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관장님! 김밥 옆구리가 지금 다 터졌잖아! 내 피 같은 마장동 한우 투뿔이 바닥에 다 쏟아졌다고!"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연희동 셰어하우스 주방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é) 가디건을 산뜻하게 차려입은 나유준이 도마 위를 가리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시, 시끄러워! 내 손바닥이 너무 커서 김이 압력을 못 버티고 찢어지는 걸 어떡해!" MLB 코리아 볼캡을 거꾸로 쓴 최강태가 산만 한 덩치를 웅크린 채, 터져버린 김밥 사이로 삐져나온 밥알을 주워 먹으며 변명했다.그 옆에서는 서이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시금치, 당근, 단무지를 팔레트의 물감처럼 늘어놓고 있었다. "김밥은 미각 이전에 시각 예술이야. 이 완벽한 보색 대비를 보라고. 밥알은 거들 뿐, 색감의 그라데이션이….""닥치고 그냥 말아, 이수야. 밥이 다 말라붙잖아." 이태준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자(Ruler)를 대고 정확히 1.5cm 간격으로 김밥을 썰며 차갑게 일갈했다. 평소의 쓰리피스 수트 대신, 핏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네이비 셔츠 차림이었다.그때, 새하얀 봄 원피스를 입은 윤의경이 여름이의 손을 잡고 안방에서 걸어 나왔다. 여름이는 노란색 멜빵바지를 입고 머리에는 귀여운 병아리 핀을 꽂은 채, 뒤뚱뒤뚱 걸어오며 "맘마!" 하고 외쳤다."어휴, 아빠들이 주방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었네." 의경이 까르륵 웃으며 도마 앞으로 다가왔다. 터진 김밥, 예술을 빙자한 야채 더미, 그리고 강박적으로 썰린 김밥까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담긴 엉망진창 식탁이었지만, 의경의 눈에는 그 어떤 최고급 레스토랑의 만찬보다 따뜻해 보였다."제가 쌀게요. 다들 여름이 신발이나 신겨주세요." 의경이 능숙하게 참기름을 바르고 남은 재료들로 순식간에 예쁘고 단단한 김밥을 말아내자, 네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기립 박수를 쳤다."역시 우리 의경 씨! 완벽해!" 평화롭고도 찬란한, 그들의 첫 번째 어린이날 소풍이 시작되고 있었다.오후 1시, 한강 시민 공원. 티 없이
최신 업데이트 : 2026-05-1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