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52 챕터

제31화: 낙하산 출근길과 네 명의 극성 보디가드

월요일 아침 7시.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흡사 국가 중요 작전을 앞둔 벙커와도 같은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오늘이 바로 윤의경이 해성 백화점 본점 기획팀으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자, 다들 장비 점검해."이태준이 거실 테이블에 커다란 화이트보드를 세우며 지시했다. 그 앞에는 평소 입던 낡은 티셔츠 대신, 이수가 심혈을 기울여 골라준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룩'의 완벽한 블랙 수트를 차려입은 윤의경이 바짝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의경 씨. 해성그룹 본사 기획팀은 사내 정치의 최전방이자 텃세가 가장 심한 곳입니다. 명문대 출신 엘리트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나 회장님 직속 '낙하산'으로 꽂혔으니 뒤에서 온갖 말이 나올 게 뻔합니다. 명심하세요. 첫인상에서 밀리면 끝입니다."태준이 소형 녹음기 하나를 의경의 재킷 안주머니에 찔러 넣어주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제76조의 2. 누군가 의경 씨의 학력이나 출신을 들먹이며 모욕적인 발언을 한다? 즉시 녹음기 켜세요. 노동청 고발부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제가 완벽하게 인실좆(인생의 실전을 보여주는 것)을 시켜드리겠습니다.""변, 변호사님… 저 그냥 열심히 배우면서 조용히 다닐 건데…." 의경이 덜덜 떨며 대답하자, 이번엔 최강태가 나서서 의경의 양어깨를 꽉 쥐었다."의경 씨. 말로 안 통하는 진상 상사도 분명 있을 겁니다. 자, 내 팔을 잡고 엎어치기 자세 한 번만 더 복습해 봅시다!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중심을 무너뜨린 다음 명치를 향해 팔꿈치를…!""관장님! 첫 출근 날 상사를 엎어치기 하면 쇠고랑 차요!" 이수가 기겁하며 강태를 말렸다.이수는 자신의 화장대에서 가져온 새빨간 립스틱을 꺼내 의경의 입술에 정성껏 덧발라 주었다. "의경 씨, 잊지 마요. 예술적이고 기가 센 아우라! 탕비실에서 누가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 이 빨간 입술로 씩 웃으면서 '저는 커피를 타면 사약 맛이 나서요' 하고 거절하는 겁니다!""아니… 다들 저를 무슨 전쟁터에 내보내요?" 의경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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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아빠들의 분리불안과 VVIP 어린이집 입성

"다들 주목! 오늘부터 우리 셰어하우스는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아침 8시, 윤의경이 해성 백화점으로 출근한 직후.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 화이트보드 앞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태준이 보드마카를 들고 섰고, 그 앞에는 최강태, 서이수, 나유준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윤의경 씨가 성공적으로 복직했다. 하지만 우리도 더 이상 백수나 프리랜서처럼 살 순 없어. 강태 넌 오전부터 체육관 주부반 수업 뛰어야 하고, 이수는 다음 달 갤러리 개인전 마감이지. 나유준, 너도 오늘부터 해성그룹 본사 기획조정실로 출근이고."태준이 자신의 수트 깃을 탁탁 털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오늘부로 '이태준 법률사무소'를 정식 개업하고 서초동으로 출근한다.""와, 형 드디어 개업이야? 축하해!" 이수가 박수를 쳤지만, 태준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축하가 문제가 아니야. 우리 넷 다 집을 비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이 마의 7시간 동안 우리 여름이는 누가 보지?"순간 거실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방금 전까지 혼자 뽀로로 매트 위를 뽈뽈거리며 걸어 다니던 여름이가, 꺄르륵 웃으며 태준의 수트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았다. 네 남자의 심장이 동시에 쿵 내려앉았다."아, 안 돼…! 내가 체육관을 접을게! 우리 딸을 어떻게 남의 손에 맡겨!" 강태가 머리를 쥐어뜯었다. "제가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려서 사내 어린이집을 이 셰어하우스로 옮겨버릴까요?!" 유준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며 흥분했다."진정해. 다행히 대비책은 마련해 뒀으니까." 태준이 화이트보드를 휙 뒤집었다. 그곳에는 화려한 금박 로고가 박힌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해성 로열 키즈 아카데미 - 최상위 VVIP를 위한 프리미엄 영유아 보육 시설]"해성그룹 재단에서 운영하는 한남동 최고급 어린이집이다. 대기 번호만 3년을 기다려야 한다지만, 여름이의 '다섯 번째 아빠(나 회장)' 백으로 어제저녁에 프리패스로 입소 허가를 받아냈지. 오늘이 바로 대망의 첫 등원 날이다."태준의 브리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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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1cm의 핏자국, 그리고 피의 학부모 면담

