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5년 만의 재회, 그의 폭주: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지강산이 이 몇 년 동안 여자친구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만약 허서령처럼 5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면 젊고 혈기 왕성한 남자가 얼마나 답답했을까?1층에 도착한 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탔다.허서령이 벽 쪽에 몸을 붙이고 섰고 지강산이 7층 버튼을 누른 뒤 그녀를 돌아봤다. 마침 지강산의 뒷머리를 보고 있어 그가 고개를 돌린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조금 전 불빛 없는 숲속에서의 민망함을 겨우 숨겼는데 빛이 환한 곳에서 시선이 마주치자 민망함이 다시 밀려왔다.얼굴이 뜨거워진 허서령이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숨이 조금 거칠어졌고 엘리베이터의 공간이 갑자기 좁아지고 뜨겁게 느껴졌다.정신을 차리기 힘든 압박감과 열기 때문에 온몸이 불편했다.반면 지강산은 태연한 모습이었다. 어색함을 없애려고 농담을 건넸다.“모든 남자가 다 그렇게 빨리 끝내는 건 아니야.”‘반응 속도가 왜 이래?’아까 숲에서 남자의 얘기를 했었는데 이제야 그 말을 이었다.허서령의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전 남자친구의 지구력과 전투력이 얼마나 강한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직은 전 남자친구와 이런 농담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없었다. 마음이 남아 있는 상태라 태연한 척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허서령이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집에 들어온 허서령이 슬리퍼를 갈아신고 지강산이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받았다.“고마워요.”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바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지강산이 슬리퍼를 갈아신고 허서령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방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서야 깊게 숨을 내쉬고 거실로 걸어갔다. 휴대폰을 티테이블 위에 놓고 소파에 앉아 눈을 감았다.한편 방 안.허서령이 노트북을 꺼내 사진첩을 열고 세 명의 증인 사진을 영상과 대조했다. 역시 그녀의 예상대로 남자가 세 명의 증인 중 한 명이었다.그녀가 흥분한 얼굴로 즉시 영상을 복사해 따로 저장했다.이 아파트에 살면서 이런 성과를 얻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은경과 증인이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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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소유하가 이마를 문지르며 툴툴거렸다.“오빠, 지금 내가 정신이 나갔다는 소리야?”“그래. 정신과 한번 가봐.”“정신과 가야 하는 건 오빠거든?”소유하가 목청을 높이면서 현관 쪽을 가리켰다.“제발 생각 좀 해봐. 허서령이 오빠한테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안 보여? 울심에 집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오빠가 세 들어 사는 집에 들어왔어. 게다가 이 집에 들어오겠다고 친구까지 동원했고. 딱 봐도 오빠를 꼬시겠다는 거잖아. 저런 여자들 진짜 계산 빠르고 다 여우야. 절대 속으면 안 돼.”지강산이 덤덤하게 웃자 소유하는 더 짜증이 났다.“오빠, 지금 웃음이 나와? 오빠처럼 둔감한 남자는 허서령 같은 여우한테 홀랑 넘어가기 딱 좋아. 걔가 맨날 오빠한테 꼬리 치지?”지강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맨날 순진한 척하고 말할 때도 애교를 섞어서 말하지? 선 넘는 스킨십도 슬쩍 하고. 나 은근히 깎아내리면서 자기가 괜찮은 여자라고 했을 게 뻔해. 게다가 약한 척하면서 분위기 만들고 우리 사이 이간질하고. 내 말이 맞지?”지강산이 끝까지 진지하게 들었다.“그게 여우야?”소유하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람 보는 눈 좀 키워. 절대 홀리면 안 돼.”지강산이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그거 남자 입장에서는 좋은 거 아니야?”“뭐?”소유하가 순간 멍해졌다. 잘못 들은 줄 알고 귀를 의심했다.지강산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여우가 욕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까 좋은 말인데?”그녀가 어이없다는 듯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러고는 충격과 황당함이 뒤섞인 얼굴로 지강산을 노려봤다.“오빠,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응, 아파. 그러니까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지강산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자마자 소유하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앞으로 구름타워로 찾아오지 마. 서령이도 건드리지 말고. 알았어?”“싫어.”