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산은 지용식의 앞에 쪼그려 앉아 늙어 떨리는 손을 잡았다. 눈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할아버지, 미안해요. 올해 동지 가족 모임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요.”지용식은 무거운 표정으로 손자의 손을 가볍게 토닥였다.“네 큰아버지가 잘못한 거다. 너도 서령이도 많이 힘들었구나. 할아버지도 이제 늙어서 젊은 너희 일까지 하나하나 챙기기가 어렵다.”“앞으로는 저랑 서령이는 다른 가족들과 같은 날 오지 않을게요. 매달 날짜를 따로 잡아서 둘이 찾아뵐게요.”지용식은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둘 다 착한 아이들이야.”“그럼 저희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그래, 가거라. 시간 날 때마다 할아버지 보러 오고.”“꼭 올게요. 할아버지.”지강산은 지용식의 손을 놓고 일어나 허서령에게 다가가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네.”허서령은 고개를 들어 지강산을 바라봤다. 눈에는 맑은 눈물이 반짝였고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다.지강산이 허서령을 안고 밖으로 향하자 지은영도 급히 지용식에게 말했다.“할아버지, 다음에는 둘째 오빠랑 새언니 올 때 저도 같이 올게요. 저도 먼저 가요.”그 말을 하고 지은영은 얼른 가방을 집어 메면서 외쳤다.“둘째 오빠, 새언니, 기다려요!”정윤슬도 뒤따라 일어나 할아버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할아버지, 저도 다음에는 은영 씨네랑 같이 찾아뵐게요.”지용식은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다정하게 웃었다.“그래. 다음에는 젊은 애들끼리 같이 오너라.”정윤슬의 예쁜 얼굴에 곧바로 웃음이 퍼졌다. 급히 허리를 숙여 할아버지에게 인사하고 다른 어른들에게도 차례로 인사한 뒤 가방을 챙겨 뒤따라 뛰어나갔다.“윤슬아...”지태일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다급한 눈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보다가 다시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망설였다. 따라가고 싶지만 할아버지 마음도 신경 쓰여 그 자리에서 머뭇거렸다.지용식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아내가 갔는데 왜 안 따라가?”“네, 할아버지.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차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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