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영은 짧게 자른 머리 아래로 드러난 그의 귀가 새빨개진 걸 보고, 큰오빠가 형수 손도 제대로 못 잡아 봤을 거로 추측했다.그런데 어머니가 대놓고 손주 이야기를 꺼내니, 집에 있는 젊고 예쁜 아내가 떠올라 저렇게 얼굴을 붉히는 모양이었다.다만 얼굴이 구릿빛이라 붉어진 티는 잘 나지 않았다.둘째 오빠처럼 하얗고 깨끗한 얼굴이었다면 아마 원숭이 엉덩이처럼 새빨개졌을 것이다.한편, 허서령은 사건 기록을 끝까지 읽고 서류를 덮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지태일을 바라봤다.“아주버님, 변호사로서 하나 물어볼게요. 사건 기록에 증인이 네 명 나와요. 그중 이은경, 그러니까 피해자 진병철의 아내가 있는데요. 이 사람이 원래부터 계속 성매매를 하던 사람이에요?”지태일이 설명했다.“계속하던 건 아니야. 집이 어려워질 때마다 남편이 일을 해서 돈 벌기 싫어했고, 그래서 아내한테 예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하라고 강요하고 손님까지 연결해 줬어.”기억이 사라진 허서령은 어떤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았다. 완전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우리 아빠가 범인이라면,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왜 끝까지 자기는 무죄라고 주장했을까요?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사고방식과는 잘 맞지 않아요. 진짜 본인이 범행했다면 오히려 순순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 형량을 줄여 달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죠.”하선희가 바로 동의했다.“맞아, 서령이 말이 맞아. 엄마가 수십 년 동안 본 사건만 해도 셀 수가 없어. 판단력도 낮고 학력도 낮은데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그렇게 오랫동안 자기가 억울하다고 버티는 경우가 흔치 않아. 정말 정직하고 선한 사람인데 실제로 무고한 경우라면 중형을 받아도 끝까지 범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고.”지태일이 허서령에게 물었다.“이은경이 수상하다고 보는 거야?”허서령은 몇 초 생각하다 무겁게 말했다.“저는 이은경이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일 수도 있다고 봐요.”모두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지강산도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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