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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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허서령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었다.“잘 자요.”두근거리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컵을 들고 곧바로 방으로 달려가 문을 잠가버렸다.홀로 남겨진 지강산이 허서령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뱉었다....주말, 이른 아침.허서령이 욕실에서 세수하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서둘러 씻고 머리를 묶으면서 방을 나갔다.지강산이 상자를 안고 거실로 들어와 티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어머니가 보내신 배야.”“네.”허서령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너 주려고 보내셨어.”지강산의 말에 허서령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음속 가장 연약한 부분을 건드린 듯 놀라면서도 감동이 밀려왔다.‘강산 씨 어머니가 나 주려고 배를 보내셨다니.’허서령이 배를 참 좋아했다.그가 칼로 상자를 열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이제 룸메이트가 된 걸 아시고 너 먹으라고 특별히 보내신 거야. 안부도 전해 달라고 하셨어.”허서령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마음이 울컥했다.지강산과 사귄 4년 동안 그녀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던 사랑을 받았다.그때 모성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무조건적인 애정이었다.허서령이 촉촉해진 두 눈을 깜빡이며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가 상자를 열었다.지강산이 상자 속에서 동글동글하고 반들거리는 배를 꺼냈다.“올해 배가 정말 잘 열렸네.”“너무 많아서 혼자 다 못 먹어요.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줘요.”허서령이 상자에 가득 담긴 배를 내려다봤다. 속살이 연하고 달콤한 배 생각에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냉장고에 넣을게. 천천히 먹어.”지강산이 배 하나를 허서령에게 건넨 뒤 상자를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허서령도 배를 들고 따라갔다.그가 냉장고 앞에서 과일을 정리하는 동안 그녀가 옆에서 껍질을 깎았다.주방 창문을 통해 스며든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빛났다.허서령이 껍질을 다 깎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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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괜찮아요.”허서령이 정신을 차리고 신발장 옆으로 가서 흰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일상용품 좀 사러 마트에 가려고요. 밖에서 간단히 먹으면 돼요.”지강산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 키를 들고 허서령에게 다가갔다.“같이 가자. 나도 살 게 있어.”허서령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일부러든 아니든 자꾸 나한테 다가오는 느낌이야. 강산 씨가 날 엄청 원망할 텐데? 꼴도 보기 싫어야 하는 거 아니야?’“왜? 얼굴에 뭐 묻었어?”지강산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묻자 허서령이 급히 시선을 거두었다.“아니에요, 아무것도.”그러고는 곧장 집을 나섰다.지강산이 신발을 갈아 신고 뒤따라 나가며 문을 닫았다.두 사람이 나란히 걸었다.오랜만에 지강산과 함께 장을 보려니 마음이 긴장되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만약 그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웠다면 아마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터.엘리베이터에서 내려 1층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 햇살이 따뜻하고 기온도 적당한 게 날씨가 참 좋았다.두 사람이 아파트 단지 내의 인도 위를 걸었다.“허서령.”그때 옆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진성호였다.검은 후드티에 헤진 스타일의 청바지를 입었고 뾰족한 검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 하얗게 염색한 머리가 몇 가닥 섞여 있었다.양손을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이 건방진 건달 같았다.허서령은 그를 볼 때마다 혐오감이 밀려와 구역질이 났다. 지강산의 얼굴이 차가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진성호를 째려봤다.진성호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 불량스러운 시선으로 지강산을 훑었다.지강산은 키가 훤칠하고 외모가 준수했다. 숏폼에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진성호가 속으로 생각했다.‘잘생기면 다야? 우리 떡대를 죽인 복수 꼭 하고 말 거야. 절대 용서 못 해.’