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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apítulo 491 - Capítulo 500

500 Capítulos

제491화

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책을 덮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방 밖 회랑에 서서 정원 밖의 나무와 풀을 바라보다 눈을 비볐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스름한 저녁 빛이 대지를 덮고 있었다. 하늘 끝이 갈라져 그 틈에 노을과 석양을 담아 놓은 듯했다.앞마당에서 급하게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들렸다.허서령은 지강산이 돌아왔음을 알아챘다. 그 소리만으로도 얼마나 빠르게 차를 몰고 왔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정원 샛길을 돌아 지름길로 지강산을 찾아갔다.지강산도 마찬가지로 지름길을 택해 그녀를 찾아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정원 사이로 굽이진 오솔길에서 마주쳤다.성큼성큼 빠르게 걸어오던 지강산은 그녀를 보는 순간 우뚝 멈췄다. 급하게 뛰어온 탓인지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고 숨도 살짝 가빴다. 어두워지는 저녁 빛 속에서 깊은 눈동자는 유난히 검고 깊어, 바닥을 알 수 없는 호수 같았다.꽉 쥐었던 주먹이 천천히 풀렸다. 몸은 여전히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입술을 한 번 감빤 뒤 다시 무거운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허서령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봤다. 검은색 얇은 재킷은 반듯한 체격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어스름 속에서 정교한 이목구비는 더 깊고 또렷해 보였다. 긴 다리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모습에는 묵직함이 묻어났다.가까이 온 지강산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다 쏟는 것 같았다.“난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한 번도 원한 적 없어. 나든, 우리 부모님이든, 별것도 아닌 친척들이든, 상관없는 남들이든 네게 함부로 하면 마음껏 맞서도 돼. 난 언제나 네 편이라고 했잖아. 너 대신 맞서 줄 수도 있어. 그런데 넌 왜 조금이라도 상처받으면 제일 먼저 나부터 떠나려고 해?”허서령은 영문을 몰랐다.“제가 보낸 돈은...”설명도 끝나기 전에 지강산이 더 다급하게 물었다.“우리 아버지 말 때문에 상처받았다고 나랑도 끝내고 싶은 거야?”“아버님하고는 상관없어요.”허서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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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그 간절한 말이 거듭될수록 허서령의 마음도 이상하게 아파졌다.자신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 지강산이 오해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말을 듣자 마음 가장 깊은 곳이 욱신거렸다. 이별을 앞둔 듯한 감각이 낯설지 않아 더 괴로웠다.아무리 밀어도 떨어지지 않자 허서령은 고개를 돌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붙이고 얇은 셔츠 위로 입을 벌려 세게 물었다.“윽...”지강산이 낮게 신음하며 팔을 풀었다. 그는 그녀의 두 어깨를 잡아 살짝 떼어 놓았다.한 손으로 물린 가슴을 누르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은 채 미간을 찌푸렸다.“너 강아지야?”“안 간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계속 그렇게 꽉 안고 있잖아요. 숨도 못 쉬겠더라고요.”허서령은 볼멘소리로 설명했다.“강산 씨의 돈이 제게 있다는 것도 잊었어요. 그 6천만 원은 허태윤한테 받아 낸 거고, 원래 강산 씨의 돈이라고 생각해서 돌려준 것뿐이에요. 강산 씨랑 선 긋겠다는 뜻 아니에요.”“정말 우리 아버지랑 다툰 것 때문에 떠나는 거 아니야?”지강산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어둠은 더 짙어졌고 아직 길가의 조명도 켜지지 않았다. 희미한 빛 속에서도 지강산의 눈가가 붉어진 게 보였다. 허서령은 마음이 쓰였다.방금 그는 정말 겁에 질린 사람 같았다.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것처럼 지나치게 긴장했다.‘예전에 내가 한 번 떠난 일이 큰 상처로 남은 걸까...’“많은 일을 잊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강산 씨를 떠나진 않아요.”허서령은 애써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말로 하면 되지, 왜 물어?”지강산은 그제야 안도한 듯 가슴을 문지르면서도 억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봤다.“물어도 하필 거길 물고.”허서령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전까지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의 말 한마디에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민망함에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툭툭 때렸다.“제가 언제 거길 물었다고...”차마 정확히 말하기도 부끄러웠다.