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고 숨이 막혔다.가슴 한가운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틀어막고 있는 듯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눈가도 이유 없이 뜨거워졌다.하지만 그 감정은 한순간뿐, 그녀는 곧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자신이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 가족에게 끝도 없이 빚진 사람이 된 건지.감정의 빚, 돈의 빚, 책임의 빚, 길러준 은혜의 빚.심지어 누나라는 이유만으로도 남동생에게 평생 빚진 사람처럼 취급받고 있었다.하늘 전체가 먹구름에 뒤덮인 듯했다. 햇빛은 한 줄기도 보이지 않았고, 폐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마저 뼛속까지 시렸다.지하철 안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녀는 자신과 세상 사이에 유리 벽 하나가 놓인 기분이었다.유리 안쪽엔 오직 그녀 혼자만 있고, 유리 바깥세상은 시끄럽고 활기찼다.바쁜 업무조차 그녀의 마음속 답답함을 떨쳐내 주지 못했다.언제부터였을까, 허서령은 엄마와 남동생을 만나는 게 너무 두려워졌다. 목소리만 들어도 짜증이 치밀고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그들을 한 번 만나고 나면 종일, 심할 땐 며칠씩 우울하고 답답했다.점심 재판에서 그녀는 패소했다.“승소 가능성 크다며? 생긴 건 멀쩡하게 배운 사람 같은데 일 처리하는 건 돼지보다 못하네. 여자들은 머리만 길었지 제대로 일을 못 한다더니 딱 너 같은 인간 말하는 거야. 소송 하나 못 이기면서 무슨 변호사야? 그냥 빨리 남자한테 시집이나 가. 여기서 쪽팔리게 굴지 말고.”원래도 최악이었던 기분은 그 독설을 듣는 순간 완전히 무너지며 화가 치밀어 가슴까지 아팠다.하지만 그녀는 전문성과 평판이 걸려 있어, 저런 무식한 인간처럼 막말로 맞받아칠 수 없었다.허서령은 차가운 얼굴로 분노를 억누른 채 날카롭게 말했다.법원 문을 막 나서자 의뢰인이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전 공익 변호사예요. 의뢰인한테 수임료도 받지 않았고, 이런 사건 수백 건 넘게 맡아 대부분 승소했어요. 하지만 의뢰인처럼 자기 변호사한테 진실을 숨긴 건 처음이에요. 의뢰인은 배송 중 다친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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