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Kapitel 481 – Kapitel 490

500 Kapitel

제481화

어쩌면 지강산도 지친 것인지 몰랐다.허서령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잠들었다. 지강산의 말도 흐릿하게 몇 마디 들었을 뿐, 곧 꿈속으로 빠져들었다.지강산은 그녀의 등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호흡도 일정해지자 몸을 기울였다. 한쪽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얼굴 위로 고개를 숙여 눈을 살폈다.허서령은 눈을 감은 채 온몸의 힘을 풀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그녀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지강산의 눈매가 부드럽게 풀렸다. 입가에는 안도 섞인 미소가 번졌다.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커다란 돌이 드디어 내려간 것처럼 숨이 트였다.그 안도는 다름 아닌 허서령의 건강 때문이었다.잘 먹고, 누우면 곧 잠들고, 햇빛을 받으며 웃고, 바람을 느끼며 즐기고, 좋아하고 미워하는 감정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이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지강산은 손끝으로 그녀의 볼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걷어 어깨 뒤로 넘겼다. 하얗고 고운 얼굴이 드러났다. 목울대가 움직이고 가슴 안쪽으로 뜨거운 열이 모였다. 몸을 바짝 붙이고 싶고, 입 맞추고 싶고, 만지고 싶었다.하지만 모든 충동을 억눌렀다.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허서령 쪽 침대 등을 껐다. 그리고 자신의 베개를 가운데로 끌어당겨 그녀의 곁에 누웠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머리카락의 은은한 향이 느껴졌다.두 사람 사이에는 이불 두 장이 놓여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그녀를 향한 몸의 갈망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당연히 손댈 수는 없었다. 깨울까 봐 두려웠고, 놀라게 할까 봐 더 조심스러웠다.그는 그녀의 뒤에 누운 채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만 살살 만졌다.참다못해 머리카락 한 줌을 들어 코끝에 대고 그녀만의 은은한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말랑하고 포근했던 몸의 감촉이 떠오르자 몸 안에 갑자기 열이 올랐다.자야 했다. 이러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지강산은 몸을 돌려 자기 쪽 침대 등도 끄고 다시 허서령의 등에 가까이 붙어 옆으로 누웠다.눈을 감아도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향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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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침을 삼킨 그녀는 천천히 손을 빼냈다. 그리고 지강산의 잠옷 소매를 살짝 집어 들어 그의 팔을 조심스레 올린 뒤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한 치씩, 한 치씩 그의 품을 빠져나왔다.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그녀는 숨을 죽인 채 지강산의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시선은 계속 그의 잠든 얼굴에 머물렀다.깨어날 기색이 없어 보이자 허서령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고 침대 위를 둘러봤다.자신과 지강산 모두 어느새 침대 한가운데까지 와 있었다. 자신이 잠결에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아주 편안하게 잤던 모양이었다.기억 속에는 없는 사람이지만 몸은 그의 품을 너무도 익숙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깊이 잠들 정도로 말이다.허서령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날씨가 꽤 추워졌다는 게 느껴졌다. 슬리퍼를 신고 자기 이불을 들려다가 지강산이 덮은 이불이 얇아 보이자 자신의 이불까지 그 위에 덮어 줬다. 그리고 베개만 안은 채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그녀가 방문을 닫는 순간 지강산이 눈을 떴다. 손을 뻗어 그녀가 남겨 두고 간 이불을 천천히 만지며 입꼬리를 올렸다.사실 그는 진작 깨어 있었지만 그녀가 민망해할까 봐 계속 자는 척했다....허서령은 방으로 돌아와 세수하고 양치까지 마친 뒤 편안한 베이지색 가을옷으로 갈아입었다. 긴 머리를 뒤로 묶고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식탁에는 지상훈과 지은영이 이미 아침을 먹고 있었다.그녀는 다가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아버님, 좋은 아침이에요. 은영아, 좋은 아침.”“그래, 잘 잤니?”지상훈이 대답했다.지은영이 궁금한 듯 물었다.“새언니, 오늘 출근도 안 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일찍 일어나 책도 보고 공부하려고. 최대한 빨리 다시 출근하고 싶거든.”