오후 3시 50분. 대한민국 경제와 법조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평일 오후, 각자의 전쟁터에서 맹활약하던 네 남자의 스마트폰 알람이 동시에 울렸다.[여름이 하원까지 D-10분!]"김 변호사, 이 사건 검토 의견서 내일 아침까지 내 책상 위에 올려놔. 난 퇴근한다." (서초동 이태준 법률사무소) "관원 여러분! 오늘 복근 운동은 각자 100개씩 하고 자율 하원 하십쇼! 관장님은 이만!" (연희동 주짓수 체육관) "본부장님, 방금 말씀하신 그 합병 건은… 내일 다시 얘기하죠! 저 지금 엄청 급한 VIP 미팅이 있어서!" (해성그룹 기획조정실)서울 각지에서 튀어 나간 네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정확히 오후 4시 정각에 한남동 해성 로열 키즈 아카데미 현관문 앞에 집결했다."다들 안 늦었지? 우리 딸내미가 아빠들 안 온다고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강태가 숨을 헐떡이며 앞장섰다.원장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보육실. 여름이는 아침의 쿨했던 모습 그대로, 한 손에는 삑삑이 망치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옆자리 남자아이의 간식(떡뻥)을 호시탐탐 노리며 아주 훌륭하게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여름아! 아빠들 왔다!" 유준이 두 팔을 벌리며 달려가자, 여름이가 빙긋 웃으며 쪼르르 기어 와 유준의 품에 쏙 안겼다."아이고, 내 새끼! 오늘 친구들이랑 잘 놀았… 어?"유준이 여름이의 뺨에 뽀뽀를 퍼부으려던 찰나, 매의 눈을 가진 전직 국가대표 최강태가 흠칫 놀라며 여름이의 얼굴을 낚아챘다."잠깐. 가만있어 봐. 이거 뭐야?!"강태의 호통에 태준과 이수도 사색이 되어 달려들었다. 여름이의 통통하고 하얀 왼쪽 뺨. 그 한가운데에, 마치 예리한 맹수의 발톱에 긁힌 듯한 약 1cm가량의 붉은 생채기가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피… 피 났어! 우리 애기 얼굴에 피가 났다고!!" 이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태준의 안경 너머로 지옥의 불길이 타올랐다. 그는 즉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해성 의료원 피부과 최고 권위자 당장 수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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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첫 번째 어린이날, 그리고 깨진 평화