훤칠하고 체구가 큰 지강산과 비교하면 진성호는 눈에 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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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진씨 가문 사람들 때문에 허서령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지강산을 ‘배신’하여 헤어진 후 이별의 고통을 견뎌야 했다.“알았어. 건드리지 않을게. 얼른 가자.”진성호가 침을 꿀꺽 삼켰다.허서령이 몰래 눈물을 닦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두 사람은 근처의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허서령이 레몬주스 한 잔과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혼자 먹기 시작했다.진성호가 의자에 기댄 채 한쪽 팔을 등받이에 올리고 다리를 꼬고 앉았다. 한동안 건방진 자세로 아침을 먹는 허서령을 빤히 쳐다봤다.“너의 전 남자친구가 내 개를 죽였어. 분명 잘못한 건 너희인데 아파트 관리도 바뀌고 내 사촌 동행도 해고당했어. 그런데 나까지 고소한다고? 진짜 뻔뻔하기 짝이 없구나.”허서령이 아무 말 없이 샌드위치를 우아하게 한 입 베어 물었다.진성호가 점점 흥분하며 말했다.“허서령, 고소 취하해.”그녀가 고개도 들지 않고 차갑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싫어.”진성호가 입술을 핥으며 건방진 웃음을 지었다.“네 전 남친의 배경이 엄청나다며?”허서령이 멈칫했다.“내 사촌 동생이 조사해보니까 국가급 인재고 집안도 엄청나더라? 집안에 고위직도 많고.”그녀가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차가운 눈빛으로 진성호를 노려봤다.“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너희 아빠가 감옥에 간 거 아직 모르지?”진성호가 다리를 꼬고 입꼬리를 올리면서 모든 걸 꿰뚫어 보는 것처럼 웃었다.“내가 한 번 맞춰볼까?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 네 아빠가 감옥 간 것 때문이지?”허서령이 그를 째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의 모습에 진성호가 경박하게 웃으며 우쭐거렸다.“고위 관료에 대대로 참군하여 나라를 위해 헌신한 집안이던데. 지강산이 이미 항공우주연구원에 들어갔다고 해도 집안이 깨끗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삼대가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해. 만약 지강산이 너랑 결혼하면 항공우주연구원에 더는 못 있어.”“거기서 계속 일하면서 너랑 결혼하려면 너의 아빠의 전과 기록부터 지워야 해... 이건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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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허서령이 레스토랑을 나와 마트로 향했다.기분이 처진 채로 쇼핑카트를 밀며 필요한 생필품을 고르기 시작했다.마트가 아주 넓었지만 사람이 많지 않았다.냉동식품 코너를 지나면서 냉장고 문을 열고 호빵 한 봉지를 집었다가 몇 초 망설인 끝에 다시 넣었다.지강산과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이런 간편식을 먹은 적이 없었다.문득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스며들었다.지강산이 그녀에게 보여주는 친절이 오히려 두려웠다. 또다시 빠져들까 봐.진성호의 말이 그녀를 상기시켜줬다. 그때 헤어진 이유가 결국 그의 앞날을 망칠까 봐 두려워서였던 게 아닌가?넋이 나간 상태로 쇼핑카트를 밀던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심인혜였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귀에 댄 뒤 걸으면서 통화했다.“인혜야, 굿모닝.”밝고 해맑은 심인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령아, 지강산이랑 같이 사는 거 괜찮아?”“뭐 그럭저럭.”“불편한 점은 없어?”“있지만 감수해야지.”“집에 남자가 있으니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지강산이 사람은 괜찮잖아. 이상한 짓은 안 할 거야.”“응.”“처음 만났을 때 강제로 키스하니까 네가 지강산의 입술을 깨물었잖아. 지금도 널 좋아해?”“아니. 쓸데없는 추측 좀 하지 마.”“아닌 거면 다행이고. 설령 마음이 있어도 변호사한테 그런 짓은 못하지.”지강산의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허서령이 화제를 돌렸다.“시욱 씨랑 신혼 생활은 어때? 적응할만해?”심인혜가 투덜거렸다.“적응? 아니. 사소한 거로도 싸우고 큰 거로도 싸워. 살면서 이렇게 사소한 일이 많았나 싶다니까? 진짜 짜증 나.”“두 사람 안 지 한 달도 안 돼서 결혼했잖아.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지.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그 사람 얘기 그만해. 재수 없어.”심인혜가 갑자기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아 맞다. 윤성이 돌아왔어.”허서령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뿌리라도 내린 것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오랜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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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허서령이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향했다.