허서령은 자리에 앉아 빈 그릇을 들고 잡곡죽을 한 그릇 담았다.식탁 위에는 여러 가지 아침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잡곡죽뿐 아니라 요거트와 계란 프라이, 파운드 케이크, 삶은 달걀, 옥수수와 고구마까지 있었다.소박하면서도 건강한 식단이었다.아무리 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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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네.”허서령은 부정하지 않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솔직하게 대답했다.지은영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봤다.지상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화를 내지 않아도 위압감이 느껴졌다.“모두 한 가족인데 왜 그렇게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니? 사람은 겸손하고 예의가 있어야 하고, 가족끼리는 더더욱 서로 존중해야 한다.”허서령이 담담하게 웃었다. 다만 그 웃음에는 차가움이 묻어 있었다.“아버님, 존중은 서로 하는 거잖아요. 그쪽에서 죽은 제 아이를 가지고 일부러 자극한 건 뭐가 되죠? 물론 저는 기억이 없어서 크게 상처받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버님 아들도 같이 있었어요.”“자기 아이를 잃은 사람 앞에서 사촌 아주버님과 형님이 그 상처를 다시 들추고 비꼰 거예요. 입으로는 저희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척했지만 저희도 바보는 아니잖아요.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는 알아들어요. 그런데도 넓은 마음으로 참는 척, 서로 잘 지내는 척해야 한다면 그런 가족 관계를 억지로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 대체 누구 보여 주려고요?”지상훈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마음이 무거운 듯 몇 초간 침묵하다가 허서령을 바라봤다.“한 가족끼리 무슨 그렇게 큰 원한이 있겠니. 서로 말로 좀 세게 부딪힌 것뿐이니 참다 보면 지나간다.”“맞아요. 말로 좀 세게 한 것뿐이죠. 그럼 왜 사촌 아주버님과 형님은 못 참아요? 큰어머님은 왜 못 참고요? 그쪽이 어른이고 윗사람이니까 저랑 강산 씨만 무조건 참아야 하나요?”지은영이 얼른 끼어들었다.“아빠, 새언니 말이 맞아요. 큰어머니네는 원래 너무 심해요. 늘 우리 잘되라고 그러는 척하면서 하는 짓은 진짜 기분 나쁘잖아요. 새언니 탓하면 안 돼요.”“이번은 그냥 넘어가마.”지상훈이 마지못해 타이르듯 말했다.“하지만 다음부터는 너무 충동적으로 굴지 마라. 가족은 앞으로도 계속 마주쳐야 해.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전체를 좀 생각하고, 관계를 지나치게 틀어지게 만들지는 마.”허서령은 그 말이 몹시 우스웠고 마음도 불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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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지자 지은영은 당황했다. 얼른 휴대전화를 꺼내 고개를 숙인 채 몰래 지강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둘째 오빠, 빨리 식당으로 와. 새언니랑 아빠가 다투고 있어.]허서령이 차갑게 웃었다.“저랑 강산 씨가 혼인신고는 안 했어도 아버님이 며느리로 인정한다고 하셨죠. 그런데 큰아버님은 울심시 검찰의 검사잖아요. 저한테 뭘 해 주셨어요? 재심 신청서에 서명해서 사건을 다시 조사하게 해 주는 것조차 안 했어요. 그런 분이 제가 비위를 맞춰 가며 반드시 존중해야 할 어른인가요?”지상훈의 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졌다.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단단했다.“지씨 집안 며느리가 되려면 교양과 예의를 갖춰야 해. 필요하면 써야 할 가면도 써야 한다.”“아버님, 제 질문에는 아직 답을 안 하셨어요.”“네가 변호사라고 검사에게 일을 가르치겠다는 거냐?”지상훈이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재심할 만한 사건이면 네 큰아버지가 알아서 서명했을 거다.”허서령은 너무 어이가 없어 기운이 빠졌다.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버님은 역시 자기 식구 편만 드시네요. 그런데 그 자기 식구가 큰형님뿐이고요.”“갈수록 버릇이 없구나. 어른에게 그렇게 따지는 법이 어디 있어?”지상훈이 식탁을 세게 내리치며 차갑게 꾸짖었다.“가장 기본적인 예의와 분별, 말할 때와 물러날 때조차 모르는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강산의 아내가 되겠다는 거냐?”그 순간 허서령의 가슴속에 답답하고 억울한 감정이 끓어올랐다.머릿속으로 갑자기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가며 심장이 저릿하게 아팠다. 기억 속 지상훈이 자신에게 말했다.“내 아들은 한 번 마음 주면 끝까지 가는 놈이야. 너도 자기를 사랑하는 걸 아니까 네가 혼자 있으면 그놈도 평생 혼자 있을 거다. 그러니 네가 떠나든지 결혼을 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라. 네가 제산시에 안정적인 직장도 있다니 결혼해. 어떤 남자가 좋니? 내가 소개해 주마.”