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강산도 지친 것인지 몰랐다.허서령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잠들었다. 지강산의 말도 흐릿하게 몇 마디 들었을 뿐, 곧 꿈속으로 빠져들었다.지강산은 그녀의 등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호흡도 일정해지자 몸을 기울였다. 한쪽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얼굴 위로 고개를 숙여 눈을 살폈다.허서령은 눈을 감은 채 온몸의 힘을 풀고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그녀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지강산의 눈매가 부드럽게 풀렸다. 입가에는 안도 섞인 미소가 번졌다. 오랫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커다란 돌이 드디어 내려간 것처럼 숨이 트였다.그 안도는 다름 아닌 허서령의 건강 때문이었다.잘 먹고, 누우면 곧 잠들고, 햇빛을 받으며 웃고, 바람을 느끼며 즐기고, 좋아하고 미워하는 감정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이것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지강산은 손끝으로 그녀의 볼에 내려온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걷어 어깨 뒤로 넘겼다. 하얗고 고운 얼굴이 드러났다. 목울대가 움직이고 가슴 안쪽으로 뜨거운 열이 모였다. 몸을 바짝 붙이고 싶고, 입 맞추고 싶고, 만지고 싶었다.하지만 모든 충동을 억눌렀다.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허서령 쪽 침대 등을 껐다. 그리고 자신의 베개를 가운데로 끌어당겨 그녀의 곁에 누웠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머리카락의 은은한 향이 느껴졌다.두 사람 사이에는 이불 두 장이 놓여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그녀를 향한 몸의 갈망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당연히 손댈 수는 없었다. 깨울까 봐 두려웠고, 놀라게 할까 봐 더 조심스러웠다.그는 그녀의 뒤에 누운 채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만 살살 만졌다.참다못해 머리카락 한 줌을 들어 코끝에 대고 그녀만의 은은한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말랑하고 포근했던 몸의 감촉이 떠오르자 몸 안에 갑자기 열이 올랐다.자야 했다. 이러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지강산은 몸을 돌려 자기 쪽 침대 등도 끄고 다시 허서령의 등에 가까이 붙어 옆으로 누웠다.눈을 감아도 숨을 쉴 때마다 그녀의 향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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