어.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그녀가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었을 때는 이렇게 적었다.[얼마나 오래 자든 난 기다릴게. 대신 언제 깨어날지만 알려주면 안 될까?]함께 바닷가로 캠핑을 하러 갔을 때는 이렇게 적었다.[이대로 손잡고 평생 함께 걸어가자.]함께 불꽃놀이를 봤을 때는 이렇게 적었다.[불꽃보다 네가 더 예쁘다.]그 밖에도 같이 밥 먹고, 노을을 보고, 손을 잡고 산책한 기록이 많았다. 두 사람의 그림자만 찍힌 사진도 있었다.게시물 하나하나에 사랑이 짙게 묻어 있었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행복했지만 그보다 더 많이 담긴 건 앞으로에 대한 기대였다.그의 SNS는 마치 일기장 같았다.가장 오래된 게시물에는 태풍이 지나간 날의 사진이 있었다. 탁한 물이 단지 안 큰길을 덮쳤고, 나무는 뿌리째 뽑혀 사방이 엉망이었다.그는 이렇게 적었다.[잊을 수가 없다. 여전히 많이 사랑한다.]허서령은 그 시간 속에서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다만 이렇게 사적인 마음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올릴 배짱이 있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그녀는 SNS를 닫고 지은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은영아, 너 둘째 오빠가 올리는 SNS 게시물 보여?]지은영에게 곧 답장이 왔다.[안 보이는데요? 우리 둘째 오빠는 SNS에 글 안 올려요. 왜요?]허서령은 답장을 보고 입술을 살짝 다문 채 작게 한숨을 쉬었다.[아니야. 고마워.]그녀는 고개를 돌려 운전 중인 지강산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이 남자, 게시물을 나한테만 보이게 설정해 둔 건가?’지강산은 곁눈질로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마주 봤다.“왜?”허서령은 시선을 거두고 앞길을 보며 묘하게 찜찜한 기분으로 물었다.“휴대전화에 여자 연락처 많아요?”“별로. 가족이랑 친척 빼면 회사 여자 동료 몇 명 정도.”“학교 친구나 다른 친구들은요?”“동창들은 단체 채팅방에 있고 친구들도 친구들끼리 방
Leer más

제479화

그날 밤, 지은영은 지강산에게서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네 새언니가 네 방에서 자겠다고 하면 핑계 대고 거절해.]지은영은 메시지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뜬금없기도 했다.‘새언니가 갑자기 내 방에서 왜 자겠다고 하겠어?’무슨 일인지 답장을 보내려는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지은영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나가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허서령이 긴 머리를 풀어 내린 채 가을용 긴 잠옷을 입고 서 있었다. 품에는 베개와 얇은 이불까지 안고 있었고, 난처한 듯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지은영은 속으로 감탄했다.‘둘째 오빠는 정말 앞일을 내다보는 사람인가?’“은영아, 나 오늘 너랑 같이 자도 돼?”허서령이 조금 민망한 표정으로 물었다.지은영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당장 좋은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왜요?”“네 둘째 오빠가 오늘 나 데리고 영화 보러 갔는데 공포 영화였어. 아직도 무서워 죽겠어.”허서령의 목소리에는 화가 잔뜩 묻어 있었다.지은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역시 둘째 오빠가 허서령을 제일 잘 알았다. 제대로 알고 있었고, 제대로 못 됐다.예전에는 지강산과 허서령을 두고 자주 경쟁하곤 했다. 지은영은 허서령과 같이 자는 걸 정말 좋아했다. 몸에서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나 잠도 잘 왔고, 몸도 부드러워 안고 있으면 봉제 인형처럼 편안했다.하지만 지금은 큰일을 위해 잠깐의 욕심을 참아야 했다. 마음 약해져 둘째 오빠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어차피 허서령은 기억을 잃어 과거도 잘 모른다는 생각에, 지은영은 목을 가다듬고 난처한 척했다.“안 돼요. 새언니, 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자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 침대에 누가 있으면 밤새 못 자요.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거든요. 엄마한테 가보는 게 어때요?”“엄마 혼자 주무셔?”허서령이 작게 물었다.지은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빠랑 같이 주무세요.”허서령은 한숨을 내쉬며 풀이 죽었다.“둘째 오빠도 혼자 자잖아요. 게다가 오빠는 기운도 세서 귀신 같은 건 근처에도 못 와요.
Leer más

제480화

몸을 돌리니 지강산은 이미 그녀의 베개를 침대 머리맡에 놓고 이불도 큰 침대 한쪽에 깔아 둔 뒤였다.방 안은 온도가 적당했고 노란 조명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공기에는 은은한 라벤더 향까지 감돌았다.지강산은 침대 옆 탁자에 미리 준비해 둔 책을 집어 들었다.“책 좀 볼래, 아니면 바로 잘래?”“조금 읽을래요.”허서령은 어색하게 서 있었다. 머릿속에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잤던 기억은 전혀 없었다.그 기억이 통째로 없으니 성 경험까지 몽땅 잊어버린 셈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남자와 한 침대에 누울 수 있겠는가.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울 만큼 매력적인 남자고, 분명 설레기도 했다. 그래도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지강산은 책을 내려놓고 침대 반대편으로 돌아가 앉았다. 이불을 들치고 들어가 침대 머리에 기대어 앉은 뒤 휴대전화를 꺼내 고개를 숙였다.“넌 책 봐. 방해 안 할게.”“네.”허서령은 다가가 책을 들고 몸을 굳힌 채 이불을 들쳐 침대에 들어갔다. 둘 사이에는 일부러 조금 거리를 뒀다.책을 펼쳐 글을 읽으려 했지만 아무리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방 안은 고요했고, 공기만 점점 더 따뜻해졌다.한동안 책을 봤지만 허서령은 끝내 집중하지 못했다. 옆에 있는 남자가 계속 신경 쓰였다. 다만 지은영이 말한 것처럼 그는 정말 얌전했다.허서령은 책을 덮고 궁금했던 걸 물었다.“우리 예전에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나 있다가 같이 잤어요?”“석 달.”“제가 고백받아준 날 바로 잤다고요?”허서령이 놀랐다.“아니. 널 쫓아다닌 데 석 달 걸렸고, 사귀기로 한 뒤 사흘째 손잡았어. 일주일 뒤에 키스했고, 석 달 뒤에 처음 관계했고. 얼마 안 가 같이 살기 시작했지.”허서령은 책을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쉬며 천천히 누웠다. 이불을 덮고 투덜거렸다.“어릴 때 저는 생각보다 꽤 쉽게 넘어갔네요. 엄청나게 잘 속기도 했고요.”지강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혹시 너도 나한테 첫눈에 반했던 건 아닐까? 내
Leer más
ANTERIOR
1
...
454647484950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