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업무를 마친 허서령이 휴대폰을 들어 심인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인혜야, 깼어?][어, 깼어.][시욱 씨랑은 어떻게 됐어?][얘기 잘 끝냈어. 시욱 씨가 양보하기로 해서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해.][미안해서 어떡하지? 지금 손에 엄청 중요한 사건이 하나 있거든. 다음 달에 출장 가야 할 것 같아. 들러리 못 서줄 것 같은데... 이번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양쪽의 비주얼 담당 두 사람이 다 못 온다고? 둘이 짰어?][그게 무슨 소리야?][지강산 씨도 일이 생겨서 못 온대.]지강산 역시 허서령을 만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허서령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울심시가 넓고 사람도 많았다. 마음먹고 피하기만 한다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허서령도 바빴고 지강산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평행선처럼 영원히 접점이 없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실제로도 일부러 그를 피했다.심인혜와 백시욱이 주선한 자리는 모두 핑계를 대고 거절했고 친구들이 부를 때마다 누가 오는지 낱낱이 확인하며 지강산과 마주칠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그렇게 보름 뒤.변호사 나정민이 서류 한 뭉치를 들고 허서령의 사무실로 들어왔다.“허변, 이 사건 의뢰인이 꼭 허변한테 사건을 맡기고 싶다네요.”허서령이 서류를 받아 대충 훑어보았다.“상표권 침해 소송요? 나변, 이건 제 전문 분야가 아닌데요? 전 공익 쪽을 위주로 맡고 있고 이런 상업 소송은 나변 담당이잖아요.”“그쪽에서 꼭 허변한테 맡기고 싶다는데 어쩌겠어요.”나정민이 검은 뿔테 안경을 올리면서 감탄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수임료를 무려 30%나 더 주겠다는데 내가 흔들리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그건...”“허변 능력을 믿어요.”“알겠어요. 한번 해볼게요.”“의뢰인 집 주소니까 바로 가보세요.”“집으로요?”“네, 집으로.”...에버그린 힐.울심시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주택이자 고소득 전문직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항공우주연구원과도 차로 불과 10분 거리였다.보안이 매우 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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