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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apítulo 441 - Capítulo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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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1화

허서령은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고통을 억누르지 못했다. 머릿속은 온통 아이 생각뿐이었다. 자신이 미웠고, 세상도 원망스러웠다.‘왜 모든 불행은 전부 나에게만 닥치는 걸까?’마치 누군가 커다란 손으로 심장을 움켜쥐고 가슴 밖으로 잡아 뜯는 것 같았다. 피투성이가 되도록 뽑혀 나가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지은영은 있는 힘껏 그녀를 끌어안았고, 허서령은 눈물을 쏟으며 목 놓아 울었다.그 처절한 울음소리에 산책 중이던 환자들이 하나둘 몰려들었고, 간호사까지 달려왔다.간호사가 다급하게 물었다.“환자분, 왜 이러세요?”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무너진 허서령을 본 적이 없었던 지은영은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저으며 울먹였다.“우울증이 있어요. 갑자기 왜 그런지 너무 서럽게 울면서 계속 가슴을 때렸어요.”간호사는 상태를 보더니 단순한 우울증 같지 않아 다시 물었다.“양극성 장애도 있나요?”지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멀리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훤칠한 남자를 발견하고, 물에 빠진 사람이 구명줄을 발견한 듯 다급하게 외쳤다.“둘째 오빠... 오빠, 빨리 와!”지강산이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달려왔다. 그는 초조한 표정으로 두 사람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지은영의 품에 있던 허서령을 받아 안았다.힘이 센 그는 떨고 있는 허서령을 단단한 가슴에 꽉 끌어안았다.거친 숨결이 허서령의 귓가에 닿았다. 그는 팔에 힘을 주어 그녀가 자신을 해치지 못하게 막고,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감정을 받아 주었다.“서령아... 울어도 괜찮아. 지금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나도 알아. 다 알아. 실컷 울어. 하지만 너 자신을 포기하려고 하면 안 돼. 나를 생각해. 나도 생각해 줘.”허서령은 그의 옷자락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울었다. 그의 가슴팍이 눈물로 흠뻑 젖을 만큼 몸을 떨며 흐느꼈다.극심한 고통에 이성이 끊어질 듯했다. 이 고통스러운 삶도, 모든 것도 끝내 버리고 싶었다.지강산은 계속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나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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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천천히... 아주 천천히...”지은영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옆에 서서 지켜봤다.잠시 뒤, 허서령은 완전히 진정됐다.하지만 그 고요함은 극심한 슬픔과 고통을 겪은 뒤 정신이 마비된 사람의 모습 같았다.침대에 누운 그녀는 조건반사처럼 몸이 간헐적으로 떨릴 뿐,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은 멍했다. 마치 고요한 물처럼 아무런 파문도 없었다.지강산은 아무리 감싸도 따뜻해지지 않는 그녀의 손을 잡아 입술에 가져다 대고 살며시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서령아, 걱정하지 마. 내가 계속 네 곁에 있을게. 이 어두운 시간을 같이 버티고, 이 병에서 빠져나오도록 같이 걸을게. 네가 회복할 때까지... 계속, 계속 곁에 있을 거야. 우리가 늙을 때까지.”“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사는 게 아무 의미 없다고도 생각하지 마. 너한테는 내가 있어. 나는 계속 여기 있어.”지은영도 곁에서 거들었다.“저도 있잖아요. 언니, 우리 가족 모두가 언니랑 같이 이 고비를 넘길 거예요.”허서령의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 시선은 여전히 멍한 채 구석을 향해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결마저 얕았다.지강산은 그녀가 진정된 것을 확인한 뒤 지은영을 돌아봤다.“왜 밖으로 데리고 나갔어?”“날씨가 좋더라고. 언니가 일어나고 나서 계속 멍하니 있고 감정도 거의 없길래, 햇볕이라도 쬐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해서 데리고 나갔어.”“그런데 왜 갑자기 감정이 폭발했어?”“심인혜 언니가 아들이랑 병문안 왔었어.”지은영은 의자를 끌어 침대 옆에 앉아 지강산과 마주했다.“둘이 왔을 때는 언니 기분도 꽤 좋아 보였어. 계속 아기 웃겨 주고 같이 놀아 주면서 점점 밝아졌거든. 그런데 둘이 가고 얼마 안 돼서 갑자기 무너졌어. 펑펑 울면서 가슴을 미친 듯이 때리고 소리까지 질러서... 나 진짜 너무 놀랐어.”상황을 들은 지강산은 허서령을 바라봤다. 그녀의 손을 이불 안에 넣어 주고 다시 이불을 덮어 주었다.“은영아, 고생했어. 넌 먼저 들어가. 여긴 내가 있을게.”