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Bab 1 - Bab 10

15 Bab

제1화: 완벽한 루틴을 깨부수는 불청객

강남 로펌에서 연희동 셰어하우스까지 정확히 45분. 이태준(32세, 변호사)은 대문 앞에 서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에 젖은 그의 손에 들린 각 잡힌 루이비통 서류가방이 평소보다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퇴근길이었다. 매사를 분 단위로 쪼개며 철저한 루틴대로 살아가는 그에게, 입주 한 달 차를 맞은 이 셰어하우스는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무법지대였다."하… 진짜 미치겠네."대문을 열고 들어선 태준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비틀즈와 머라이어 캐리의 희귀 빈티지 LP판들이 위태로운 탑처럼 쌓여 있었다. 비닐도 안 뜯은 채 비를 맞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서이수(30세, 설치 미술 작가)가 또 '레트로 오브제' 핑계를 대며 벌여놓은 짓거리가 분명했다.태준이 물웅덩이와 LP판들을 피해 조심스레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툭.*태준의 구두 끝에 묵직한 무언가가 채였다. 해외 직구로 시킨 택배 박스인가 싶어 짜증스럽게 내려다보던 그의 사고 회로가 순간 정지했다.그것은 쿠팡 프레시 박스도, 해외 배송된 물건도 아니었다. 눅눅해진 수건과 두툼한 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새근거리며 오물거리는… 분홍색 입술이었다."…어?""뭐야, 뭔데? 형, 또 해외 셀러들 상대로 상표권 소장 날릴 거 들고 왔어?"현관문이 열리며 헐렁한 추리닝 차림의 나유준(27세, 백수 코스프레 중)이 하품을 하며 걸어 나왔다. 그 뒤로 운동화를 대충 꺾어 신은 채 단백질 쉐이크를 흔들던 최강태(29세, 체육관 관장)와, 볼에 유화 물감을 잔뜩 묻힌 이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모여들었다.하지만 현관문에 굳은 듯 서 있는 태준을 밀치고 바닥의 박스를 확인한 세 사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미친… 이거 인형 아니지?"이수가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볼을 찔러보려 하자, 강태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이수의 멱살을 잡아끌었다."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애 놀란다.""아니, 그것보다 저기… 담요 틈에 쪽지 붙어있는데?"유준이 조심스럽게 집어 든 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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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기저귀는 어느 방향으로 채우는 건데?!

오전 5시 30분.이태준의 아침은 언제나 완벽한 통제 아래 시작되어야 했다.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눈을 뜨고, 세안 후 피부 수분 유지를 위해 정확히 3초 안에 달바(d'Alba) 미스트를 뿌리는 것. 그것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승률 99% 변호사 이태준의 철칙이었다.하지만 오늘, 그의 완벽한 아침은 알람 시계 대신 고막을 찌르는 앙칼진 사이렌 소리에 무참히 박살 났다.**"으아아아아앙-!!!"**"아악! 내 귀!"태준이 침대에서 튀어 오르며 방문을 열어젖혔다. 거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밤새 한숨도 못 잔 듯 눈 밑이 퀭한 강태가 산만한 덩치로 쩔쩔매며 아기 여름이를 안고 둥가둥가 스쿼트를 하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서이수가 아이를 달래보겠다며 자신의 보물 1호인 희귀 한정판 포켓몬 카드와 파니니 월드컵 트레이딩 카드를 부채처럼 쫙 펼쳐 들고 딸랑이 대신 흔들어대는 중이었다."자, 여름아! 까꿍! 이거 봐, 반짝이지? 홀로그램이야! 제발 울음 좀 그쳐줄래? 삼촌 피 말라죽겠다!""야, 서이수! 그 종이 쪼가리 치워! 애 얼굴에 긁히면 어쩌려고 그래!"태준의 호통에 이수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카드를 거두었다. 여름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진 아이를 보며 태준의 이성적인 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기저귀! 쌌는지 확인해 봐!""어, 어떻게 확인하는데?" 강태가 당황하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든가, 만져보든가! 난 몰라, 어제 입은 수트 드라이클리닝 맡겨야 해서 손 버리면 안 돼."그때, 부스스한 머리의 막내 유준이 하품을 쩍쩍 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양손에는 커다란 택배 박스 두 개가 들려 있었다."형들, 이거 봐요. 문 앞에 누가 택배를 잔뜩 놓고 갔는데요?"유준이 뻔뻔하게 연기를 하며 박스를 뜯었다. 그 안에는 최고급 유기농 분유부터 단계별 젖병, 그리고 해외에서나 구할 법한 부드러운 프리미엄 기저귀 세트가 가득 차 있었다. 태준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유준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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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분유값 벌려면 일은 해야 할 거 아냐!