한 대 맞은 지강산은 다시 가슴을 감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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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허서령은 더는 버둥거리지 않고 단단한 가슴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숙인 채 나직이 말했다.“강산 씨, 저 울심시에 한 번 다녀와야 해요.”지강산은 등 뒤에서 잡고 있던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대신 팔을 앞으로 둘러 허리를 감싸고 뒤에서 꼭 안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그녀의 뺨 가까이에 기댄 채 부드럽게 물었다.“급한 일이야?”“집이 재개발에 들어가서 허태윤이 서명하러 오라고 해요.”“네 도움이 필요해서 6천만 원을 받아 낸 거구나?”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단히 안긴 몸이 갈수록 예민해져 뻣뻣해졌고 마음도 편하게 가라앉지 않았다.그가 가까이할 때마다 모든 일이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 어색함이 없었다. 거절할 틈조차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스스로 그의 품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내가 같이 갈게. 아직 휴가가 사흘 남았으니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지강산이 다정하게 말했다.어스름한 밤이 정원을 뒤덮었다. 옆의 가로등이 옅은 노란빛을 뿌려 두 사람의 겹친 그림자를 길 위에 드리웠다. 밤바람은 조금 쌀쌀했지만 그의 가슴이 따뜻해 마음이 놓였다.허서령은 그의 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전 내일 표를 사고 모레 출발할 거예요. 울심시에서 며칠 머물면서 처리할 일도 있고요. 강산 씨는 출근해야 하니까 같이 안 가도 돼요.”그 말을 듣고 난 뒤 지강산의 팔이 천천히 더 조여 왔다. 얼굴도 그녀의 목덜미 가까이 묻었다. 뜨겁고 무거운 숨결이 피부에 닿아 간질거렸다.귓가로 희미한 한숨이 들렸다. 불안하고 쓸쓸한 기색이 담긴 것 같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낮고 쉰 목소리가 귓가에 조용히 흘러들었다.“표는 내가 끊을게. 무슨 일이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꼭 말해.”“네.”허서령이 대답했다.“일 끝나면 제산시로 돌아와.”목소리는 아주 낮았지만 숨은 무거웠다.“기다릴게.”“네.”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깊은 곳을 바늘로 살짝 찌른 듯 아렸다.“오늘도 내 방에서 자.”지강산이 이어 말했다.“네?”허서령은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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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이 정도 남자라면 따라다니는 여자도 많을 텐데. 그런데 왜 늘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불안해 보이는 걸까?’저녁을 먹은 뒤 두 사람은 다시 정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배 몇 개를 따서 돌아와 주스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거실에 앉아 주스를 마셨다. 허서령은 책을 읽고 지강산은 노트북으로 자기 일을 했다.그날 강령원에는 처음으로 둘만의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아무도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았다.요리를 해 주는 아주머니도 숙식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책장 넘기는 소리와 지강산이 가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희미하게 들렸다.정원 밖에서는 찬 바람이 가볍게 불었지만 거실 안은 봄처럼 따뜻했다.지강산은 미간과 콧등을 몇 번 주무르고 눈을 비볐다. 노트북 화면에서 시선을 떼고 맞은편 허서령을 바라봤다.허서령은 소파에 기대 한 손에는 책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한쪽 볼을 받친 채 고개를 살짝 기울여 읽고 있었다.무언가에 집중한 그녀는 넋을 잃을 만큼 아름다웠다.겉모습은 산골짜기에 조용히 핀 꽃처럼 차분하고 우아했지만, 성격은 선인장처럼 가시가 돋쳐 있었고 생명력도 질겼다.기억을 잃은 지금에서야 본래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듯했다.지강산과 사귄 뒤의 허서령은 제 몸의 가시를 거의 다 뽑아 버린 채 둥글게 자신을 다듬었다. 모두에게 맞춰 주느라 정작 자신을 잊었고, 결국 지나치게 억눌리고 고통받은 끝에 우울증까지 깊어졌다.“서령아...”지강산이 부드럽게 불렀다.“네?”허서령은 고개를 들지 않고, 시선은 계속 책 위에 머물렀다.“열한 시인데, 이제 잘까?”그제야 허서령이 책에서 고개를 들고 옆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벌써 이렇게 늦었어요?”“방에 가서 씻고 이것저것 정리하면 자정이야.”“어차피 내일 둘 다 출근 안 하잖아요. 조금 늦어도 괜찮아요.”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책을 읽었다.지강산은 노트북을 덮어 한 손에 들고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간 후 옆에 놓인 책갈피를 집어 지금 읽는 페이지에 꽂아 주었다.“밤새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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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아침에 일어난 지강산은 다음 날 오후 두 시 출발하는 일등석 항공권을 예약했다. 