갑자기 좋지 않은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허서령은 밀물처럼 한꺼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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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그때 하선희도 급히 나왔다. 지은영의 설명을 들은 그녀는 옆에서 주먹을 꽉 쥔 채 화가 나 손까지 떨렸다.‘내가 형님 부부를 반평생 참은 것도 모자라 이제 며느리한테까지 참으라고 하다니? 정말 너무하네.’지강산은 허서령의 팔을 잡은 채 아버지의 앞까지 데리고 갔다.허서령은 지강산이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시킬 줄 알고 배 속에 화를 꾹 눌러 담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강산은 아버지를 향해 냉정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아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빠가 직접 지키세요. 저희가 아빠 형제간의 정을 망치고 집안 화목을 깨뜨린다고 생각하시면, 저를 아들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서령이도 며느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허서령은 놀란 눈빛으로 지강산을 바라봤다.지상훈이 ‘쾅!’ 소리가 나도록 식탁을 치고 일어섰다. 그러고는 지은영과 허서령이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호통쳤다.“나와 부자 관계를 끊겠다는 거냐?”지강산은 침착하게 말했다.“혈연관계도 법적인 관계도 끊을 수 없죠. 다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정까지 강요하지는 말아 주세요.”하선희도 화를 냈다.“아들한테 왜 화를 내요? 애초에 당신이 잘못했잖아요. 당신 마음에는 큰형님, 형님네 가족, 그리고 그 큰 집안밖에 없어요? 우리 작은 가족은 가족도 아니에요? 제가 그 사람들을 반평생 참고 살았으면 됐지, 왜 애들까지 참게 만들어요?”지상훈은 하선희의 목소리를 듣자 분노가 조금 가라앉았다.“여보, 물을 마셔도 우물 판 사람 은혜를 잊으면 안 돼. 내가 어릴 때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셨어. 집이 너무 가난해서 밀가루 한 줌도 없었는데, 그때 형이...”하선희가 짜증스럽게 말을 잘랐다.“됐어요, 됐어. 그 얘기 백 번도 더 들었어요. 귀에 못이 박였다고요. 당신 형님이 당신한테 잘해 줬고 형제애가 깊다는 거 알아요. 그러니 당신이 형님한테 잘해 드리면 돼요. 애들한테까지 도덕적으로 강요하지 말아요. 애들은 큰형님 은혜를 받은 적이 하나도 없어요.”“서령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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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하선희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네 아빠가 저런 태도인데 나도 여기 계속 눌러앉아 있기는 민망하구나. 나이 먹고도 고집은 여전해. 서령아, 너무 미워하진 마. 나중에 머리 좀 식으면 괜찮아질 거야.”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선희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둘째 오빠, 그럼 나는?”지은영이 일어나 자기 턱을 가리키며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은근히 남고 싶다는 기대가 가득했다.지강산이 가볍게 대답했다.“엄마 아빠랑 집에 가서 살아.”지은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볼을 부풀린 채 그를 향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다 허서령을 볼 때는 금세 부드럽게 웃었다.“새언니, 저 자주 놀러 올게요.”허서령은 자신 때문에 지강산이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모두 돌려보내는 것 같아 미안했다.“응.”지은영은 그녀의 옆을 지나며 말했다.“새언니, 사실 저 어젯밤 새언니랑 진짜 같이 자고 싶었어요. 둘째 오빠가 저를 협박하고 억지 부리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압박해서 제가 새언니 방에 못 들어오게 한 거예요.”지강산은 표정이 확 굳은 채 지은영을 노려봤다.“더 과장해 보지 그래?”지은영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재빨리 도망쳤다. 조금만 늦으면 둘째 오빠 손에 죽을 것 같았다.그 말을 들은 허서령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지강산을 바라봤다.“강산 씨...”“쟤 헛소리 듣지 마.”지강산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그제야 허서령은 자신과 아버지가 조금 다퉜다고 해서 지강산이 왜 부모님과 여동생까지 굳이 다 보내려는지 알아챘다.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이 집은 강산 씨 혼자 사는 집이에요?”허서령이 물었다.지강산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우리 둘 집이지.”허서령은 입을 벌렸다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지강산이 여전히 자기 팔을 꽉 잡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팔이 아플 정도였다.“이제 놔줄래요?”지강산은 시선을 내리고 숨을 한 번 가라앉혔다. 하지만 손은 놓지 않았다. 