아침 8시. 폭풍 같았던 '모닝 기저귀 사투'가 끝나고, 거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말끔하게 네이비 수트로 갈아입은 태준이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조여 매며 입을 열었다."자, 현실적인 문제를 얘기해 보자. 다들 오늘 일정 어떻게 되지? 나는 오전 10시에 중요한 이혼 소송 재판이 있어서 무조건 나가봐야 해."태준의 시선이 소파에 늘어져 있는 세 사람을 향했다."나도 오늘은 안 돼!"이수가 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앞치마를 벗어 던지며 손을 저었다. "다음 주 갤러리 전시 기획 미팅 있어서 큐레이터 만나야 한다고. 애 데리고 가면 내 예술적 영감이 다 달아난단 말이야."태준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며 마지막 희망인 막내 유준에게 향했다. 유준은 평소처럼 집에서 뒹굴거리는 백수(를 가장한 건물주)였으니까."유준아, 네가 오늘 하루만 더 봐라. 너 어차피 집에서 넷플릭스만 보잖아."그러자 유준이 억울하다는 듯 방에서 노트북을 껴안고 나왔다."형! 나도 요새 바쁘단 말이에요! 저 오늘까지 마감인 외주 번역 알바가 산더미란 말이에요! 이거 펑크 내면 이번 달 생활비 끝장이에요. 저번 달 밀린 방세도 내야 하는데!"태준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수백억 대 자산가인 유준이 형들을 속이기 위해 기획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불쌍한 취준생' 코스프레는 나날이 디테일해지고 있었다. (물론 태준은 유준이 진짜로 가난하고 짠한 동생인 줄 알았지만 말이다.)"하… 그럼 어떡해. 애 혼자 두고 나가?""그냥 112에 신고하자니까요." 유준이 짐짓 심각한 척 휴대폰을 들었다."안 돼."그때, 묵직한 바리톤 목소리가 거실을 울렸다.거대한 스포츠 가방을 어깨에 멘 강태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누워 꼬물거리는 여름이를 제 두꺼운 팔뚝 위로 안아 올렸다."오늘은 내가 체육관에 데려간다.""형! 미쳤어? 거긴 땀 냄새에 쇳덩이 천지인데 애를 어떻게 데려가!" 이수가 경악하며 소리쳤다."관장실에 눕혀놓고 문 닫아두면 돼. 그리고…," 강태가 헛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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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체온계 38.5도, 그리고 경찰서 유턴 사건