이어 허서령의 짐을 챙기며 요즘 읽고 있던 책들까지 여행 가방에 넣었다.허서령이 눈을 떴을 때 그는 한창 그녀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허서령은 이불 속에 웅크린 채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강산 씨는 진짜 사람 잘 챙기네요.”지강산은 쪼그려 앉아 세면도구와 신발, 옷, 휴대전화 충전기, 스킨케어 제품 등 빠진 게 없는지 하나씩 확인하다가 칭찬을 듣자 옅게 웃었다.“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챙겨 줘야 나한테서 못 떠나지.”허서령은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이불을 어깨까지 두른 채 머리만 내밀었다.“그럼 도우미를 쓰면 되죠.”지강산은 태연하게 말했다.“나는 공짜잖아. 도우미는 돈 들어.”허서령은 또 웃음을 터뜨렸다. 반박할 말이 없었다.지강산은 여행 가방 지퍼를 잠그고 구석으로 옮긴 뒤 그녀를 바라봤다.“날씨 추워졌어. 옷은 침대 옆 협탁에 놔뒀으니까 얼른 갈아입어.”허서령은 협탁 위의 두꺼운 옷을 보고 침대 위로 끌어왔다. 조금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잠깐 나가 있어요. 침대에서 옷 갈아입게.”지강산은 다정하게 웃으며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우리 연인 사이고 같이 잔 적도 수도 없이 많아. 네 몸에 점이 몇 개 있는지도 아는데, 옷 갈아입는다고 나까지 내보내?”“나가 줘요.”허서령은 얼굴을 찌푸렸다. 귓불이 뜨거워져 몹시 민망했다.“알았어. 나갈게.”지강산은 웃으며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허서령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동안 지강산이 문밖에서 크게 말했다.“서령아, 오늘은 책 그만 보고 나랑 밖에 좀 돌아다닐래?”“어디 가게요?”“제산시 명소들 구경시켜 줄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평범한 연인들처럼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진도 찍자.”“좋아요. 나도 잊은 곳이 많아서 다시 보고 싶어요.”“전문 카메라도 가져가자. 내가 사진 찍어 줄게.”“사진 잘 찍어요?”“네가 워낙 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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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저도 마실래요.”메뉴판을 들고 주문하려 하자 지강산이 카메라를 손으로 가렸다.“일단 한 번 마셔 봐.”지강산은 자기가 마시던 두유를 그녀의 앞에 놓았다.“잠깐만.”그러고는 몸을 돌려 쓰레기통까지 가져다 옆에 두었다.“이제 마셔.”허서령은 단단히 대비한 그의 모습을 한 번 보고, 그가 마시던 두유를 한 번 봤다. 정말 그렇게 맛이 없나 싶어 망설였다.지강산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마시던 거라 싫어?”“네?”허서령은 멈칫했다가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런 뜻 아니에요.”‘그러고 보니 강산 씨와 입을 맞추는 건 어떤 느낌일까?’아무 기억도 없으니 그가 마신 음료를 마시는 것도 조금 쑥스러웠다. 하지만 풋풋한 소녀도 아니고, 같은 그릇의 음료를 나눠 마신다고 얼굴이 새빨개질 나이도 아니었다.잔을 들어 냄새를 맡아 보자 특이한 냄새가 확 올라왔다. 솔직히 향부터 별로였다.취두부처럼 냄새는 별로여도 먹으면 맛있는 음식일 거로 생각하며 한 모금 들이켰다.지강산은 이미 휴지를 뽑아 든 채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욱!”다음 순간, 허서령은 곧바로 몸을 옆으로 돌려 쓰레기통에 뱉었다.그 모습에 주변 테이블의 어르신들이 쳐다봤다. 무시하거나 나무라는 눈빛은 아니었다. 이 맛을 모르는 외지인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푸근하게 웃을 뿐이었다.지강산은 웃음을 머금고 그녀의 입가를 닦아 주었다. 눈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맛봤지? 한 그릇 더 시켜?”“싫어요.”허서령은 따뜻한 보리차를 한 모금 마셔 입안을 헹구듯 한 뒤 의아하게 지강산을 봤다.“이렇게 맛없는데 강산 씨는 왜 좋아해요?”“어릴 때부터 마셔서 별로 맛없다고 못 느껴.”“저도 전에 마셔 봤어요?”“응.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걸 알아.”“그럼 강산 씨는요? 안 먹는 음식 있어요?”지강산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은 채 젓가락을 들어 계속 아침을 먹었다.“왜 말 안 해요?”허서령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은근 장난꾸러기라 말해 주면 안 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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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지강산이 말했다.“예전의 넌 사진 찍는 것도, SNS에 일상을 올리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어. 그런데 수술하고 처음 셀카 올린 거 봤을 때 알았지. 지금의 넌 자신도 아끼고 삶도 사랑한다는 걸. 그러니까 사진 많이 찍자. 가장 좋은 순간들을 남겨 두게.”허서령은 마음이 뭉클해 카메라를 지나가던 사람에게 건네며 둘의 사진을 한 장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행인은 흔쾌히 도와주었다. 허서령은 지강산의 옆에 서서 햇살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행인이 물었다.“두 분 연인이시죠?”“네.”