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영은 담담히 웃고 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둘째 오빠, 사람들이 그러잖아. 헤어진 연인이 친구로 지낼 수 있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내려놓은 거라고. 내려놓지 못한 사람만 친구가 될 수 없고, 한 번 더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지강산은 천천히 그녀에게 걸어와 앞에 섰다. 입가에는 옅고 차가운 웃음이 걸렸다.“그래서,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니까 너는 기쁘니?”지은영은 굳어 버렸다. 고개를 들어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다가, 그 눈가가 희미하게 붉어진 것을 보고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며 죄책감에 침을 삼켰다.지강산은 여전히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목소리에는 온몸의 힘을 다해 한숨을 붙잡고 있는 사람처럼 희미한 죽음 같은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는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둘째 오빠가 너한테 잘못했어? 아니면 오빠가 어디 너한테 미안한 짓을 했니? 말해. 오빠가 고칠게. 정말 고칠게. 하지만 부탁이야, 더는 그 여자를 내 앞에 데려오지 마.”지은영의 심장은 쥐어짜이듯 아팠다. 이렇게 평온한 둘째 오빠가 이렇게까지 비참한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눈물이 눈가에 맴돌았다.“둘째 오빠, 나...”지강산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붉어진 눈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은영아,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둘째 오빠를 괴롭혀. 하지만 서령이만은 안 돼. 알겠지?”지강산이 평온하고 담담하게 말할수록 지은영은 마음이 더 아팠다. 칼날은 분명 둘째 오빠의 마음을 베고 있는데, 그녀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아팠다. 투명한 눈물이 눈가에 반짝였고, 그녀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미안해. 둘째 오빠.”“그리고 아까 하다 만 말, 지금마저 해.”“무슨 말?”지은영은 시큰한 코를 훌쩍였다.“네 그 전과 있는 친구가 누구야? 왜 내 직업을 빗대서 말했어?”지은영은 살짝 멈칫하다가 망설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문득 허서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결말을 바꿀 수 없다면,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오빠를 더 슬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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