아파트 단지 인도에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햇살이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내려앉아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웠다.산들바람이 불어와 허서령의 앞머리를 스쳤다. 시원한 기운이 살짝 느껴졌다.“서령아.”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화들짝 놀란 허서령이 발걸음을 멈추고 급히 몸을 돌렸다.상대의 얼굴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짙은 향수 냄새가 배어 있는 몸이 그녀에게 달려와 와락 안겼다.“서프라이즈.”남자가 그녀를 꽉 껴안으면서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허서령에게는 서프라이즈가 아니라 경악이었다.허서령이 조심스레 윤성을 밀어내자 윤성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자기야, 보고 싶었어.”허서령이 씁쓸하게 웃으며 물었다.“언제 돌아왔어?”“어제. 먼저 인혜 보러 갔어. 네가 이사하고 연락처도 바꿨잖아. 인혜한테서 주소 알아내고 오늘 바로 달려왔어.”“이번엔 얼마나 있어?”“이젠 어디도 안 가.”윤성이 허서령의 어깨를 감쌌다.“가자. 집 구경 좀 시켜줘.”허서령이 바닥에 뿌리라도 내린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집에 가지 말고 인혜도 불러서 다른 데 가자.”“지강산이 울심으로 일하러 왔지? 둘이 같이 살고 있고.”윤성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 가득한 미소를 띠었다.“혹시 다시 만나?”“아니.”그녀가 고개를 저었다.“그럼 다행이고. 네가 버렸으니까 이젠 내 차례야.”윤성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앞으로 걸어가자 허서령이 다시 그를 밀어내며 화를 냈다.“윤성아, 너 남자친구 많잖아. 강산 씨한테 대한 그 마음 이만 접으면 안 돼?”윤성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서령아, 너 내 가장 친한 친구 맞아? 내가 지강산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 내 첫사랑이라고. 안타깝게도 네가 먼저 만나고 또 내 친한 친구라서 빼앗지 않았던 거야. 이제 헤어졌는데 왜 또 반대하는 건데?”허서령은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그 사람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아.”윤성이 웃으며 말했다.“그런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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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집에 데려가서 지강산을 만나게 해줘.”“안 돼.”“제발 부탁이야. 잠깐만이라도...”“나 진짜 화낸다?”“상관없어. 오늘 꼭 봐야겠거든.”허서령이 윤성을 밀어냈지만 윤성이 또다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렇게 밀고 당기다가 집 밑에 도착한 그때 두 사람이 동시에 멈칫했다.지강산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윤성을 보자마자 한 사람은 눈빛이 싸늘해졌고 한 사람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낀 허서령이 불안해하며 그들을 번갈아 봤다.삼자대면에 허서령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성호보다 윤성과 지강산이 만나는 게 더 두려웠다.시간이 흐를수록 공기가 점점 차가워졌고 압박감도 심해졌다.지강산이 허서령에게 천천히 다가가 쓰레기를 건넸다.“서령아, 이거 좀 버려줄래?”허서령이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그가 건넨 쓰레기를 받았다.“강산 씨, 뭐 어쩌려는 건 아니죠?”“걱정하지 마.”옅은 미소를 짓는 걸 보면 충동적인 행동을 할 것 같진 않았다.허서령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분리수거장으로 향했다. 가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돌아봤다.그녀가 멀어지자 지강산이 윤성에게 다가갔다. 윤성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오랜만이에요, 강산 씨.”지강산이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윤성이 잔디밭 위로 나뒹굴었다.“쓰읍.”고통이 밀려온 윤성이 숨을 들이켰다.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손을 들어 볼을 어루만졌다. 매일 수십만 원을 들여 관리하는 얼굴이 아까워 죽을 지경이었다.‘아파 죽겠네.’다행히 지강산이 코는 때리지 않았다. 안 그러면 또다시 수술해야 했을 것이다.지강산이 다가가 윤성의 멱살을 움켜쥐고 일으켜 세웠다.윤성의 두 눈에 분노라곤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나한테서 서령이를 빼앗아갔으면 잘해줬어야지. 왜 버렸어?”그의 두 눈에 핏발이 서 있었고 분노가 끓어오른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대체 서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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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극도로 짜증이 치밀어 오른 지강산이 미간을 찌푸렸다.