“오빠,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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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지강산은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깊고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도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종일 잤잖아. 밥 좀 먹고 약도 먹자.”허서령이 고개를 저었다. 기운 하나 없는 목소리가 나른하게 흘러나왔다.“배 안 고파요.”“안 고파도 먹어야 해.”지강산은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나 작은 주방으로 가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워 왔다. 그러고는 반찬통을 하나씩 꺼내 침대 위 식판에 차려 놓았다.반찬 다섯 가지에 국까지, 꽤 푸짐했다.허서령이 놀란 눈빛으로 올려다봤다.“왜 이렇게 많이 했어요?”지강산이 웃었다.“입맛 없을까 봐 여러 가지 했지. 그중 하나는 네가 먹고 싶을 것 같아서.”“그럼 강산 씨는 먹었어요?”지강산은 국을 떠 주며 말했다.“네가 남기면 그때 먹을게.”허서령의 가슴이 시큰했다. 감동을 주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다.벌써 밖은 캄캄했다. 그는 점심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녀의 곁을 지켰다. 점심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녁은 분명 먹지 않았을 터였다.지강산은 자신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있었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치밀어 올랐지만 허서령은 이를 악물고 참았다.지강산은 국물을 한 숟갈 떠서 한참 식힌 뒤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푹 곤 닭곰탕이야. 오래 끓였어.”허서령은 그가 내민 숟가락을 받아먹었다. 담백하고 달큰한 국물이 입안에 퍼졌다.숟가락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허서령은 젓가락을 집어 지강산에게 내밀었다.“같이 먹어요.”“너부터 배부르게 먹이고 나서 먹을게.”“제가 다 먹으면 음식 다 식어요.”“겨울도 아닌데 뭐. 괜찮아.”지강산은 다시 국을 떠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허서령은 홱 고개를 돌리더니 볼까지 부루퉁하게 내밀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그 억울함은 자신 때문이 아니라 지강산 때문에 드는 감정이었다.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남자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신 같은 여자에게 모든 걸 다 내주고 있었다.밥조차 자신이 남긴 걸 먹겠다고 하니 생각할수록 그가 너무 아까웠다.지강산은 숟가락을 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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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왜 말려? 네가 먹여 주는 거 좋은데. 네가 나를 챙겨 주는 느낌이잖아.”지강산은 그녀의 빈 그릇을 들어 다시 국물을 가득 떠 놓았다.“난 국 충분히 먹었으니까 이제 네가 먹어. 난 다른 반찬 먹을게.”허서령은 문득 그가 참 솔직하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기분 좋으면 좋은 대로 받아들일 뿐, 남들이 정해 놓은 보이지 않는 규칙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허서령은 국을 마셨고, 지강산은 가끔 고기나 반찬을 그녀의 입에 넣어 줬다. 이번엔 허서령도 더는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 한입씩 먹여 주며 함께 저녁을 먹었다. 간호사가 안 들어온 게 다행이었다. 누가 봤으면 민망해서 죽을 뻔했다.허서령은 지강산을 보면서 사랑하는 법을 정말 많이 배우고 있었다.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지강산은 식기를 모두 정리하고 따뜻한 물과 약을 가져왔다.허서령은 평소보다 늘어난 약의 양을 보며 자신의 병이 더 심해졌다는 걸 알아차렸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약을 먹는 것이 몹시 싫었다.지금은 몸도 괜찮고 딱히 불편한 곳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약을 먹어야 하나 싶었다.어쩌면 병이 너무 교활해서 스스로 멀쩡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허서령은 따뜻한 물과 함께 약을 전부 삼켰다.지강산이 막 물컵을 내려놓자 허서령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강산 씨, 저 언제 퇴원할 수 있어요?”“검사 결과가 전부 나오고 의사가 상태를 평가한 다음, 퇴원해도 된다고 판단하면 알려 줄 거야.”“윤슬이는요? 오늘은 왜 안 왔어요?”“형 집에 들어가 살고 있어.”허서령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내년에 석박사 통합과정 들어가면 생활비도 많이 필요할 텐데, 태일 오빠 집에 들어가면 그래도 월급은 받아요?”지강산은 옅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받아. 대신 우리 형이 줘.”“무슨 일 하는데요?”“전업주부.”“네?”허서령은 눈을 크게 뜨며 미간을 찌푸렸다.