4월 27일, 밤 11시 30분. 연희동 셰어하우스의 거실 불이 모두 꺼진 가운데, 주방 식탁 위로 펜던트 조명 하나만이 은밀하게 켜져 있었다.안방에서 윤의경과 여름이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한 네 남자가, 마치 국가 기밀 회의를 하듯 심각한 표정으로 식탁에 둘러앉았다."다들 모였지. 안건은 이미 공지한 대로다." 상석에 앉은 이태준이 미간을 짚으며 낮게 속삭였다."다음 주면 5월 5일. 우리 여름이가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이후 맞이하는 '생애 첫 어린이날'이다. 의경 씨도 백화점 기획팀에 무사히 복직해서 안정됐으니, 이번 어린이날은 그동안 고생한 모녀를 위해 완벽하고 압도적인 이벤트를 열어줘야 해.""맞아!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한테 절대 기죽으면 안 돼!" 최강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래서 각자 준비한 기획안을 브리핑해 보자. 나유준부터." 태준의 말에, 해성그룹 기획조정실 본부장으로 완벽 적응한 나유준이 태블릿 PC를 탁 켜며 자신만만하게 일어섰다."저희 해성 테마파크 쪽에 지시해서, 5월 5일 하루 동안 놀이공원 전체를 전세 대관하는 안을 기획했습니다. 퍼레이드 카 메인 좌석에 여름이랑 의경 씨를 태우고, 하늘에선 드론 500대로 여름이 얼굴을 띄우는 거죠. 팝콘과 솜사탕은 무제한 공짜입니다!""탈락. 기각한다." 태준이 단칼에 잘랐다. "아, 왜요 형!! 자본주의의 끝판왕이잖아요!""여름이 키 74cm다. 놀이공원 가봤자 회전목마 마차 칸 말고는 탈 수 있는 놀이기구 단 하나도 없어. 드론 소리에 애 경기나 안 일으키면 다행이지." 팩트 폭격에 유준이 꿍얼거리며 자리에 앉았다."다음, 관장님." 강태가 헛기침을 하며 커다란 설계도 하나를 식탁 위에 펼쳤다."나는 우리 집 마당을 활용해 봤어. 이름하여 '익스트림 정글짐 챌린지'! 마당 전체에 스펀지 풀장을 깔고, 높이 3미터짜리 클라이밍 월이랑 짚라인을 설치하는 거지! 우리 딸 코어 근육 발달에 이만한 게 없어!""형. 우리 여름이 이제 막 걷기 시작했어. 특수부대 훈련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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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악마의 귀환, 그리고 박살 난 방어선

"……찾았다, 내 딸."TV 화면 속 백도훈의 입모양이 무음으로 거실을 맴돌았다. 그 짧고 소름 끼치는 찰나, 연희동 셰어하우스의 주방은 완벽한 진공 상태처럼 얼어붙었다."아… 아아…."의경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다리에서 힘이 풀리며 주저앉으려는 것을, 가장 가까이 있던 강태가 번개처럼 다가와 그녀와 여름이를 동시에 부축했다."의경 씨! 정신 차려! 화면 보지 마!!" 강태가 자신의 넓은 등판으로 의경의 시야를 완벽하게 가리며 소리쳤다.유준은 패닉에 빠져 자신의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풀려나? 9시 뉴스에 장부 원본이 다 까발려졌는데, 어떻게 일주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냐고!!""닥치고 당장 TV 꺼, 나유준."얼음장처럼 차가운 이태준의 목소리가 거실을 갈랐다. 그는 당황하는 대신, 미간을 좁힌 채 무서운 속도로 머릿속의 체스판을 다시 짜맞추고 있었다. 아버지 백명환 대표가 꼬리 자르기를 시전할 것은 예상했지만, 검찰 수뇌부까지 완벽하게 주물러 단 일주일 만에 아들을 빼낸 건 태준의 예상을 뛰어넘는 권력의 폭주였다.태준이 떨고 있는 의경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었다. "의경 씨. 내 눈 똑바로 봐요.""변호사님… 그 악마가… 그 사람이 우리 여름이를…." "못 뺏어갑니다. 내가, 아니 우리가 살아있는 한 그 자식은 이 집 문턱도 못 밟아."태준의 단호한 눈빛과 목소리에 의경의 떨림이 아주 조금 잦아들었다."이수야. 당장 마당으로 나가서 '블랙' 경호팀장한테 연희동 반경 1km 내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얼씬 못 하게 철통 보안 치라고 해. 관장님, 내일 체육관 휴관 때리고 의경 씨랑 여름이 옆에 1초도 떨어지지 말고 붙어있어."일사불란한 태준의 지시에 세 남자가 즉각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진짜 진흙탕 싸움이.다음 날 아침 8시, 서초동 이태준 법률사무소.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태준이 넥타이를 거칠게 조여 매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책상 위에는 밤새 그가 긁어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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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1대 20의 혈투, 그리고 어미의 각성

