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Kabanata 601 - Kabanata 610

684 Kabanata

제601화

4월의 울심시는 날씨가 무척 좋았다.아침 햇볕은 따뜻하고 공기는 쾌적했다. 곳곳에 생기가 넘쳤고, 단지 밖의 나무와 풀도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다.허서령은 조심스럽게 침실 문을 열고 나와 소리 없이 닫았다.머리를 뒤로 넘겨 묶고는 빠른 걸음으로 부엌에 가, 앞치마를 두른 뒤 찬장에서 밀가루를 꺼냈다.가사도우미에게 이틀간 유급 휴가를 드리겠다고 이미 연락해 두었다. 오늘 아침은 직접 만들 생각이었다.허서령은 레시피 앱을 보며 정성껏 반죽하고 숙성시킨 뒤 얇게 밀었다. 면을 가늘고 길게 썰었다.면을 준비하고 나서는 채소를 씻고 고기를 썰고, 물을 끓여 면을 삶기 시작했다.예전에 지강산에게 국수를 만들어 준 적이 있어 어느 정도 경험은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 일이라 요리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삶은 면을 찬물에 헹군 뒤 달걀프라이를 만들고 고깃국물을 끓였다. 채소와 한 번 데친 수제 면도 넣었다.손이 많이 갔지만 전혀 귀찮지 않았다. 지강산이 일어나면 직접 만든 아침을 먹을 거로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그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돌아보기도 전에 지강산이 다가와 가슴을 등에 붙였다. 쇄골 앞으로 팔을 둘러 어깨를 감싸 안고 뺨에 얼굴을 기댄 채 냄비를 들여다봤다. 목소리에 기쁨이 묻어났다.“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내 아침을 만든 거야? 그것도 직접 뽑은 면으로?”허서령은 살짝 몸을 굳혔다가 불을 끄고 웃었다.“네. 어젯밤 피곤했잖아요. 비행기 타고 와서 그렇게 오래 운동까지 했으니까 좀 더 자게 해 주려고요.”지강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뺨에 입을 맞췄다.“우리 서령이는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이제 국수를 그릇에 담아야 해요. 그렇게 안고 있으면 못 하잖아요.”지강산은 팔을 풀고 손에 든 젓가락을 받아 들었다.“내가 할게.”허서령은 옆으로 비켜서서 능숙한 손놀림을 지켜봤다.국수 두 그릇을 푸짐하게 담자 허서령은 행주로 뜨거운 그릇을 받쳐 들고 나갔다.지강산은 냄비를 씻고 주방을 정리했다. 그사이 허서령은
Magbasa pa

제602화

지강산은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난 그는 휴지로 입을 닦은 다음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맞은편의 허서령을 바라봤다.허서령은 천천히, 얌전하게 음식을 즐기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더 먹을래요?”“배불러.”“그럼 저도 빨리 먹을게요.”허서령은 면을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지강산이 다정하게 웃었다.“천천히 먹어. 서두르지 말고.”허서령은 다시 속도를 늦췄다.지강산은 어젯밤 일이 떠올라 잠깐 생각하다가 물었다.“서령아, 피임약을 안 먹었지?”허서령은 고개를 숙인 채 면을 먹으며 느긋하게 대답했다.“안 먹었어요.”지강산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어제 급하게 오는 바람에 콘돔을 깜빡했어. 여기에도 없어서...”“괜찮아요.”허서령은 담담하게 말했다.“임신하면 낳을 거예요.”지강산은 놀라 굳은 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허서령은 여전히 허서령이었다. 몸매도 얼굴도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목소리도 여전히 듣기 좋았고, 성격도 차분하고 말수가 적었다.그런데 어딘지 분위기에 쓸쓸함이 조금 더해진 듯했다.아침을 먹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산책하러 나갔다. 점심 무렵까지 돌아다니다 시장에서 장을 봐 와 함께 밥을 지었다.지강산이 요리하고 허서령이 옆에서 거들었다.점심때도 두 사람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소파에 기대어 지강산은 책을 읽고 허서령은 품에 안긴 채 휴대전화로 로켓 발사 뉴스를 봤다.허서령이 고개를 돌렸다.“강산 씨, 뉴스에서 동료들이 인터뷰하는 건 자주 봤는데 강산 씨는 한 번도 못 봤어요.”지강산은 한 손으로 책을 든 채 다른 손으로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우린 보안 때문에 신분을 공개할 수 없어. 방송에 나오는 건 주요 개발 업무에 참여하지 않는 홍보 담당 직원들이야.”“아, 그렇구나.”허서령은 기사를 다 보고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품 안에서 돌아누워 가슴에 엎드린 뒤 책을 손으로 눌렀다.“책 그만 봐요.”지강산은 책을 내려놓고 다정하게 물었다.“왜?”“저 봐요.”지
Magbasa pa