지강산은 웃으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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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검사 결과가 나온 뒤 허서령의 몸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정신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퇴원 서에는 ‘중증 우울장애 및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진단명이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허서령은 자신이 정말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느껴졌다.의사는 이것이 마음이 약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병에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담을 갖지 말고 약을 잘 먹고 치료를 받으며, 삶과 병을 적극적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했다.허서령은 별다른 자신이 없었지만, 지강산만큼은 그녀가 반드시 좋아질 거라고 굳게 믿었다.퇴원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이와 관련된 물건들이 전부 사라진 상태이었다.허서령이 어디 갔느냐고 묻자 지강산은 당분간 쓸 일이 없어서 전부 보육원에 기부했다고 했다.하준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몸 상태를 물으며, 법무법인 업무는 무급 휴직 처리해 둘 테니 몸이 다 나은 뒤에 돌아오라고 했다.일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SNS에서 심인혜가 올린 글도 봤다. 아들을 데리고 울심시로 돌아갔다며, 다소 중2병 같은 문구를 남겨 두었다.[사랑 따윈 끝. 앞으로는 오직 내 인생의 여주인공으로 살 거야.]백시욱은 심인혜의 그 글에 ‘좋아요’를 눌러 놓았다.아마 두 사람도 원만하게 이혼한 모양이었다.부디 결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심인혜가 마음껏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했다.정작 허서령 자신도 결혼의 굴레는 없었지만 병 때문에 조금도 자유롭고 홀가분하지 못했다.그녀는 매일 약을 먹고 운동을 하고 심리치료를 받으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협조했다.지강산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강령원을 떠나지 않았다.하루 세끼는 하선희가 직접 챙기고 감독했고, 실제 조리는 집안일을 돕는 아주머니가 맡았다.지상훈은 중앙정부에서 일해 일이 바쁠 때면 집을 자주 비웠다.지은영은 원래 해외 전쟁지역 특파원이었지만 최근 국내 민생 취재 기자로 옮겼다. 쉬는 시간도 조금 늘었고, 진행자 자격증도 따 볼 생각이었다.지강산 역시 바빴다. 하지만 허서령이 아픈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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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결혼은요?”지상훈이 곧바로 물었다.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침묵했다.허서령은 더욱 긴장했다. 손바닥에 식은땀이 차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는 관리자들을 두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봤다.지상훈은 허서령을 위해 계속 설명했다.“강산의 여자친구는 올곧고 선한 사람입니다. 나라와 가정을 아끼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익 변호사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도 국가에 충성하고 해외와 관련된 문제도 전혀 없습니다.”관리자가 난처한 듯 한숨을 쉬었다.“선생님도 나랏일을 하시는 분이시니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는 사람이 배우자를 고를 때는 그 사람의 인품만 보는 게 아닙니다. 그 신분이 본인의 지위와 어울리는지도 봐야 합니다. 높은 자리에 갈수록 체면과 신뢰가 중요하고, 모범이 되어야 하니까요.”명확하게 ‘안 된다’고 말한 건 아니었지만, 뜻은 충분히 분명했다. 결혼은 어렵다는 말이었다.살인범의 딸이라는 배경으로 어떻게 체면을 세우고 대중의 신뢰를 얻으며 모범이 될 수 있겠는가.그녀는 항공우주 수석 엔지니어의 아내가 될 수 없었다.지상훈이 다시 물었다.“아이를 낳는 건요?”관리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가 끝내 한숨을 쉬었다.“사생활 쪽에서도 잡힐 빌미는 남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문란한 생활을 한다는 신고를 받거나,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도 여자에게 책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긍정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줍니다. 우수 직원 선정, 평가, 포상 같은 데서는 제외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항공우주연구원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 자체에는 영향이 없습니다.”허서령은 문득 아이가 사라진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적어도 지강산이 앞으로 받을 우수 평가나 승급, 포상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것들은 그가 자신의 분야에서 쌓아 온 빛나는 성취였다. 아이 하나 때문에 그가 마땅히 받을 명예까지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지강산 본인은 그런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몰랐다.