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서령이 문을 여는 순간 온몸이 굳었다. 심장이 가슴속에서 폭발하듯 세차게 뛰었다.문 앞에서 여행 가방 손잡이를 잡고 선 남자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검은색 긴 팔 셔츠와 바지가 길고 곧은 몸매를 돋보이게 했다. 짧게 정돈한 머리, 조금 피곤해 보이는 잘생긴 얼굴, 깊은 정이 담긴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빛났다. 설렘과 기대가 어린 눈빛, 부드럽게 올라간 입꼬리까지...4개월 만의 재회였다. 마치 한 세기가 흐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허서령을 덮쳤다. 온몸이 저릿하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순식간에 눈물이 차올랐다. 너무 놀라 머릿속이 하얘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잊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닿은 순간 아무 말도 없었다. 주변은 조용했지만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걱정만은 귀가 먹먹할 만큼 선명했다. 뜻밖의 기쁨이 온 세상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지강산이 여행 가방 손잡이를 놓고 두 팔을 벌렸다.허서령은 눈물을 글썽이며 달려가 품에 안겼다. 발꿈치를 들고 목을 감싸 안은 뒤 얼굴을 목덜미에 묻었다.지강산은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고 머리칼에 얼굴을 묻어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너무도 그리웠던 익숙한 향기였다. 넓은 가슴과 단단한 팔로 허서령을 뼛속까지 끌어안으려는 듯 꼭 품었다.꿈에 그리던 여자가 드디어 눈앞에 있었다. 익숙한 향기와 포근한 몸이 품에 닿자 텅 비어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채워졌다.지강산은 눈을 감고 몇 번이고 향기를 들이마셨다. 도무지 놓고 싶지 않았다. 그사이 허서령이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 어깨의 옷자락을 흠뻑 적셨다는 것도 몰랐다.허서령도 눈물을 참지 못한 채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다.기쁘면서도 가슴이 미어졌다.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마침내 찾아왔다.열여덟에 만나 서른이 될 때까지, 무려 12년이었다. 허서령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강산 씨, 이제 드디어 결혼할 수 있어요. 고마워요. 한 번도 날 포기하지 않아 줘서. 제가 도망칠 때도, 겁을 낼 때도, 아플 때도, 기억을 잃었을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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