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가 이마를 문지르며 툴툴거렸다.“오빠, 지금 내가 정신이 나갔다는 소리야?”“그래. 정신과 한번 가봐.”“정신과 가야 하는 건 오빠거든?”소유하가 목청을 높이면서 현관 쪽을 가리켰다.“제발 생각 좀 해봐. 허서령이 오빠한테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안 보여? 울심에 집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오빠가 세 들어 사는 집에 들어왔어. 게다가 이 집에 들어오겠다고 친구까지 동원했고. 딱 봐도 오빠를 꼬시겠다는 거잖아. 저런 여자들 진짜 계산 빠르고 다 여우야. 절대 속으면 안 돼.”지강산이 덤덤하게 웃자 소유하는 더 짜증이 났다.“오빠, 지금 웃음이 나와? 오빠처럼 둔감한 남자는 허서령 같은 여우한테 홀랑 넘어가기 딱 좋아. 걔가 맨날 오빠한테 꼬리 치지?”지강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맨날 순진한 척하고 말할 때도 애교를 섞어서 말하지? 선 넘는 스킨십도 슬쩍 하고. 나 은근히 깎아내리면서 자기가 괜찮은 여자라고 했을 게 뻔해. 게다가 약한 척하면서 분위기 만들고 우리 사이 이간질하고. 내 말이 맞지?”지강산이 끝까지 진지하게 들었다.“그게 여우야?”소유하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람 보는 눈 좀 키워. 절대 홀리면 안 돼.”지강산이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그거 남자 입장에서는 좋은 거 아니야?”“뭐?”소유하가 순간 멍해졌다.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지강산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여우가 욕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까 좋은 말인데?”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러고는 충격과 황당함이 뒤섞인 얼굴로 지강산을 노려봤다.“오빠,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응, 아파. 그러니까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지강산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마자 소유하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앞으로 구름타워로 찾아오지 마. 서령이도 건드리지 말고. 알았어?”“싫어.”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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