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Kabanata 591 - Kabanata 600

684 Kabanata

제591화

허서령은 여전히 쑥스러워 눈빛을 피한 채 지강산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좋아해요.”깊은 사랑이든 가벼운 호감이든, 허서령은 결국 허서령이었다.지강산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허서령을 끌어안은 채 몸을 돌려 부드러운 몸 위로 올라간 지강산은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내려다보았다.뜨거운 시선이 예쁜 눈썹과 눈, 코, 분홍빛 입술을 차례로 훑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볼 때마다 새삼 끌렸다.‘이런 게 본능적인 끌림일까...’허서령에게 빠져드는 마음도 몸도 도무지 제어할 수 없었다.허서령이 말한 ‘좋아해’가 진심이든 아니든, 지강산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손끝으로 허서령의 입술을 가만히 쓸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감촉이 한없이 매혹적이었다.허서령도 가만히 지강산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뜨겁고도 다정한 시선이 자신의 입술에 머물러 있었다.지강산의 손가락이 입술 안쪽으로 미끄러지자 허서령은 입을 살짝 벌려 손가락을 물고 혀끝으로 건드렸다.강한 전류가 지강산의 손끝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팔다리까지 짜릿하게 저렸다.지강산은 목울대를 꿀꺽 움직였다. 숨이 흐트러지더니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정신이 아득해졌다.허서령이 마음만 먹으면 지강산을 유혹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작은 몸짓 하나에도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으니 말이다.더는 참지 못한 지강산이 허서령의 목에서 아래로 손을 내리며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그날 밤도 뜨겁고 격렬하게 흘러갔다....다음 날, 지강산은 직접 허서령의 짐을 안방으로 옮겼다. 두 사람은 다시 정식으로 한 방을 쓰게 되었다.몸을 가까이할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것 같았다. 부부 사이가 원만하려면 잠자리도 중요한 법이었다.둘만 있을 때면 지강산은 늘 허서령 곁에 붙어 있었다. 무언가를 하든 아무것도 하지 않든, 그저 나란히 앉아 서로 안고 멍하니 있거나 햇볕을 쬐고 이야기를 나눴다. 일 얘기를 주고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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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가슴이 벅차올라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린 지강산이 문을 닫고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 품으로 뛰어들었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두 팔을 벌려 달려든 허서령을 받아 안았다.갑작스러운 포옹에 행복한 비틀거림이 일었다. 지강산은 한 걸음 물러나 차 문에 등을 기댄 채 허서령을 꼭 안고 부드럽게 웃었다.“오늘은 환영이 꽤 격렬한데?”허서령은 발끝을 들어 지강산의 목을 꼭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처음의 설렘과 흥분이 서러움으로 바뀌었다.“6년 만이에요. 우리 아빠 사건에 드디어 희망이 생겼어요.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대요. 다시 수사하고 재판도 받을 수 있어요.”지강산은 미소 지으며 눈을 감고 향긋한 머리칼에 얼굴을 기댔다.“그래. 드디어 희망이 보이네.”“이미 알고 있었어요?”허서령은 차분한 반응이 의아해 물었다.“응. 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 직접 와서 너한테 알려주려 하셨는데, 이렇게 빨리 통지서를 받을 줄은 몰랐네.”허서령이 흠칫하며 품에서 빠져나왔다.“아버님도 오셨어요?”“응.”지강산이 머리를 쓰다듬었다.“나랑 같이 오셨어.”그때 옆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크흠.”허서령은 얼른 한 걸음 물러나 고개를 돌렸다.지상훈은 뒷짐을 진 채 하늘을 봤다가 땅을 봤다가 했다. 마치 두 젊은이가 껴안고 있는 모습만은 볼 수 없는 듯 말이다.허서령은 얼굴이 달아올라 또 한 걸음 물러섰다.“아버님, 오셨어요?”그제야 지상훈이 허서령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그래. 얼굴 좀 보러 왔다.”“감사합니다. 아버님.”허서령은 고개를 숙였다. 지상훈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큰아버지가 물러섰을 리 없었다.“네 아버지가 무고하셨으면 좋겠구나. 이번 재심이 마지막 기회야. 이번에도 무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면 사건을 뒤집을 기회는 더는 없을 거다.”지상훈의 표정과 목소리가 무거웠다.허서령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아버님, 꼭 증거를 찾아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 드릴게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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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지강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만 끄덕였다.