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의 텅 빈 옥탑방. 찢어진 영수증 조각이 맞춰진 순간, 그 좁은 공간의 공기는 얼어붙을 듯 차가워졌다."나유준. 설명해 봐.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물류센터 상하차 알바를 했다는 놈이, 왜 해성 호텔 VVIP 라운지에서 550만 원을 긁었는지. 그리고 그 영수증이 왜 윤의경의 방 장판 밑에서 나오는지."이태준의 서늘한 추궁에 나유준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변명거리를 찾기 위해 굴리던 그의 뇌 회로가 완전히 정지해 버렸다. 유준은 침을 꿀꺽 삼키며 강태와 이수를 번갈아 보았다. 두 형 역시 배신감과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였다."형들… 하아, 진짜. 이거 말하면 나 이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데." 유준이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더니, 결국 자포자기한 듯 두 손을 들었다."사실 저… 취준생 아닙니다. 건물 관리인도 아니고요. 이 셰어하우스, 제 명의로 된 제 집 맞아요. 그리고 저… 해성그룹 막내손자입니다."1초, 2초, 3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건 이수였다."푸하하하! 야, 나유준! 네가 재벌 3세면, 나는 피카소 환생이다! 어디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진짜예요! 못 믿겠으면 제 지갑에 있는 해성그룹 임원용 블랙카드 보여드려요?!"유준이 억울하다는 듯 지갑을 꺼내려 하자, 태준이 매섭게 손목을 낚아챘다. "네 신분은 나중에 따지고! 지금 중요한 건 윤의경이야! 윤의경이랑 무슨 관계길래 네 영수증을 그 여자가 가지고 있냐고. 설마 네가…!""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 전 그날 그분 얼굴도 제대로 못 봤어요!" 유준이 펄쩍 뛰며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의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1년 전, 크리스마스이브. 해성 호텔]그날, 유준은 할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VVIP 라운지에서 열린 재계 고위층 자제들의 프라이빗 파티 겸 맞선 자리에 끌려갔다. 숨 막히는 가식과 정략결혼의 압박을 견디다 못한 유준은, 코스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카드를 던져 결제만 해두고 비상구를 통해 몰래 도망쳤다."비상계단을 막 뛰어 내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4-22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