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산은 순간 몸이 굳었다. 허서령의 흐느끼는 목소리를 듣자 얼굴빛이 확 변하며 화가 난 듯 그녀가 감은 팔을 억지로 떼어냈다.그리고 그녀의 두 손목을 잡아 베개 양옆에 눌러둔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눈빛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허서령, 누가 널 떠났는데? 눈 제대로 뜨고 내가 누군지 봐. 내가 밤새 네 옆에서 술 마셔줬는데, 네 머릿속엔 윤성밖에 없어? 현실 좀 인정해. 걔는 이미 널 떠났어.”창밖 달빛은 술기운을 머금은 듯 흐릿했고, 베란다로 스며드는 찬바람마저 취한 듯 커튼을 흔들었다.허서령의 양 볼은 붉게 달아올랐다. 살며시 뜬 두 눈은 봄물에 잠긴 유리처럼 눈물이 어린 채 몽롱하게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분명히 봤다. 지강산이었다.‘그런데 왜 꿈속에서도 나를 혼내는 걸까?’자기가 잘못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현실을 바꿀 힘도 없었고,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갈 방법도 없었다. 그녀는 너무 작고, 무력하고, 연약했다.오직 꿈속에서만 그는 온전히 그녀의 것이었다.“화내지 말아요...”허서령은 울먹였다. 맑은 눈물이 눈에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술에 취한 채 버려진 새끼 고양이처럼 흐느끼며 중얼거렸다.“제가 잘못했어요... 떠나지 말아요...”지강산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가슴은 분노로 들끓었고, 눈가도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는 그녀를 노려보며 오래도록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지난 5년 동안 품어온 원망과 분노, 억눌림과 집착이 결국 억울함 가득한 한마디로 터져 나왔다.“허서령, 넌 정말 내가 잘해줄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그는 떨리는 쉰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짙은 원망을 내뱉었다.그 말은 지강산 자신도 무너뜨렸고, 술에 취한 허서령도 산산이 부숴버렸다.허서령은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 베개를 적셨다.꿈속에서조차 그녀는 지강산을 잃어버렸다.지강산은 그녀의 손목을 놓고 몸을 돌려 등을 보인 채 앉았다.넓은 어깨는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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