연희동 14-2번지 셰어하우스. 거실을 맴돌던 팽팽한 긴장감은 어느새 숨 막히는 공포로 변해가고 있었다."…형 전화기가 꺼져 있어. 유준이도 안 받고. 해성그룹 본사에 전화해 봤는데, 도련님은 오늘 연차 내고 잠적했다는 헛소리만 해대."창밖을 주시하던 최강태의 굵은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골목 어귀를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어야 할 해성그룹 '블랙' 경호원들이, 불과 1시간 전부터 감쪽같이 증발해 버렸다. 유준의 권한이 완전히 정지되고, 큰아버지의 사병(私兵)들로 교체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들은 아직 알지 못했다."관장님… 우리 어떡해요? 이거 분명히 대건 로펌 짓이잖아요." 서이수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거실 코너에 웅크려 앉은 윤의경과 여름이를 막아섰다.강태가 자신의 굵은 손마디를 우두둑 꺾으며 돌아섰다. "이수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의경 씨랑 여름이 안고 안방에 들어가서 문 잠가. 경찰은 부르지 마. 이미 대건 놈들이 관할 서장까지 다 매수해 놨을 거다.""하, 하지만 관장님 혼자서는…!""잔말 말고 들어가!! 애 울음소리 밖으로 안 새어 나오게 입틀막 하고 있어!"강태가 처음으로 이수에게 벼락같이 화를 냈다. 이수가 흠칫 놀라며 의경과 여름이를 이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철컥, 하고 굳게 문이 잠기는 소리를 확인한 강태는, 마당으로 나가는 낡은 미닫이문을 열어젖혔다.끼기기긱- 쾅!!그 순간, 연희동 셰어하우스의 철대문이 무언가에 의해 박살 나며 맥없이 뜯겨 나갔다."하하하! 남의 집 대문이 참 부실하네."뽀얗게 이는 먼지를 뚫고, 맞춤 수트 위로 고급 트렌치코트를 걸친 남자가 여유롭게 걸어 들어왔다. 그의 뒤로는 쇠파이프와 야구 빠따로 무장한 스무 명 남짓의 시커먼 사내들이 마당을 꽉 채우며 도열했다.어젯밤 뉴스 속보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그 악마, 백도훈이었다."아, 네가 그 전직 유도 국가대표? 덩치 한 번 살벌하네." 백도훈이 구두 끝으로 마당에 깔린 스펀지 매트를 툭툭 차며 비아냥거렸다."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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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역린을 건드린 대가, 그리고 진격의 호랑이

"으, 으윽…! 야, 너 미쳤어?! 칼 안 치워?!"서늘한 식칼의 감촉과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피. 평생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혀보기만 했던 백도훈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짐승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찌, 찌르지도 못할 거면서 쇼하지 마! 너 살인범 되면 네 딸년은 평생 고아원…!"주르륵.의경이 대답 대신 칼끝을 1mm 더 깊게 눌렀다. 백도훈의 턱관절이 공포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의경의 텅 빈, 그러나 맹렬하게 불타오르는 눈동자 속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 여자는 진짜다. 내 목숨과 제 목숨을 기꺼이 맞바꿀 각오가 되어 있는 진짜 미친 어미였다."칼 내려놓고 다 뒤로 가!! 뒤로 가라고, 이 병신들아!!" 결국 백도훈이 깡패들을 향해 악을 썼다. 육중한 파이프를 들고 웅성거리던 스무 명의 사내들이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피투성이가 된 강태가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하아… 하아… 의경 씨…."그 팽팽하고 피 말리는 대치의 순간이었다.두두두두두-!!! 끼기기기긱- 쾅!!!연희동 주택가의 좁은 골목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백도훈이 타고 왔던 수입차들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마당으로 쏟아지는 눈부신 헤드라이트 불빛. 그리고 열 대가 넘는 검은색 벤츠 마이바흐와 무장 SUV들이 골목을 완전히 포위하며 멈춰 섰다.차 문이 일제히 열리고, 방검복에 삼단봉으로 무장한 정예 요원 수십 명이 쏟아져 나와 순식간에 마당을 에워쌌다."이, 이게 무슨…!" 백도훈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켰다."그 더러운 주둥이 함부로 놀리지 마라, 백도훈."익숙하고도 서늘한 분노가 담긴 목소리. 요원들이 양쪽으로 갈라선 길 한가운데로, 찢어진 와이셔츠에 입술이 터진 나유준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큰아버지의 별장에 갇혀 있던 그가, 1층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여 본가로 달려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그리고 유준의 곁에는, 호두나무 지팡이를 바닥에 짚으며 걸어 들어오는 거대한 노인이 있었다. 해성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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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무너진 거탑, 그리고 가장 따뜻한 귀환