다시 눈을 들었을 때 깊은 눈동자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빛이 어려 있었다. 그는 아주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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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허서령은 그의 손을 내려다봤다.“이제 놔줘요. 아버님께 가서 사과하고, 두 분한테 그냥 여기 계시라고 할게요.”“누가 잘못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아버지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네가 먼저 사과할 필요 없어.”지강산은 그녀를 다시 식탁으로 데려가 의자에 앉힌 뒤 옆자리에 앉았다.“일단 아침부터 먹어.”“그래도 부모님이 가신다잖아요.”“원래 여기 사시던 분들도 아니야. 전에 네가 임신해서 널 돌보려고 오신 거였어.”허서령은 죄책감이 밀려왔다.“그럼 더더욱 사소한 다툼 때문에 두 분을 가시게 하면 안 되죠. 우리가 너무한 것 같아요.”허서령이 일어나려 하자 지강산이 손을 뻗어 그녀의 허벅지를 눌렀다.“전혀 안 그래. 오늘 한 번 양보하면 내일은 두 번, 세 번 양보해야 해. 그러다 보면 결국 상처받는 건 너야. 난 차라리 가식적인 친척들과 거리를 두고 우리 삶이나 잘 챙겼으면 좋겠어. 우리 가정부터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우리 가정이요?”허서령은 의아하게 그를 바라봤다.지강산이 옅게 웃었다.“나랑 너. 나중에는 우리 아이도 있을 수 있고.”허서령의 귓불이 살짝 달아올랐다. 마음 깊은 곳이 간질거리듯 흔들렸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등을 곧게 펴고 식탁에 바짝 앉아 숟가락으로 죽을 떠먹었다.그런데도 허벅지 위에 놓인 손이 떨어지지 않자, 허서령은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려 지강산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허벅지에서 치워 냈다.지강산은 순순히 손을 거두고 젓가락으로 반찬 하나를 집어 그녀의 앞에 있는 작은 접시에 놓아 주었다.그사이 비서가 지상훈을 데리러 와 출근길을 도왔고, 지은영도 차를 몰고 출근했다.도우미 아주머니는 하선희와 함께 짐을 정리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지강산은 하선희가 있는 방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먼저 사과했다.“엄마, 미안해요. 아버지랑 집으로 돌아가시게 해서.”“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하선희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었다.“내가 네 엄마인데 네 속을 모르겠니?”지강산은 미소만 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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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말을 이어 갈수록 하선희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힘겹게 말했다.“그런데 하필 네가 제일 힘든 길을 걸었어. 엄마는 네가 힘든 걸 보는 게 너보다 백 배는 더 아파. 사실은 나도 너 못지않게 서령이가 떠날까 봐 무섭다.”지강산의 눈도 붉어졌다. 그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서 휴지를 뽑아 어머니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 주었다.“엄마는 왜 서령이가 떠나는 게 무서워요?”하선희는 가슴속에 쌓인 답답한 숨을 길게 내쉬었다.“그 애가 널 떠났던 오 년 동안, 밝고 잘 웃던 내 아들이 사라졌으니까.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지고, 웃지도 말도 잘 안 하더니 담배와 술까지 달고 살았잖아. 한때 그렇게 빛나던 내 아들이 사랑 하나 때문에 망가지는 걸 눈앞에서 보는데 엄마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아니? 난 보살님 앞에서 밤새 무릎이라도 꿇고 서령이가 네 곁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다시는 마음 변하지 않고 영원히 널 떠나지 않게 해 달라고 빌고 싶었어.”지강산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이 깊은 눈동자를 적셨다. 그는 어머니를 품에 끌어안고 고개를 들어 괴로운 듯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하선희는 그의 품에서 말없이 흐느꼈다.지강산의 가슴도 욱신거렸다. 그는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엄마, 그동안 걱정 끼쳐 드렸어요. 그땐 제가 너무 어렸고, 사랑 때문에 상처받았을 때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게요.”“서령이도 많이 힘들었지.”하선희는 코를 훌쩍이며 그의 품에서 떨어져 나와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난 오히려 지난 일을 잊은 게 서령이한테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과거가 너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잖아. 그런데 그 애가 널 기억하지 못하면 둘 사이의 사랑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고. 만약...”