지강산이 대답했다.“조금 더 가까이 서세요.”행인이 카메라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지강산은 그녀를 품 안으로 당겼다. 두 사람은 바짝 붙었고, 그의 큰 손은 허리를 감아 그녀의 손을 잡았다. 함께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는 순간이 사진으로 남았다.행인은 카메라를 돌려주며 감탄했다.“두 분 다 너무 잘생기고 예쁘셔서 사진이 정말 잘 나오네요. 카메라도 좋고요.”“감사합니다.”지강산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며 카메라를 받았다.허서령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내밀어 사진을 확인했다. 지강산은 카메라를 낮춰 원본을 확대해 보여 주었다.햇살이 눈 부신 날, 두 사람은 산 정상의 커다란 바위 앞에 서서 함께 사진을 남겼다.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도, 환한 미소도 정말 행복해 보였다.“저한테 보내 줘요. SNS에 올릴래요.”허서령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지강산도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그래.”두 사람은 손을 잡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한낮에는 너무 더워 허서령이 겉옷을 벗어 지강산에게 맡기고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사진 실력은 평범했지만 허서령도 지강산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주었다.지강산은 얼굴도 잘생겼고 키도 크고 늘씬해 어떻게 찍어도 화보 속 모델처럼 나왔다. 허서령은 제 실력이 좋은 줄 알고 우쭐해져 사진작가로 전업해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저녁이 되자 둘은 석양까지 보고 산에서 내려왔다.제산시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도 먹었다. 허서령이 가장 좋아하는 오리구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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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허서령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마음은 몹시 긴장돼 있었다. 오늘 하루 함께 돌아다니며 두 사람의 관계도 한층 가까워졌다. 게다가 내일이면 자신이 울심시로 떠나는 상황이었다. 연인이 헤어지기 전날 밤에는 작은 불씨도 쉽게 타오르는 법이었다. 아직은 그와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아 몸을 맡기기가 어색했다.조금 더 익숙해진 뒤가 좋을 것 같았다.지강산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지만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내일 내가 데려다줄게.”“네, 고마워요.”“제산시로 돌아오는 날짜를 정확히 알려 줄 수 있어?”“저도 아직 몰라요. 고향도 다시 둘러보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요. 감옥에 계신 아버지도 찾아뵙고 엄마 묘소에도 가 볼 생각이에요. 다른 일만 생기지 않으면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아요.”“얼마가 걸리든 꼭 돌아와.”“네.”허서령은 이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평범해 보이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끝없는 걱정과 미련이 묻어 있었다. 마치 자신이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지기라도 할 사람인 것 같았다.뜨겁고도 무거운 그의 눈을 바라보자 다가가 안아 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지금까지 지강산을 겪어 본 바로는, 먼저 안기기라도 했다가는 오늘 밤 그의 방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잘 자요.”허서령은 마음을 굳히고 인사를 건넨 뒤 그의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지강산은 문만 바라본 채 한동안 꼼짝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옆의 큰 침대에 앉았다.두 무릎을 벌리고 팔꿈치를 허벅지 위에 댄 채 두 손을 깍지 껴 주먹처럼 모아 숙인 이마에 받쳤다. 숨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넓은 어깨 위에 거대한 산이라도 내려앉은 듯 몸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 온몸에 깊은 우울감이 감돌았다.눈을 감은 채 고개는 점점 더 아래로 떨어졌고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 생각은 갈수록 엉켜 갔다. 넘쳐나는 불안이 몸 밖으로까지 드러나 방 안 전체가 숨 막히는 침묵에 잠겼다.그날 밤, 지강산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 날 점심은 지강산이 직접 만들었다. 전부 허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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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그 뒤로 그는 계속 말이 없었고, 탑승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그녀의 곁을 지켰다.허서령이 일어서자 지강산도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탑승해야 해요.”