제603화

사흘간의 휴가 내내 두 사람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갔다.함께 밥을 먹고, 거리를 걷고, 사랑을 나누고, 잠들어도 헤어질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이번에는 허서령이 지강산을 공항에 데려다줬다.탑승구 앞에 선 허서령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했다. 한 손은 얇은 겉옷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 지강산의 새끼손가락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슴이 저리고 떠나보내기 싫었다.“왜 그래?”지강산은 키가 훨씬 커서 고개 숙인 얼굴을 볼 수 없었다.허서령은 그저 고개만 저으며 대답도 하지 않고 얼굴도 들지 않았다.“이제 탑승해야 하는데, 나한테 더 할 말 없어?”허서령은 고개를 더 깊이 숙이고 또 저었다.지강산은 눈을 내리깔고 허서령의 손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을 느릿느릿 흔드는 모습이 토라진 어린아이 같았다.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숙였다가 눈가가 벌겋고 눈물이 고여 있는 걸 발견했다.허서령은 고개를 돌려 피했다.지강산은 당황해 얼른 품에 꼭 끌어안았다.“울지 마. 안 갈게. 그냥 울심시에 남아서 너랑 있을게. 네가 그러면 내 마음이 무너지잖아.”허서령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먹였다.“강산 씨가 없으니까 시간이 너무 안 가요. 다음 달이나 돼야 제산시로 돌아갈 수 있는데, 보내기 싫어요.”“그럼 안 갈게.”지강산은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허서령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안 돼. 강산 씨 일하는 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제가 죄책감 들잖아요.”“울보 같으니라고.”지강산은 투덜대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자신도 허서령 못지않게 헤어지기 싫었다.“서령아, 기억이 전부 돌아온 거야?”허서령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전부는 아니에요. 즐거웠던 일들은 좀 기억나는데, 슬프고 힘들었던 나쁜 일들은 아직 생각 안 나요.”“나 안심시키려고 그러는 거지?”“진짜예요.”허서령은 이런 거짓말이 통하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걱정은 숨기고 좋은 소식만 전하고 싶었다.“그럼 기
Magbasa pa