지강산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끊었다.“엄마, 설마 아들한테 서령이가 다시 반할 만한 매력도 없다고 생각하세요?”하선희는 눈물 맺힌 채 따라 웃었다. 고개를 들어 지강산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에는 밝은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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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허서령은 휴대전화를 든 채 일어나 발코니로 나갔다. 따뜻한 햇볕 아래 서서 느긋하게 물었다.“재개발 보상금은 대략 얼마나 돼?”허태윤의 목소리에 불쾌함이 묻어났다.“누나, 왜 바로 보상금부터 물어봐? 그건 아버지 돈이잖아.”“아버지 돈이면 왜 내가 서명해야 하는데? 아버지한테 서명받으면 되잖아.”“그게... 아버지가 감옥에 있잖아.”“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한 것도 아니니까 변호사 선임해서 접견하면 서명은 받을 수 있어.”“그게...”허태윤은 우물쭈물하며 더는 핑계를 찾지 못했다.기억은 없어도 상식과 법률 지식은 그대로인 허서령이 느긋하게 물었다.“엄마가 아플 때 유언을 남겼지? 우리 집에도 내 몫이 있는 거 아니야?”더는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 허태윤이 마지못해 말했다.“맞아. 엄마 아플 때 누나가 돈도 대고 직접 병간호도 열심히 했잖아. 엄마가 그게 고마웠나 봐. 감옥에 있는 아버지까지 찾아가 상의해서 3층짜리 집을 유언으로 나눴어. 1층은 부모님 몫, 2층은 내 몫, 3층은 누나 몫이야.”허서령이 흥미롭게 물었다.“내가 서명 안 하면 이 집 재개발 못 하는 거지?”허태윤이 짜증을 냈다.“왜 서명을 안 해? 이 낡은 집이 뭐가 그렇게 값져? 보상금만 40억이야. 돈 받으면 시내에 8억 정도 하는 넓은 아파트 한 채 사고, 남은 돈은 투자도 할 수 있잖아. 얼마나 좋아.”“난 옛날 집이 좋아. 추억도 있고. 그러니까 서명 안 할래.”허태윤이 버럭 욕했다.“허서령, 너 미쳤어? 기억도 잃었다면서 무슨 추억 타령이야? 울심시에도 제산시에도 집이 있고, 돈 많고 힘 있는 남자친구까지 있잖아. 앞으로 거기 가서 살 일도 없을 텐데 그 낡아 빠진 집을 왜 남겨? 거미줄 치게? 쥐 키우게?”“아니.”허서령은 웃으며 발코니 난간에 기대 파란 하늘을 올려다봤다. 기분이 한결 상쾌했다.“그냥 남겨 둘 거야. 너 약 올리려고.”“너 진짜 미쳤냐?”허태윤은 화를 참지 못하고 전화를 확 끊어 버렸다.허서령은 피식 비웃으며 밖의 큰 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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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누나는 정말 남매 정이 하나도 없어?”허태윤이 화를 냈다.허서령은 그 말이 우스워 되물었다.“넌? 언제 나한테 남매 정이 있었어? 최근 일은 잊었지만 어릴 때는 희미하게 기억나. 네가 사고 쳐도 부모님은 날 때렸고, 네가 잘못해도 내 탓으로 돌렸잖아. 사탕이 세 개면 네가 두 개 먹고, 두 개면 너 혼자 다 먹었어. 어릴 때부터 이기적이었지. 기억이 흐릿한데도 네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는 충분히 떠오를 정도야.”“알았어. 지난 얘기는 그만하고 돈 구해 볼게.”허태윤이 이를 악문 채 말했다.허서령은 전화를 끊자 속이 다 시원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햇살에 하얀 얼굴을 맡겼다.요즘 들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 흐릿한 부분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부모가 남동생을 편애하던 기억이었다.지금의 허서령은 그런 일도 어느 정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어머니는 평생 남동생을 더 챙겼지만, 병든 뒤에는 그래도 자신에게 집 한 채에 해당하는 몫을 남겨 주었다.그것 역시 사랑이 아니겠는가.원래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렇게 모순적이었다.며칠 전 읽은 책에서 본 문장이 떠올랐다. 평범함과 위대함, 잔인함과 선함, 미움과 사랑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 함께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밀어내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마당에서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곧 휴대전화에서도 알림음이 두 번 울렸다. 확인해 보니 지강산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서령아, 엄마 집에 모셔다드리고 조금 있다가 돌아갈게.]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이는 이모티콘으로 답했다.이어서 하선희와의 대화창을 열고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자주 놀러 오세요.]하선희가 답했다.[그래. 너도 시간 나면 강산이랑 집에 와서 자고 가. 네 아빠는 신경 쓰지 마. 생각이 너무 굳어서 원래 답답한 사람이야.]정말 좋은 어머니였다. 아들을 사랑하는 만큼 자신에게도 다정하고 살갑게 대해 주며 아껴 주었다.어떻게 답해야 예의 바를지 몰라, 허서령은 얌전히 웃는 여자아이 이모티콘 하나를 보냈다.휴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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