“남자가 여자처럼 질질 짜기나 하고.”“나 억울하고 힘들다고요. 내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여자 때문에 날 버렸는데 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지강산이 다시 윤성의 멱살을 움켜쥐고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정말 서령이를 사랑하지 않아요?”윤성이 단호하게 말하며 세 손가락을 들어 맹세했다.“맹세하는데 내가 서령이를 20년 넘게 알았지만 한 번도 이성적으로 사랑한 적이 없었어요.”“그럼 서령이한테서 멀리 떨어져요.”“알았어요. 그런데 강산 씨랑은 절교할 수 없어요. 우정을 회복하고 그때처럼 친하게 지내요.”지강산의 눈빛이 깊고 어두워졌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윤성이 고개를 들었다. 마음을 독하게 먹었는지 협박하는 말투로 말했다.“날 받아주지 않으면 서령이랑 만날 거예요. 어차피 내가 사랑하지 않아도 걔는 나한테 일편단심이라 바로 받아줄걸요?”지강산이 그의 멱살을 점점 꽉 잡았다. 하도 세게 잡아서 손가락 마디가 다 하얘졌고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왔다.두 눈에 원한이 가득했는데 사실 허서령에 대한 원한이 더 컸다.아무리 화를 내도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이성을 유지하며 윤성의 멱살을 놓았다. 1층으로 들어가자 윤성이 끈질기게 뒤를 쫓았다.허서령이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와 바닥에 놓인 장바구니를 집어 들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멀리서 윤성이 지강산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본 순간 허서령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남자를 빼앗는 데는 윤성이 선수였다.그녀와 심인혜는 그의 성 정체성을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하기로 맹세했었다.윤성이 지강산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빨리 설득하고 지강산과 집으로 들어갈 줄은 몰랐다.허서령이 심란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엘리베이터 앞.윤성이 엘리베이터까지 쫓아와 서서히 닫히는 문을 보며 불쑥 말했다.“강산 씨, 내가 허서령에 대한 진실을 하나 알려줄게요.”지강산이 즉시 문 열림 버튼을 눌렀다. 막 닫혔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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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진실이라는 단어가 지강산에게 아주 유혹적이었다. 결국 윤성을 집으로 들였다.윤성이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깔끔하고 따뜻했으며 공간도 넓었다. 그의 마음 한구석이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지강산이 벽에 기대어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그다지 반기지 않는 시선으로 윤성을 쳐다봤다.한 바퀴 둘러본 윤성이 소파에 앉았다.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던 그때 지강산이 말렸다.“서령이 담배 냄새 싫어해요. 여기서 피우면 안 돼요.”윤성이 잠시 멈칫하다가 불쾌한 미소를 살짝 지었다. 담배를 다시 넣고 느릿느릿 일어나 베란다로 걸어갔다.지강산이 뒤따랐다.두 사람은 베란다로 나와 유리문을 닫고 난간 앞에 나란히 섰다. 아파트 단지의 나무와 꽃들이 눈앞에 펼쳐졌다.윤성이 한숨을 내쉬었다.“서령이는 애가 왜 이리 모자라는지. 자기를 사랑하는 남자를 옆에 두고 소중히 여길 줄도 모르고 허영심 때문에 날 따라오겠다고 하다니. 예전에 나도 서령이한테 말했었어요. 우리 아빠가 번 돈이 내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그런데 듣질 않더라고요. 어찌나 달라붙는지...”지강산이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헛소리할 거면 이만 나가요.”윤성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난간을 등지고 지강산과 반대 방향으로 서서 그의 잘생긴 옆모습을 쳐다봤다.“5년 전에 서령이가 날 유혹했던 건 사실이지만 우리 사이에 성관계는 없었어요.”지강산이 난간을 꽉 쥐었다.윤성이 아랑곳하지 않고 엄숙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허서령이 강산 씨를 배신했다는 건 강산 씨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난 강산 씨를 배신할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나랑 서령이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죽마고우예요. 나한테는 그냥 친여동생 같은 애거든요. 친여동생한테 손을 댈 수 있겠어요?”지강산의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간을 잡은 손이 점점 하얘졌다.윤성이 계속 말했다.“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어요. 강산 씨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 난 친구의 여자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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