아버지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진 뒤, 허서령은 매일 많은 시간을 들여 당시 사건 기록을 살폈다.두 도시가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 조사하기가 불편했다. 울심시 경찰과 긴밀하게 협조하거나 최신 수사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려워, 허서령은 울심시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이번에는 재판이 언제 열릴지, 수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다.짐을 싸면서 옷은 얇은 것으로 조금만 챙겼다. 울심시의 겨울은 대체로 기온이 높은 편이었다.방에 들어온 지강산은 허서령의 손에 들린 옷을 여행 가방에 넣고는 양어깨를 잡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서령아, 잘 들어. 바쁘지 않을 땐 꼭 제산시로 나 보러 와. 비행기 표 아끼지 말고.”허서령이 살짝 웃었다.“그럼 강산 씨는요?”“휴가만 나면 꼭 비행기 타고 너 보러 갈게.”진심이 묻어나는 눈빛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며칠째 지강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것 같았다.허서령도 아쉬운 마음에 말했다.“아빠 사건만 끝나면 재심에서 이기든 못 이기든 꼭 돌아올게요.”“응.”지강산은 표정을 굳히고 진지하게 당부했다.“심인혜랑 수상한 데 놀러 다니지 마. 남자 모델도 부르지 말고.”허서령이 웃음을 터뜨렸다.지강산의 표정은 더 진지해졌다.“알겠어?”“알겠어요.”지강산은 두 손으로 허서령의 뺨을 감싸고 고개를 숙여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심인혜는 연하 남자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넌 그러면 안 돼.”“네, 알았어요.”“힘든 일 생기거나 혼자 해결 못 하는 일 있으면 꼭 나한테 말하고.”“네.”“몸 잘 챙겨. 요리하기 싫으면 가사도우미 불러서 밥해 달라고 해. 돈 아낀다고 대충 사 먹지 말고.”허서령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들을수록 헤어지기 싫어졌다. 처음엔 그저 조금 서운했는데, 지강산이 이렇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시큰했다.무겁고 진지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허서령이 웃으며 말했다.“강산 씨도 가방에 넣어서 울심시로 데려가고 싶어요.”지강산은 달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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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허서령은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꺼내 지강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자요?]지강산에게 바로 답장이 왔다.[안 자. 밤새 네 연락 기다렸어. 심인혜랑 먹고 마시고 놀았지?]지강산은 허서령이 울심시에 도착하면 심인혜가 빠질 리 없다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네. 방금 갔어요.][오늘은 네 연락 못 받는 줄 알았어.][지금 했잖아요.][지금 몇 시인지 봐.]그제야 허서령이 휴대전화 화면의 시계를 확인했다. 어느새 자정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어쩐지 피곤하더라니...’[미안해요. 얼른 쉬어요. 전 여기 정리 다 했어요. 인혜가 집 청소도 도와줘서 깨끗해요. 가사도우미 업체에도 연락 남겨 뒀어요. 적당한 분이 있으면 오셔서 밥도 해 주고 청소도 해 주실 거예요.][그래. 너도 종일 고생했으니 일찍 쉬어.]지강산이 답했다.[잘 자요.][서령아, 잘 자. 보고 싶어.]허서령은 마지막 네 글자를 보며 마음이 달콤해져, 기분 좋게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돌아온 지 하루밖에 안 됐는데 벌써 보고 싶은 걸까?’이후로도 지강산의 메시지에는 늘 ‘보고 싶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대화를 마칠 때마다 빠지지 않았다.전화할 때도 간절한 그리움을 숨기지 않았다.가볍게 던지는 느끼한 말이 아니었다. 지강산은 언제나 진심으로 보고 싶다고 말했다.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이은경도 울심시로 돌아와 경찰 조사에 협조했다.허서령은 이은경과 한 번 마주쳤다.경찰서에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복도에서 스쳐 지나갔다.이은경은 몹시 화가 난 듯, 허서령을 찢어 죽일 듯한 증오가 두 눈 가득했다.진성재도 경찰서에서 마주쳤다. 진성재 역시 조사를 받으러 왔다.경찰이 무얼 알아냈는지는 몰라도 그날 진성재는 곧바로 구금됐다. 변호사가 와도 데려갈 수 없었다.수사가 깊어질수록 의혹이 하나둘 드러났다. 허서령과 지태일이 전에 조사해 놓은 증거를 경찰에 넘기자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성호가 당시 알리바이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용의자가 됐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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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기지로 들어간 뒤로 지강산은 더 바빠졌다.