하지만 허서령은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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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지강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허서령은 그의 작은 꿀벌 같았다. 조금만 달콤한 걸 줘도 마음이 달콤해지는 것 같았다.“집에만 있어서 너무 심심했어?”지강산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허서령은 그의 상사가 최근 지강산의 휴가가 너무 잦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더는 그가 자신 때문에 휴가를 내게 하면 안 됐다.“아주머니도 같이 있고, 심리 선생님도 집에 와서 얘기해 주니까 하나도 안 심심해요.”허서령은 그의 어깨에서 얼굴을 떼고 조금 거리를 벌려 깊고 잘생긴 눈을 바라봤다.“그냥 강산 씨가 보고 싶었던 거예요.”“집을 나간 지 열 시간도 안 됐는데.”“열 시간도 길어요.”지강산은 그녀가 자신을 향해 이렇게 짙은 애정을 드러내는 걸 처음으로 뚜렷하게 느끼며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촉촉한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허서령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맑고 생기 있는 눈동자에는 부끄러움과 은근한 매혹이 섞여 있었다.지강산은 목울대가 오르내리더니 눈빛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곧 저녁 먹을 텐데. 배고파?”“안 고파요.”허서령이 고개를 저었다.“그럼 좀 이따 먹자.”지강산은 입꼬리를 올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저랑 서령이는 저녁 좀 늦게 먹을게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드세요.]허서령은 고개를 기울여 메시지 내용을 슬쩍 봤다.어렴풋이 그의 속셈을 알아차린 듯했다.지강산은 휴대전화를 침대에 내려놓고 그녀를 안아 들어 욕실로 향했다.“뭐 하려고요?”허서령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지강산은 그녀를 세면대 위에 앉히고 양옆으로 손을 짚었다. 몸을 가까이 숙이자 따뜻한 숨결이 붉어진 뺨에 닿았다. 그는 낮게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서령아, 몸은 이제 불편한 데 없어?”“네.”허서령은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바로 코앞에서 그와 눈을 맞췄다. 시선이 얽히는 사이 묘한 열기가 번졌다.“의사가 관계는 언제부터 가능하다고 했어?”“4주 뒤에요.”“그럼 지금 몇 주 됐지?”“거의 7주.”지강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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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싫어요.”허서령은 단호하게 말하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들었다.“강산 씨를 잊는 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워요.”지강산은 삐친 듯한 그녀를 바라보며 뺨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예전의 나도 네가 날 잊는 게 죽는 것보다 괴로울 거로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돼. 다른 건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허서령은 단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힘껏 고개를 저었다.지강산이 다시 설득했다.“내가 계속 네 곁에 있을게. 네가 다시 나를 사랑하게 만들면 되잖아.”“강산 씨, 저 좋아지고 있어요. 한동안 발작도 없었고, 심리 선생님도 상태가 계속 나아지고 있다고 했어요.”허서령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눈빛에는 그 치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가득했다.지강산은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품에 꼭 안고 턱을 정수리에 얹은 채 가슴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그녀가 말하는 ‘좋아지고 있다’는 상태는 양극성 장애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일 뿐이었다. 우울한 시기에서 극도로 예민하고 격해지는 시기로 넘어가는 사이에 잠시 정상적이고 평온한 구간이 있을 뿐이었다.다음 발작은 아주 빨리 올 수도, 조금 늦게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결코 완치의 신호는 아니었다....주말이 되자 지강산은 허서령에게 야근한다고 거짓말하고 울심시로 날아갔다.그는 선물을 들고 허서령의 남동생 허태윤을 찾아갔다.혼인신고를 하지 못한 것이 이런 때 문제였다. 법적으로 허서령의 보호자가 될 수 없으니 수술 하나를 하려 해도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다.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교도소에 있었다. 남은 가족이라고는 이 남동생뿐이었다.어수선한 거실에서 허태윤의 아내 한아름은 아이에게 점심을 먹이고 있었고, 주방에서는 나이 든 여성이 밥을 짓고 있었다. 허태윤은 소파에 기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지강산이 찾아왔는데도 차 한 잔 내오지 않을 만큼 냉랭했다.