제604화

허서령은 아버지의 서류를 정리하고 법정 최고액에 해당하는 국가배상금도 받아 냈다. 철거 보상금도 동생에게 나눠 주고 모든 일을 마무리하니 어느새 5월이었다.지강산을 마지막으로 본 지 벌써 20일이 지났다.매일 영상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아도 보고 싶은 마음은 줄지 않았다.지강산처럼 깜짝 등장하지는 않았다. 비행기 표를 예약한 뒤 돌아가는 날짜와 시간을 알려 줬다.5월의 제산시는 날씨가 쾌적했다.허서령은 주말 낮 12시 비행기를 탔다.지강산은 아침부터 방을 먼지 하나 없이 청소하고 산뜻한 색깔의 이불로 갈아 놓았다. 정원에서 꺾은 꽃도 화장대에 꽂아 뒀다.점심이 가까워지자 한껏 단장하고 직접 만든 꽃다발을 들고 허서령을 마중하러 나섰다.방에서 나와 거실을 지나는데 마침 지은영이 들어왔다.지은영은 큼지막한 봉지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둘째 오빠, 엄마가 갖다 주래.”“뭔데?”지강산은 다가가 봉지 안을 흘끗 들여다봤다.빵과 과자가 한가득하였다.“엄마가 요즘 베이킹에 빠졌잖아. 집에 빵이랑 케이크, 과자가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어. 큰오빠랑 새언니한테도 좀 주고 왔고, 오빠도 가져다 먹으라고. 버리면 아깝잖아.”지은영은 소파에 앉았다가 고개를 들어 지강산을 보고 놀랐다.“그런데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멋을 냈어? 꽃까지 들고 어디 가?”지강산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네 둘째 새언니 비행기가 12시에 도착해. 지금 데리러 가려고.”지은영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벌떡 일어나 다가와, 공들여 손질한 머리를 장난스럽게 만졌다.“어쩐지 오늘 멋을 냈더라니! 머리도 만지고 향수까지 뿌렸네? 잘생기고 향도 좋고! 알고 보니 부인 돌아오는 날이었구나...”그러고는 팔 가까이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짓궂게 웃었다.지강산은 한 걸음 물러나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쑥스러운 듯 헛기침하고 엄한 척했다.“장난 그만해. 나 먼저 공항 간다.”“나도 갈래.”지은영이 따라붙었다.지강산이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Magbasa pa

제605화

‘지강산이 언제 이렇게 유치해졌지?’피켓 아래쪽을 바라보니 지강산이 아니라 지은영과 정윤슬이었다.그 뒤에는 할아버지와 시부모님, 큰아주버님, 그리고 지강산까지 서 있었다.모두가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손을 흔들었다. 허서령은 놀랍고도 뭉클했다.온 가족이 마중 나올 줄은 몰랐다.가족의 사랑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순식간에 눈가가 젖었다. 허서령은 미소 지으며 가족들에게 다가갔다.지강산은 뜨거운 눈빛과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꽃다발을 들고 빠르게 다가왔다.허서령도 촉촉한 눈으로 지강산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거의 다가왔을 때 누군가 불쑥 뛰어들어 지강산을 한 걸음 뒤로 밀어냈다.지은영이 오빠 앞으로 비집고 들어와 허서령을 와락 끌어안았다.“둘째 새언니, 드디어 집에 왔네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허서령도 꼭 안아 주며 다정하게 웃었다.“은영아,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정윤슬도 피켓을 들고 끼어들었다.“서령 언니, 돌아온 거 환영해요.”허서령은 지은영을 놓아 주고 피켓을 한번 보며 웃었다.“고마워. 윤슬아.”두 여자에게 앞을 가로막힌 지강산이 옆으로 돌아가려는데 하선희와 지상훈, 할아버지까지 다가왔다.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지강산은 점점 뒤로 밀려났다.하선희가 말했다.“서령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아버지 누명 벗으신 것도 축하하고, 재판에서 이긴 것도 축하해.”“고마워요, 어머님.”지용식도 너털웃음을 지었다.“서령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이번 재판 정말 멋지게 해냈어....”허서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해요, 할아버지.”지상훈도 말을 보탰다.가족들은 허서령을 에워싸고 한마디씩 인사를 건넸다. 안부를 묻고 나서도 수다가 계속됐다. 공항을 집 거실처럼 여기며 이야기가 끝날 줄 몰랐다.지강산은 진작에 바깥쪽으로 밀려나 형과 나란히 서 있었다.그는 허서령을 빤히 바라보기만 할 뿐 다가갈 틈조차 없었다. 돌아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 말 한마디 나누지도 못하고 꽃도 건네지 못했다.설레는 마음으로
Magbasa pa