두 사람이 주고받는 전화와 메시지도 갈수록 뜸해졌다.모두가 쉬는 설 연휴에도 지강산은 기지에서 바빴고, 허서령은 울심시에서 아버지 사건에 매달렸다.지강산도 집에 없으니 굳이 비행기를 타고 가서 명절을 보낼 마음은 들지 않았다.그해 설은 심인혜와 함께 보냈다.철거 보상금이 입금되자 허서령은 허태윤을 찾아가 돈 문제를 정확히 정리했다.동생 집에서 허서령은 누나로서 받아야 할 최소한의 존중조차 받지 못했다.어린 시절의 기억이 차츰 또렷해지면서 동생을 향한 감정도 복잡해졌다.사랑스럽다가도 미웠고, 답답하면서도 서운했다.하지만 남매 사이를 되돌릴 생각은 없었다. 돈을 확실하게 정산한 뒤 미련 없이 돌아섰다.설 연휴가 끝나고 관공서들도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재판 날짜가 잡혔는데, 봄이 시작되는 4월이었다.아버지 사건 때문에 지나치게 무리한 탓일, 아니면 수사를 위해 과거를 파헤치다 기억이 돌아오면서 감정에도 변화가 생긴 걸까, 허서령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병원에 가서 심리 검사를 받았다.정확한 결과인지는 몰라도 경도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의사는 말했다.“기억이 돌아온 뒤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으면 증상이 다시 나타나기 쉬워요.”그리고 물었다.“기억 속에서 가장 괴로운 일이 무엇인가요?”“아이를 잃었어요.”허서령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지만 눈가가 금세 젖었다.“아직 젊으시니까 다시 아이를 가지면 그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수도 있겠네요.”“아직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너무 많아요. 아빠는 억울하게 감옥에 계시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도 없어요. 제 아이를 죽게 한 범인도 못 찾았고요.”허서령은 말할수록 괴로워져 마음이 가라앉았다.의사는 차분하게 말했다.“하나씩 해결해 나가세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마시고요. 요즘은 열 명 중 한두 명쯤 가벼운 우울감이나 불안, 조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기도 해요. 이런 정도의 증상은 약을 먹지 않고 좋아지기도 해요. 평소에 산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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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현금으로 줬으니 기록은 없습니다.”허서령은 할 말을 잃었다.허서령은 진성호 같은 인간이 끝까지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다.허서령은 질문할 차례가 오자 사건과 직접 관련된 내용은 모두 피하고 지극히 사적인 질문을 던졌다.“진성호 씨, 어머니가 수십 년간 성매매하고 아버지는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진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퍼렇게 질렸다.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한 글자씩 내뱉었다.“알고 있었습니다.”증인석에 앉은 이은경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물을 참았다. 주먹을 꽉 쥔 손에는 힘줄이 불거졌다.허서령은 희미하게 웃으며 몰아붙였다.“아니요. 몰랐잖아요. 적어도 아버지가 다치기 전까지는요. 그렇게 사랑하던 어머니가 남자 셋과 성매매를 하고, 아버지는 그 남자들한테서 돈을 받아 당신을 키웠다는 걸 몰랐죠. 누가 말해 줬어도 안 믿었을 거예요. 다들 어머니를 모함한다고 생각했겠죠. 그러다 아버지가 집에서 어머니한테 손님을 붙이는 걸 직접 보고, 미쳐서 삽을 집어 들고 아버지 머리를 세게 내리친 거잖아요.”“아니야!”진성호가 통제력을 잃고 고함쳤다. 이마에 핏대가 솟고 눈이 벌겋게 충혈됐다. 꽉 쥔 주먹이 덜덜 떨렸다.이은경도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허서령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맞잖아요. 아버지를 죽인 뒤 방 안에서도 밖에서도 소리가 들렸죠. 방에 숨을 수도, 정문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부엌으로 들어갔잖아요. 부엌 창으로 뛰어내려 하수구로 기어들어 간 다음 강가 쪽으로 빠져나갔죠. 그렇게 CCTV에 한 번도 안 찍히고 집을 떠났어요.”진성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비웃었다.“증거 있어?”실제로 증거는 없었다. 허서령은 대답을 피하고 날카롭게 물었다.“어머니는 한 번에 얼마를 받았어요? 비싼 밥 한 끼 먹는 돈도 안 됐을지 모르겠네요. 언제부터 그런 일을 했는지는 알아요? 당신이 어릴 때 쓴 돈도, 먹은 밥 한 숟갈도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자고 번 돈이었을지 모른다는 건 알아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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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재판이 끝나 법정 밖으로 나왔을 때, 상대 변호사가 허서령에게 다가와 비아냥거렸다.“그 유명한 허 변호사님이 이런 지저분한 수를 쓰실 줄은 몰랐네요. 