"관장님… 흐윽, 저 때문에…."피투성이가 된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 해성 의료원에서 긴급 파견된 VVIP 전담 의료팀이 최강태의 찢어진 이마를 꿰매고 부러진 갈비뼈를 응급처치하고 있었다. 윤의경은 강태의 곁에 무릎을 꿇은 채 쉴 새 없이 눈물을 쏟아냈다."아이고, 우리 의경 씨. 나 진짜 하나도 안 아프다니까? 나 올림픽 결승전 때는 인대 끊어지고도 금메달 딴 사람이야." 강태가 피딱지가 앉은 얼굴로 빙구같이 웃으며 허세를 부렸다.하지만 의경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 현관문을 막아서던 강태의 넓은 등,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여름이를 껴안고 있던 이수, 피가 터진 입술로 달려온 유준까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자신과 아이를 위해 목숨을 던졌다.여름이가 아장아장 걸어오더니, 자신의 볼에 붙어있던 '뽀로로 밴드'를 떼어 강태의 멍든 뺨 위에 꾹 눌러 붙여주었다."꺄아- 호오!"자신이 다쳤을 때 아빠들이 해주던 것처럼, 작은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고 입김을 불어주는 여름이의 모습에 거실에 있던 모두의 입가에 뭉클한 미소가 번졌다.소파에 앉아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나 회장이 헛기침을 하며 일어섰다. "유준아. 내일부터 당분간 '블랙' 정예 요원 50명을 이 집 주변에 24시간 상주시켜라. 파손된 대문과 마당은 내일 아침 해성건설에서 최고급 보안 시설로 다시 공사할 거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유준이 고개를 숙였다.나 회장이 의경에게 다가와, 거칠지만 따뜻한 손길로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독한 기집애. 네미시스 같은 어미의 눈빛이더구나. 오늘 네가 보여준 깡다구면, 우리 증손녀는 평생 걱정 없겠다. 애비가 넷이나 있는데도 다치게 놔둬서 미안하다."천하의 나 회장이 건넨 진심 어린 사과에, 의경은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거대한 폭풍이 지나간 연희동의 밤은,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짐승들처럼 끈끈하고 따뜻하게 깊어가고 있었다.같은 시각, 서초동 대건 로펌 펜트하우스 집무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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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터져버린 김밥, 그리고 시작된 플러팅 전쟁

