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hapter 681 - Chapter 684

684 Chapters

제681화

정윤슬이 약을 먹지 않으려 할 때면 할아버지도 늘 이런 말투로 달래 주셨다.‘우리 윤슬이, 착하지...'정윤슬은 얌전히 입을 벌렸다. 따뜻한 숟가락에 담긴 좁쌀죽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부드럽고 고소한 죽을 삼키자 지태일은 다시 한 숟가락을 떠서 먹여 주었다.한 숟가락, 또 한 숟가락...먹으면 먹을수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기억이 닿는 어린 시절부터 이렇게 누군가가 직접 밥을 먹여 준 적은 없었다. 아플 때조차 할아버지는 스스로 먹어 보라며 달래셨을 뿐, 이렇게 살뜰히 죽을 떠먹여 주지는 않으셨다.몇 숟가락을 먹자 더는 넘어가지 않았다. 눈꺼풀도 천근만근 무거웠다.“이제 안 먹을래요.”정윤슬이 고개를 저었다. 지태일은 약을 집어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 그의 손끝이 입술에 닿았고, 정윤슬은 약을 입에 물었다.“착하지. 물 마시고 삼켜.”그녀는 입가까지 내민 컵을 받아 두 모금 크게 마신 뒤 약을 삼켰다.“약도 먹었으니 누워서 푹 쉬어.”지태일은 물컵을 협탁에 내려놓고 어깨를 받쳐 그녀를 눕히려 했다.그 순간 정윤슬이 몸을 돌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얼굴을 목덜미에 묻었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지태일의 몸이 굳었다. 손끝이 떨리고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숨을 가볍게 내쉰 그는 입을 열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윤슬아, 누워서 푹 쉬어. 약 먹었으니 금방 나을 거야.”“태일 오빠... 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세상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은 없어요. 의무로 하는 일도 없고요. 그냥 하고 싶으냐, 하고 싶지 않으냐의 차이죠.”“맞아. 난 널 돌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지태일이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대답했다. 그녀의 팔을 풀어 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자 그대로 몸을 숙여 침대에 눕혔다.두 사람은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 지태일은 정윤슬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를 선명하게 느꼈다.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향이었다.한쪽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다른 손으로 정윤슬의 팔을 잡은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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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다음 날 아침.잠에서 깬 정윤슬은 여전히 머리가 멍하고 몸이 무거웠지만 기운은 조금 돌아와 있었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커튼이 햇빛을 가린 방 안에는 희미한 빛만 들어왔다.협탁 위의 물컵과 약상자를 보고서야 전날 밤 지태일이 자신을 안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고열 때문에 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이마를 짚고 눈을 감은 채 기억을 더듬던 정윤슬은 갑자기 어젯밤 꿈이 떠올라 얼굴이 달아올랐다.아무래도 열이 심해 이상한 꿈을 꾼 모양이었다. 지태일과 입을 맞추는 꿈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태일 오빠는 나를 여동생처럼 생각할 뿐인데...’정윤슬은 이불을 걷고 일어나 욕실에서 씻은 뒤 거실로 나왔다.대충 아침을 만들어 먹으려던 그녀는 탁 트인 주방에 서 있는 지태일의 뒷모습을 보고 놀랐다.그는 좀처럼 쉬는 날이 없었다.‘오늘은 주말도 아닌데 왜 집에 있을까?’“태일 오빠.”“일어났어?”연회색 실내복에 앞치마를 두른 지태일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돌아봤다.“아침 거의 다 됐어. 조금만 기다려.”“고마워요.”정윤슬은 아일랜드 식탁 앞에 앉아 두 손을 포개고 냄비를 바라봤다. 죽을 끓이는 것 같았다.지태일이 다가와 식탁 너머로 손을 뻗어 이마를 짚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다정한 손길이었다.예고 없는 접촉에 정윤슬의 몸이 굳었다. 이마에 닿은 따뜻한 손바닥 때문에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그녀는 긴장한 채 침을 삼키며 지태일을 올려다봤다.“열은 내렸네.”안도한 지태일이 손을 내렸다.“아침 먹고 약도 챙겨 먹어. 금방 좋아질 거야.”“오빠, 오늘 쉬세요?”“응. 근무를 바꿨어.”지태일은 돌아서서 냄비 뚜껑을 열고 고기죽을 천천히 저었다.‘근무까지 바꿨다고?’정윤슬은 가슴이 뭉클했다.잠시 후 지태일은 다진 고기가 들어간 죽 한 그릇을 그녀의 앞에 놓고 빵과 요거트도 꺼냈다. 