재판에서 이기겠다고 법정 질서까지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여성을 모욕해 제 의뢰인을 미치게 만들다니.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도 이기는 법을 오늘 제대로 배웠어요.”“제가 누구를 모욕했는데요?”허서령이 냉소하며 되물었다.“이은경 씨는 집단 음란 행위와 성매매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잖아요. 없는 말을 지어낸 것도, 사실을 왜곡한 것도 아니에요. 기껏해야 남의 과거를 들춰 피고인을 공격했다고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여성을 모욕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상대 변호사는 화가 났지만 할 말을 잃었다. 고개를 들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겨우 진정하고 물었다.“허 변호사님, 법정을 모독하고 재판장을 무시하다 퇴정당할 위험까지 무릅쓰고 제 의뢰인을 자극하셨잖아요. 그 사람이 끝까지 참으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그럴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허서령은 자신 있게 말했다.“증거가 부족해서 진범을 찾기는 어려웠죠. 그래도 제가 가진 증거만으로 아버지의 무죄는 입증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오늘 꼭 진범까지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했어요. 저 사람이 풀려나면 제가 위험해지거든요.”“왜 그렇죠?”“XYY 증후군이 있다고 하더군요. 친아버지까지 죽인 데다 감정 조절도 못 하는 사람이에요. 예전엔 저를 좋아한다면서 어떻게든 결혼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화나게 했다는 이유로 채찍질을 해서 제 등이 피투성이가 됐죠.”“개를 풀어 저를 물게 한 적도 있어요. 저렇게 폭력적인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방법을 쓴 거예요. 화를 돋워 스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어요.”상대 변호사는 처음의 오만한 태도가 누그러졌다.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웠다.“허 변호사님의 실력, 잘 봤습니다. 재판에서는 졌지만 배운 것도 있네요. 앞으로는 다시 상대편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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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허태하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너는?”“아직 아빠 관련 서류를 정리해야 해요. 전과 기록도 지우고 억울하게 옥살이하신 데 대한 국가배상도 신청해야 하고요.”허태하는 허서령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였다.“딸아, 정말 고맙다. 네가 6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애써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나올 수 없었을 거야.”허서령은 입을 다물고 희미하게 웃었다.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져, 눈물이 그렁한 채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아버지는 무척 늙어 있었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6년이 넘는 옥살이가 건장한 중년 남자를 허리 굽은 노인처럼 만들어 놓았다.허서령은 아버지를 볼수록 가슴이 저며 와 눈가에서 맑은 눈물 두 방울이 흘러내렸다.허서령은 눈물을 훔치고 다정하게 말했다.“아빠, 집에 가요.”“그래.”허태하는 딸을 따라 차에 올랐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령아, 수술 후유증은 이제 다 나은 거야?”“네, 다 회복했어요.”허서령은 시동을 걸었다.“어떻게 아셨어요?”“눈빛이 달라졌잖아. 몇 달 전에 면회 왔을 땐 낯설고 차갑기만 했는데.”태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지금은 눈에 깊은 애정과 답답한 마음이 다 보여. 내가 널 20년 넘게 키웠는데 모르겠니.”허서령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없이 운전에 집중했다.가슴은 벅찼지만 이상하게 들뜨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럽고 애달팠다.7년이 흘렀다.드디어 집안에 씌워졌던 누명을 벗었다.하늘을 향해 마음껏 소리치고, 실컷 울고, 마지막엔 크게 웃고 싶었다.하지만 그 복잡하고 벅찬 감정마저 지강산이 보고 싶은 마음에 휩쓸려 갔다.허서령은 아버지를 동생 집에 모셔다드리고 자리를 잡아 드린 뒤 다른 일을 처리하러 나섰다.아버지는 출소했지만 앞으로 처리해야 할 자잘한 일이 여전히 많았다.재판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들은 심인혜는 신이 난 토끼처럼 펄쩍펄쩍 뛰었다. 허서령을 끌어안고 환호성을 지르더니 맥주를 사 오고 배달까지 시켜 축하했다.넓은 거실에서 두 사람은 낮은 탁자를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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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허서령이 문을 여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심장이 가슴속에서 폭발하듯 세차게 뛰었다.