허서령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결국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저 갈게요.”지강산은 두 손을 검은 외투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숙였다. 대답도, 말을 잇지도 않고 그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 허서령은 갑자기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작 며칠 다녀와 일을 처리하고 돌아올 뿐인데 왜 이렇게 이별 분위기가 무거운 걸까?’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고 싶어 말을 꺼냈다.“울심시 특산물 중에 갖고 싶은 거 있어요? 사 올게요.”“너만 돌아오면 돼.”지강산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담담히 말했다.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마주칠 수조차 없었다. 허서령이 무슨 말이라도 더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보다 먼저 지강산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여기까지만 데려다줄게. 간다.”말을 남기고 그는 무거운 걸음으로 떠났다.허서령은 멍하니 쓸쓸한 뒷모습을 바라봤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보통 배웅은 탑승 직전까지 해 주고 작별인사를 한 뒤 떠나는 것 아닌가? 나는 아직 탑승도 안 했는데 왜 먼저 가 버린 걸까?’지강산의 뒷모습이 공항 로비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도 허서령은 그가 왜 이렇게 평소와 달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녀는 몸을 돌려 탑승구로 들어갔다. 게이트를 통과한 뒤 다시 한번 뒤를 돌아 지강산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비행기에 오른 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끄기 전 지강산에게 메시지 하나를 보냈다.[탑승했어요. 이제 몇 시간 동안 비행기 모드로 해 둘게요.]메시지를 바라봤지만 지강산에게서는 끝내 답이 오지 않았다. 운전 중인 걸까 싶었다.승무원이 안내하러 오고 나서야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꿔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창밖의 계류장을 바라봤다.비행기가 뜬 뒤에는 한숨 푹 잤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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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허서령은 그 이모티콘을 보자 입을 가리고 웃었다. 더는 답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뒤 솥밥을 맛있게 다 먹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에는 SNS에 짧게 글을 올렸다.[울심시에 돌아왔습니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심인혜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서령아, 울심시에 왔어? 언제 시간 돼? 내가 밥 살게.]허서령은 심인혜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지강산에게 그녀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들었다.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이번에 돌아온 이유 중 하나도 예전 친구들을 만나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오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내일은 동생 집에 가서 처리할 일이 있고, 그다음엔 교도소에 아버지 뵈러 가려고 해. 모레 보자.][좋아. 모레 연락할게. 윤성이도 널 보고 싶어 하는데 같이 가도 돼?][강산 씨 말로는 나랑 윤성이 크게 싸워서 지금 사이가 안 좋다던데.][이십 년 넘게 친구로 지냈는데 한두 번 싸웠다고 어떻게 끝나겠어? 네가 다 잊었다니 지난 일은 그냥 넘기자. 윤성이도 널 많이 보고 싶어 해.]허서령은 무슨 일로 사이가 틀어졌는지 전혀 몰랐다. 그렇다고 일부러 우정을 회복하려고 울심시에 온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을 만나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오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었다.상대가 누구든 만나는 걸 굳이 피할 생각은 없었다. 설령 원수였다고 해도 상관없었다.[그래. 같이 데려와.]심인혜와 메시지를 마친 허서령은 침대에 누워 지강산이 챙겨 준 책을 펼쳤다.그런데 이상하게 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울심시의 집이 너무 낯설어서일 수도 있고, 제산시를 떠나오니 누군가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일 수도 있었다.허서령은 누운 채 휴대전화를 들어 지강산의 SNS를 열었다.역시 새 글이 올라와 있었다.비행기가 이륙하는 사진이었다. 기체와 항공편을 보니 자신이 탄 비행기였다.사진 아래에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무사히 다녀와. 기다릴게.]허서령은 좋아요도 누르지 않고 댓글도 달지 않은 채 조용히 화면을 나와 지강산과의 대화창에 적었다.[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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