그러고는 조용히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정윤슬은 뜨거운 죽을 저어 한 숟가락 뜬 뒤 입가로 가져가 후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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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부모님이 좋은 분들이니 그 밑에서 자란 자식들도 훌륭한가 보네.’컵을 씻은 지태일이 돌아오자 정윤슬은 시선을 거두고 다시 책을 펼쳤다.지태일은 옆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늘 그렇듯 정윤슬은 책을 읽고 공부했고, 지태일은 휴대전화를 봤다.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함께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이 무척 편안했다.잠시 후 휴대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강도진이었다.정윤슬은 별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선배, 무슨 일이세요?”옆에 있던 지태일의 손가락이 굳었다. 몸에도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정윤슬은 한참 상대의 말을 듣다가 대답했다.“네, 알겠어요.”다시 조용히 들으며 가끔 그렇다고 하고 맞장구를 쳤다.“좋아요. 주소 보내 주세요. 꼭 갈게요.”“선배, 안녕히 계세요.”통화를 끝내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내려놓은 정윤슬은 다시 책을 펼쳤다.그때 지태일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이랑 어디 가려고?”고개를 드니 그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레가 지도 교수님 생신이에요. 선배들이랑 다 같이 돈을 모아 선물도 사고 식당에 방을 예약해서 생신을 축하해 드리기로 했어요.”지태일이 휴대전화를 허벅지 위에 놓고 그녀를 바라봤다.“그 사람한테 꼭 그렇게 다정하게 말해야 해?”“네?”정윤슬은 어리둥절했다.‘언제 다정하게 말했다는 거지? 평소 말투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가시 돋친 소리를 하지?’“가족도 데려갈 수 있어?”“그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정확한 시간 알려 줘. 내가 데려다줄게.”“출근하셔야 하잖아요.”“특별히 중요한 일이 없으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어.”일에 지장을 줄까 걱정된 정윤슬이 말했다.“안 그러셔도 돼요. 요즘은 택시도 편하고 지하철도 잘돼 있어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태일이 일어섰다.“시간하고 주소, 카톡으로 보내.”그 말을 남기고 거실을 나갔다.정윤슬은 지태일이 갈수록 이상하다고 느꼈다.거실에서 책을 보다가 점심때가 가까워져 요리하러 일어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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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키가 크고 건장한 지태일은 작고 가녀린 정윤슬에게 거대한 존재처럼 느껴졌다.강한 팔에 꽉 안긴 정윤슬은 꼼짝할 수 없었고, 지태일은 고개를 숙여 깊이 입을 맞췄다.입맞춤마저 지태일답게 거침없고 강렬했다.첫 키스인 정윤슬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입맞춤에 속수무책이었다. 입술이 아플 정도였다.숨이 막히고 다리에 힘이 풀릴 즈음 정윤슬이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제야 지태일이 입술을 떼었다.정윤슬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가쁘게 숨을 골랐다. 그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점심을 만들겠다던 사람이 왜 갑자기 끌어안고 입을 맞춘 걸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지태일은 뺨을 쓰다듬다가 손가락을 뒤통수로 옮겨 얼굴을 들도록 했다.그와 뜨거운 시선이 마주치자 정윤슬의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부끄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넌 쉬어. 점심은 내가 할게.”정윤슬이 입맞춤으로 얼얼해진 입술을 살짝 열었다.“오빠, 저 아직 아픈데요.”지태일이 낮게 웃었다.“괜찮아. 난 면역력이 강해.”“그렇지만 오빠는...”왜 입을 맞췄느냐고 물으려다 말을 삼켰다. 그렇게 묻는 건 거절한다는 뜻처럼 들릴지도 몰랐다. 차라리 묻지 않는 편이 나았다.어차피 처음부터 그녀는 지씨 집안과 지태일에게 보답하고 싶었다.입맞춤을 원하면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잠자리를 원한다면 그것도, 아이를 원한다면 아이를 낳는 것도 마찬가지였다.마음에 다른 남자가 없었다. 정윤슬에게 이 결혼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건 도박이었다.지태일이 결혼 생활을 이어 가고 싶다면 자신도 진심으로 대하며 평생을 함께할 생각이었다.그가 다시 혼자가 되고 싶다면 망설임 없이 자유롭게 보내 주고 미련 없이 떠날 터였다.지태일이 손을 놓고 쉬러 가라고 재촉했다.정윤슬은 거실 소파로 돌아와 책을 폈지만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조금 전의 거친 입맞춤뿐이었다.식사할 때도 지태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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