제606화

가족들은 잔뜩 신이 나서 계속 허서령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었다.그러더니 지은영이 허서령의 팔짱을 끼고 신나게 걸어갔고, 다들 뒤따랐다.허서령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지강산을 돌아봤다. 눈빛에는 난처함이 가득했다.두 사람은 눈으로만 서로를 좇았다.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지강산은 지은영과 정윤슬에게 이끌려 떠나는 허서령을 바라보다 하는 수 없이 여행 가방을 챙겨 가족들 뒤를 따랐다.정윤슬은 환영 피켓을 지태일에게 넘겨주고 가족들과 함께 갔다.공항 밖에는 차가 여러 대 서 있었다.지은영은 큰오빠에게 차 열쇠를 받아 직접 운전했다. 할아버지와 허서령, 정윤슬이 그 차에 탔다.부모님은 다른 차를 탔다.결국 지강산은 자기 차를 운전하고 조수석에는 형이 앉았다.두 형제 모두 썩 유쾌하지 않았다.하지만 부모님은 어려서부터 여동생을 아끼고 예뻐하고 양보하라고 가르치셨다.두 사람은 줄곧 그렇게 해 왔다.그렇게 곱게 키운 집안의 공주님이 이제는 오빠들의 아내까지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동생 뜻대로 해 줄 수밖에.조금만 참으면 곧 돌려받을 것이다.지용식은 제산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 식당에 별실을 예약해 허서령의 귀환을 축하했다.온 가족이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커다란 원탁에서 어른들은 무슨 음식을 시킬지 의논하며 메뉴판을 꼼꼼히 살폈다.지은영은 허서령과 정윤슬 사이에 앉았다.덕분에 지강산도 드디어 허서령 곁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 부드러운 눈길로 꽃다발을 내밀었다.“고마워요.”허서령은 쑥스럽게 꽃을 받아 향기를 맡고 여린 꽃잎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얼굴에 꽃보다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비행기에서 내린 뒤로 마음이 한 번도 가라앉지 않았다.지강산은 허서령의 손을 잡아 자기 허벅지 위에 올렸다. 식탁보에 가린 틈을 타 길고 가는 손가락을 사이사이 끼워 넣으며 손바닥을 맞대고 손깍지를 꼈다.허서령은 손바닥에서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다. 쑥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돌려 지강산을
Magbasa pa

제607화

허서령은 지은영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기에 지금 미리 비밀을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다.지은영이 답답해했다.“둘이 안 지 12년이나 됐잖아요.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사돈 어르신께서 억울하게 감옥에 안 가셨으면 제 조카들도 벌써 초등학생 됐겠어요. 인제 그만 미뤄요. 이러다 우리 둘째 오빠 늙겠어요.”허서령은 환하게 웃었다.“아직 하나도 안 늙었어. 얼마나 젊은데.”지은영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정윤슬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로 거들어야 할지 몰라 턱을 괴고 허서령을 바라보기만 했다. 서령이가 말하는 걸 듣는 게 좋았다.목소리가 정말 좋았다.옆에서 그 말을 들은 지강산은 고개를 숙였다. 어깨도 축 처졌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왔다.어른들은 주문을 마쳤지만 여자 셋이 이야기하는 걸 보고 방해하지 않았다.지용식이 지강산에게 물었다.“강산아, 요즘 일은 어떠냐?”지강산이 대답했다.“괜찮아요. 매우 바쁘지는 않아요.”“설 무렵엔 계속 바빴으니 이젠 푹 쉴 때도 됐지.”하선희가 감회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서령이 아버지 같은 사건은 재심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드문데. 6년 동안 포기하지 않은 보람이 있었네.”“정성이 결국 하늘을 움직이는 법이지!”지용식은 감탄했다.“난 예전부터 서령이가 참 좋았어. 끈기가 있고, 차분하고 신중하면서 똑똑하고 세심하잖아. 우리 강산이랑 천생연분이지.”“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두 사람 다 성격이 온화하니 함께 살아도 싸울 일이 별로 없겠어요.”허서령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어른들의 칭찬을 들었다. 사실은 모두가 결혼을 재촉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어른들은 지은영처럼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었다.말마다 은근히 결혼 이야기가 묻어났다.허서령이 고개만 끄덕이면 당장이라도 결혼식을 올릴 기세였다.하지만 허서령은 모르는 척하며 어른들의 속뜻을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굴었다.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가족들 앞
Magbasa pa