문 앞에서 여행 가방 손잡이를 잡고 선 남자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검은색 긴 팔 셔츠와 바지가 길고 곧은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 짧게 정돈한 머리, 조금 피곤해 보이는 잘생긴 얼굴, 깊은 정이 담긴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다. 설렘과 기대가 어린 눈빛,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까지...4개월 만의 재회였다. 마치 한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허서령을 덮쳤다. 온몸이 저릿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너무 놀라 머릿속이 하얘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잊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닿은 순간 아무 말도 없었다. 주변은 조용했지만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걱정만은 귀가 먹먹할 만큼 선명했다. 뜻밖의 기쁨이 온 세상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지강산이 여행 가방 손잡이를 놓고 두 팔을 벌렸다.허서령은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가 품에 안겼다. 발꿈치를 들고 목을 감싸 안은 뒤 얼굴을 목덜미에 묻었다.지강산은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고 머리칼에 얼굴을 묻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너무도 그리웠던 익숙한 향기였다. 넓은 가슴과 단단한 팔로 허서령을 뼛속까지 끌어안으려는 듯 꼭 품었다.꿈에 그리던 여자가 드디어 눈앞에 있었다. 익숙한 향기와 포근한 몸이 품에 닿자 텅 비어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채워졌다.지강산은 눈을 감고 몇 번이고 향기를 들이마셨다. 도무지 놓고 싶지 않았다. 그사이 허서령이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 어깨의 옷자락을 흠뻑 적셨다는 것도 몰랐다.허서령도 눈물을 참지 못한 채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기쁘면서도 가슴이 미어졌다.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마침내 찾아왔다.열여덟에 만나 서른이 될 때까지, 무려 12년이었다. 허서령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강산 씨, 이제 드디어 결혼할 수 있어요. 고마워요. 한 번도 날 포기하지 않아 줘서. 제가 도망칠 때도, 겁을 낼 때도, 아플 때도, 기억을 잃었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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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지강산은 까만 정수리를 내려다보다 뺨을 감싸 얼굴을 들게 했다. 단 1초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움을 달래려 입술을 포갰다.허서령도 열렬하게 입을 맞췄다.지강산의 입맞춤은 깊고 뜨거웠다. 지난 4개월간 쌓인 그리움을 모조리 쏟아내려는 듯했다.한창 깊이 입을 맞추던 중 지강산은 허서령의 입가에서 짭조름한 눈물 맛을 느꼈다.지강산은 흠칫 놀라 천천히 입술을 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내려다보니 붉어진 뺨이 눈물에 젖어 있었다. 눈을 감은 긴 속눈썹에도 눈물방울이 매달려 있어 마음이 아팠다.“왜 울어?”지강산은 가쁜 숨을 고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기분 안 좋아?”허서령은 미소 지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맑은 호수 같은 눈에 다정한 빛이 어렸다.“너무 기뻐서요. 그리고 너무 보고 싶었어요. 마지막 연락이 이틀 전이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니까 너무 놀라고 좋아서요.”“재판에서 이긴 거 축하해. 나도 축하받을 일이 생겼어.”지강산은 흐뭇하게 웃으며 손끝으로 눈물을 닦아 줬다.허서령은 다시 품에 안겨 허리를 꼭 끌어안고 속삭였다.“강산 씨, 정말 보고 싶었어요!”지강산이 머리를 쓰다듬었다.“얼마나?”“미칠 만큼, 밤에 잠도 못 잘 만큼 보고 싶었어요. 하던 일 전부 빨리 끝내고 강산 씨의 기지로 날아가고 싶었어요.”허서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뜨거운 마음이 담겼다. 목소리도 조금 떨렸다.지강산은 뜻밖의 고백에 놀랐다. 4개월 만에 만났으니 허서령이 또 자신을 낯설어하고 서먹해 할 줄 알았다.그런데 허서령의 마음은 식기는커녕 더 깊어져 있었다.‘떨어져 있으면 사랑이 더 커지는 걸까?’원래 자신이 허서령에게 하고 싶었던 말인데 전부 먼저 해 버렸다.지강산은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은은한 머리칼 향기를 맡으며 어깨를 감쌌다.“휴가가 사흘뿐이야. 넌 언제쯤 일이 끝날 것 같아?”“아빠 전과 기록이 지워지고 보상금까지 받으면, 한 달 정도 뒤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집으로 돌아온다고?’몇 달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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