"아니, 관장님! 김밥 옆구리가 지금 다 터졌잖아! 내 피 같은 마장동 한우 투뿔이 바닥에 다 쏟아졌다고!"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연희동 셰어하우스 주방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é) 가디건을 산뜻하게 차려입은 나유준이 도마 위를 가리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시, 시끄러워! 내 손바닥이 너무 커서 김이 압력을 못 버티고 찢어지는 걸 어떡해!" MLB 코리아 볼캡을 거꾸로 쓴 최강태가 산만 한 덩치를 웅크린 채, 터져버린 김밥 사이로 삐져나온 밥알을 주워 먹으며 변명했다.그 옆에서는 서이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시금치, 당근, 단무지를 팔레트의 물감처럼 늘어놓고 있었다. "김밥은 미각 이전에 시각 예술이야. 이 완벽한 보색 대비를 보라고. 밥알은 거들 뿐, 색감의 그라데이션이….""닥치고 그냥 말아, 이수야. 밥이 다 말라붙잖아." 이태준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자(Ruler)를 대고 정확히 1.5cm 간격으로 김밥을 썰며 차갑게 일갈했다. 평소의 쓰리피스 수트 대신, 핏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네이비 셔츠 차림이었다.그때, 새하얀 봄 원피스를 입은 윤의경이 여름이의 손을 잡고 안방에서 걸어 나왔다. 여름이는 노란색 멜빵바지를 입고 머리에는 귀여운 병아리 핀을 꽂은 채, 뒤뚱뒤뚱 걸어오며 "맘마!" 하고 외쳤다."어휴, 아빠들이 주방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었네." 의경이 까르륵 웃으며 도마 앞으로 다가왔다. 터진 김밥, 예술을 빙자한 야채 더미, 그리고 강박적으로 썰린 김밥까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담긴 엉망진창 식탁이었지만, 의경의 눈에는 그 어떤 최고급 레스토랑의 만찬보다 따뜻해 보였다."제가 쌀게요. 다들 여름이 신발이나 신겨주세요." 의경이 능숙하게 참기름을 바르고 남은 재료들로 순식간에 예쁘고 단단한 김밥을 말아내자, 네 남자는 약속이나 한 듯 기립 박수를 쳤다."역시 우리 의경 씨! 완벽해!" 평화롭고도 찬란한, 그들의 첫 번째 어린이날 소풍이 시작되고 있었다.오후 1시, 한강 시민 공원. 티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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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잃을 게 없는 짐승, 그리고 달콤한 함정

"의경 씨! 이번 주말에 저랑 단둘이 미술관 갈래요? 해성 갤러리에서 이번에 아주 낭만적인 인상파 전시회를…!""미술관은 무슨! 햇빛 못 보면 우울증 와! 의경 씨, 나랑 북한산 등반합시다! 정상에서 먹는 김밥이 끝내주거든!"한강 소풍 이후, 연희동 셰어하우스의 아침은 눈에 띄게 소란스러워졌다. 서이수와 최강태가 앞다투어 윤의경의 주말 일정을 선점하려 옥신각신하고 있었다.싱크대에서 설거지하던 의경이 고무장갑을 낀 채 당황하며 웃었다. "저기… 저 이번 주말엔 밀린 기획안 검토해야 해서 집에서 쉴 건데요…?""그럼 제가 백화점 최고급 디저트 싹 다 사서 셰어하우스로 갈게요! 우리 거실에서 홈 파티해요!" 출근 준비를 마친 나유준까지 끼어들어 눈을 반짝였다.세 남자가 의경을 둘러싸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던 그때, 식탁에서 커피를 마시며 서류를 검토하던 이태준이 서늘한 목소리로 툭 내뱉었다."다들 꿈 깨. 이번 주말, 윤의경 씨 일정은 나랑 선약 되어 있으니까.""뭐?! 형! 언제 선약을 잡았는데?!" 유준이 펄쩍 뛰었다.태준이 안경을 쓱 밀어 올리며 의경을 바라보았다. "저번에 내가 말한 강남 역세권 5층짜리 꼬마빌딩. 어제부로 여름이 명의로 이전 등기 완료됐어. 이번 주말엔 의경 씨가 친권자 자격으로 나랑 같이 건물주 도장 찍으러 가야지. 끝나고 오마카세도 예약해 뒀고.""이… 이태준! 법과 자본주의를 이용해서 데이트를 가로채다니! 비겁하다!!" 세 남자가 분통을 터뜨렸지만, 태준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그들의 유치하고도 다정한 투정에, 의경은 못 말린다는 듯 활짝 웃음을 터뜨렸다. 햇살이 쏟아지는 셰어하우스는 이제 완벽한 봄날이었다.같은 시각, 경기도 외곽의 버려진 폐공장.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축축하고 어두운 공장 안으로, 해성그룹 로고가 박힌 최고급 세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들어와 멈췄다.운전석에서 내린 경호원이 뒷좌석 문을 열자, 해성그룹 나지연 상무의 부친이자 유준의 큰아버지가 코를 막으며 차에서 내렸다."냄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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