제608화

흰색 얇은 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방 안에 뿌연 그림자를 드리웠다.여행 가방은 구석에 던져져 있었고 침실 문은 굳게 닫혔다.허서령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지강산은 벽으로 밀어 키스했다.지강산의 손가락이 등 뒤 원피스 지퍼에 닿더니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작게 났다.허서령은 등에 서늘한 기운이 닿는 걸 느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지강산에게서 나는 은은한 삼나무 향이 느껴졌다. 좋은 향이었다.손을 지강산의 등 선을 따라 내렸다. 몸에 꼭 맞는 셔츠 아래로 근육이 살짝 긴장했다.지강산은 뜨겁고 거칠게 입을 맞추며 허서령을 안고 몸을 돌려 침대로 걸어갔다. 허리를 받친 채 한쪽 무릎을 침대에 올리고 천천히 내려놓았다.매트리스가 두 사람의 무게에 살짝 꺼졌다.거추장스러운 옷은 지강산의 손길에 손쉽게 벗겨졌다.무릎으로 허서령의 무릎 사이를 조심스레 벌렸다...두 사람은 동시에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움직임은 느렸다. 파도가 몇 번이고 모래사장에 밀려드는 것 같았다.땀이 척추의 움푹한 곳을 따라 흘러 쇄골 사이에 떨어졌다. 조금 뜨거웠다. 허서령이 목을 젖히자 지강산은 고개를 숙여 맥박이 뛰는 곳에 입을 맞췄다.창밖의 나뭇가지 그림자가 벽에서 살랑거렸다. 정원 밖은 물속처럼 고요했다.하지만 방 안만큼은 전혀 조용하지 않았다.정오부터 저녁까지, 침대에서 욕실까지... 두 사람은 지칠 때까지 서로를 놓아주지 않을 기세였다.지강산은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허서령에게 미칠 만큼 빠져 있었다.허서령의 몸도 영혼도 사랑했다.허서령과 함께라면 기진맥진해 쓰러져도 아쉬울 게 없었다.하지만 허서령은 달랐다. 체력이 약해 쉽게 지쳤고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오랜만에 만나면 신혼 때보다 더 뜨겁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밤이 찾아왔다.허서령은 지쳐 침대에 엎드린 채 꾸벅꾸벅 졸았다. 이불이 허리 아래까지만 덮여 뽀얗고 부드러운 등이 드러났다.욕실에서 나온 지강산이 옆으로 누워 새하얀 어깨에 입을 맞췄다. 이불을 끌어 올려 어깨까지 덮어 주고 다정하게 물었다
Magbasa pa