지강산은 허서령의 남동생이 어려서부터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고 자라 다소 이기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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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이번 발작 때는 지강산이 곁에 없었다. 허서령은 끔찍한 환각 속으로 빠져들었다.어린 시절의 자신이 보였다.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던 나이에 욕설과 폭력, 협박을 견디다 결국 엄마를 잃었다. 지강산을 가장 사랑하던 시기에는 계속 포기하고 계속 잃었다. 그리고 아이를 가장 사랑하게 된 순간, 갑자기 아이마저 잃었다.평생 가장 사랑한 사람 중 누구 하나 온전히 자신의 곁에 남지 않았다.그녀는 고통의 순환 속을 끝없이 오가며 환청과 환각, 환시를 겪었다.끔찍한 심연에 빠진 채 헤어나오지 못했고, 허구의 세계에서 같은 고통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겪었다.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지옥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정신이 아득해진 순간, 허서령은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몸을 가라앉히고 모든 것을 끝내려 했다.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그저 이 고통에서 당장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의식이 아주 멀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아팠다. 찰나에 의식이 현실로 끌려왔다.가슴이 몇 번이고 세게 눌리며 아팠고, 입에서는 물이 흘러나왔다. 무거운 눈꺼풀이 조금 움직이자 희미한 시야 속에서 지은영이 자신의 입에 숨을 불어넣는 모습이 보였다.지은영은 몇 차례 숨을 불어넣은 뒤 다시 가슴을 눌렀다.허서령은 반쯤 의식을 잃은 채 겨우 숨을 쉬었다.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들렸다.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뒤섞여 몹시 시끄러웠다.그중 지은영의 목소리가 가장 또렷했다. 지강산에게 전화하는 것 같았다.“오빠, 언니한테 큰일 났어.”그 말을 들은 뒤 허서령의 의식은 다시 끊겼다.얼마가 지났을까.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 천장이 흐릿하게 보였다. 멍한 눈으로 주변을 훑자 사람들이 빼곡히 둘러서 있었다.모두 지씨 집안 사람들이었다.그때 익숙한 한 얼굴이 보이자 본능적인 거부감이 확 치밀었다. 남동생 허태윤이었다.‘쟤가 왜 여기 있지? 내가 죽었는지 확인하러 왔나? 그리고 내 유골을 바다에 뿌리려고? 아니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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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치료를 받을 때마다 깨어난 뒤 주변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리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횟수가 늘어날수록 기억의 빈칸도 커졌다. 한 사람을 떠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나중에는 자신이 왜 이 치료를 받는지도 몰랐다. 눈을 뜰 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잊었고, 왜 정신과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가을의 제산시는 유난히 서늘했다.허서령은 정신과 병동에서 두 달을 지냈다. 마지막 치료를 받고 나온 날, 멍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치료 직전에 만난 의사와 간호사조차 전부 잊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낯설었다.아주 많이 잘생긴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내일부터 기지로 보름 정도 출장을 가야 해. 로켓 시험 기간이라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고 휴가도 못 내. 네가 퇴원하는 날에는 은영이한테 데리러 오라고 할게.”허서령은 그 남자의 유난히 잘생긴 얼굴만 바라보느라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쳤다.‘이 사람 누구지? 은영이는 또 누구고?’남자는 떠나기 전에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허서령은 깜짝 놀라 멍해졌다. 갑작스러운 이마 키스에 심장이 빨리 뛰고 뺨이 달아올랐다. 이유도 모르게 부끄러웠다.‘저... 저 사람 도대체 누구야? 내가 두 달 동안 전기 경련 치료를 받았다는 걸 뻔히 알면서, 올 때 자기소개도 안 하고 가면서 마음대로 뽀뽀까지 해? 진짜 어이없네.’그리고 퇴원할 때 받은 기록에서 ‘중증 우울장애 및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진단을 보고, 두 달 동안 전기경련치료를 무려 25회나 받았다는 기록까지 확인했다.허서령은 저도 모르게 탄식했다.“미쳤네!”머리가 둔해진 게 당연했다. 이렇게 심한 정신질환이 있었고 전기치료를 스물다섯 번이나 받았다니. 이 정도면 죽지 않은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그녀가 지낸 곳은 VIP 병실이었다. 옆 병실의 4인실과 비교하면 거의 호텔 수준이었다.아마 집이 꽤 잘사는 모양이었다.옆 병실에도 비슷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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