제609화

지강산은 애틋한 마음을 꾹 참고 머리만 살살 쓰다듬었다. 다정한 눈으로 바라볼 뿐 더는 잠을 깨우지 않았다.그렇게 잠든 허서령은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내리 잤다.눈을 떴을 때 지강산은 이미 출근하고 없었다.어제 가져온 짐도 지강산이 전부 정리해 뒀다.휴대전화에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서령아, 출근했어. 저녁에 보자.][저녁에 봐요.]허서령은 답장을 보내고 아침을 먹은 뒤 법률사무소로 돌아가 업무에 복귀했다.일을 다시 시작하자 생활도 제자리를 찾았다.몇 달 만에 출근했지만 당장 바쁘지는 않았다. 많은 업무를 새로 익히고 다시 맡아야 했다.그래도 변호사 업계에 이름이 제법 알려져 사건 의뢰가 하나둘 들어왔다.지강산과 보내는 나날도 행복하고 평온했다.지강산은 요즘 일이 그다지 바쁘지 않았다. 승진해서 이제 총괄 엔지니어가 됐다. 급한 업무나 임무만 없으면 대부분 정시에 출퇴근했다.주말이면 아침부터 밤까지 꼭 붙어 지내며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모두 되찾으려는 듯했다.해가 저물 무렵, 허서령은 정원 식물 앞에 서서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있었다. 희미한 노을이 몸을 감싸 차분하고 단아한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웠다.방에서 나온 지강산은 오래전부터 준비한 작은 반지 케이스를 손에 들고 있었다. 손바닥에 땀이 나고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긴장돼 숨조차 막혔다.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정원으로 향했다.멀리서 물을 주는 허서령을 보고 몇 분이나 멈춰 섰다가 다시 한번 심호흡한 뒤 다가갔다.“서령아...”“네?”허서령이 돌아봤다.“왜요?”지강산은 곁에 서서 저도 모르게 한 손을 등 뒤로 숨겼다. 반지 케이스를 꽉 쥔 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이다가 목을 가다듬었다.“물 다 줬어?”“거의 다요. 이것만 하면 돼요.”허서령은 다시 정원 식물을 바라봤다.“요즘 날씨도 건조하고 비도 오래 안 왔잖아요. 물 좀 넉넉히 줘야겠어요.”“서령아, 나...”‘대체 용기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예전에는 청혼할 때마다 두려운 게 없었는
Magbasa pa

제610화

지강산은 얼굴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병원 신생아 병동.VIP 특실에는 한나가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고 곁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누워 있었다.넓은 병실에는 지씨 집안과 한씨 집안 사람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허서령도 그 자리에 있었다. 산모와 아기가 푹 쉬어야 할 때인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다행히 다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목소리도 낮췄지만 분위기는 어딘지 무거웠다.지로운이 지용식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온 가족 앞에서 하신 말씀을 인제 와서 없던 일로 하실 건 아니죠?”“절대 그러지 않을 거다. 내 첫 증손자에게 지금 내가 사는 집과 가보 두 점을 물려주겠다고 했지.”지로운과 한나는 눈빛을 마주치고 웃었다. 두 사람 모두 몹시 들떠 있었다.한나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아기 대신 감사드려요. 증조할아버지.”“다만...”지용식이 말을 끊었다.“친자 확인 검사는 해야겠다.”지로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한만수의 얼굴도 시퍼렇게 질렸다.“어르신,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한나의 어머니 권혜숙은 이를 악물고 작게 중얼거렸다.“이게 무슨 모욕이람. 딸이 막 아기를 낳았는데 이런 일을 벌여요? 로운의 아이가 아니면 누구 아이겠어요?”지용식은 엄한 태도로 말했다.“문제가 없다면 검사받는 게 뭐가 무서워요?”“우리 딸을 못 믿겠으면 왜 로운이랑 결혼하게 했어요?”권혜숙이 화를 내자 도미란이 얼른 달랬다.“사돈, 화내지 마세요. 저희는 한나를 믿어요. 당연히 제 손자고 지씨 집안 아이죠.”“난 못 믿겠다.”지용식은 또박또박 말했다.“손자가 조사해서 알아낸 의심스러운 정황을 더 믿어. 의심을 풀어 주지 않으면 약속을 지킬 수 없어.”지로운은 어두운 얼굴로 분노를 참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모두가 지로운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지로운은 이를 악물고 지용식을 노려봤다.“할아버지, 제가 맏손자잖아요. 그런데 어릴 때부터 왜 강산이만 예뻐하세요? 왜 걔 말은 무조건 믿으시는데요? 그렇게
Magbasa pa
PREV
1
...
5960616263
...
69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