"형… 애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퇴근 후 셰어하우스 거실.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육아 전투를 치르고 온 강태가 울상이 된 얼굴로 여름이를 안고 있었다."뭐? 비켜봐."서류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태준이 달려와 여름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불덩이였다. 평소라면 방긋방긋 웃어야 할 아이가 힘없이 축 처져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야, 체온계! 누가 체온계 좀 가져와!""우리 집에 그런 게 어딨어! 강태 형 단백질 보충제 스푼은 있는데!" 이수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비켜봐요! 제가 아까 사 왔어요!"막내 유준이 방에서 쏜살같이 뛰어나와 브라운 체온계를 아이의 귀에 꽂았다.*삐빅-* **[38.5도]**"미친, 38.5도?! 뇌세포 다 타버리는 거 아냐?! 119 불러!"이수가 휴대폰을 들고 호들갑을 떨자, 태준이 소리쳤다."야, 진정해! 아기들은 원래 열이 잘 난대. 어제 맘카페 아주머니들이 뭐라 안 했어?""어… 그, 접종? 예방접종하고 나면 열이 오를 수도 있다고… 근데 우리가 애가 언제 무슨 접종을 했는지 어떻게 알아!"강태의 말에 네 남자는 얼어붙었다.이 아이의 혈액형은 뭔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지병은 없는지. 그들은 여름이에 대해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유준이 급한 대로 해열 패치를 가져와 아이의 이마에 붙이고, 네 남자는 밤새 교대로 아이의 몸을 미온수로 닦아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다음 날 아침.다행히 열은 37도 언저리로 뚝 떨어졌고, 여름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젖병을 물고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실 바닥에 좀비처럼 널브러진 네 남자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무거운 침묵을 깬 건 태준이었다."…이건 아동 유기이자 보호 책임자 유기죄야. 경찰에 신고하고 절차를 밟는 게 가장 완벽한 해답이야."어제와는 전혀 다른, 무겁고 건조한 목소리였다."형, 진짜 보내게? 어젯밤에 우리가 살렸잖아…." 이수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그래서 보내야 하는 거야."태준이 핏발 선 눈으로 이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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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친자 확률 0%의 기적(?)과 물망초

"왔다. 등기 우편."외출복 차림의 유준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하얀 서류 봉투를 흔들었다. 봉투 겉면에는 붉은색 도장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서 재중]**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순간, 거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러그 위에서 여름이와 놀아주며 딸랑이를 흔들던 이수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고, 팔굽혀펴기를 하던 강태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죽였다.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하려던 태준은 침을 꼴깍 삼키며 유준에게 다가갔다."이리 줘."태준이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아 들었다. 이혼 소송에서 승소 판결문을 열어볼 때도 이토록 긴장한 적은 없었다. 네 남자가 거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태준의 손끝만 바라보았다."자, 다들 마음의 준비 해라. 누가 아빠로 나오든, 원망하지 말고 같이 책임지는 거다."태준의 비장한 선언에 세 남자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찌익-*서류 봉투가 뜯어지는 소리가 거실에 크게 울렸다. 태준이 안에서 네 장의 결과지를 꺼냈다. 그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첫 번째 장부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첫 번째… 이태준."태준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이태준과 여름의 유전자 일치 확률… **0.00%.** 친생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후아-!!" 태준이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아싸! 난 아니야! 난 결백하다고!""형, 다음! 다음 빨리!" 이수가 재촉했다."두 번째, 서이수. 일치 확률 **0.00%.** 성립 안 함.""예스!! 내 예술혼은 아직 자유롭다!" 이수가 벌떡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세 번째, 최강태… 일치 확률 **0.00%.**""…다행이네." 강태는 안도하면서도, 러그에 누워있는 여름이를 힐끗 보며 묘하게 섭섭한 표정을 지었다."마지막, 나유준. 일치 확률 **0.00%.**"네 번째 결과까지 발표되자, 거실에는 다시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만세를 부르던 이수도, 안도하던 태준도 멍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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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우리가 이 미친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진짜 이유

"스톱. 다들 멈춰."주말 아침, 거실 한가운데 선 이태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각자의 일과를 준비하던 세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태준은 두통이 온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으며 집안 곳곳을 가리켰다."어제 우리가 여름이를 당분간 보호하기로 합의했지? 그럼 환경부터 바꿔야 해. 여긴 지금 집이 아니라 신생아용 지뢰밭이라고."태준의 지적은 정확했다.거실 구석에는 서이수가 용접하다 만 날카로운 철제 조형물이 흉기처럼 솟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최강태가 굴려둔 20kg짜리 쇳덩이 덤벨들이 발가락 골절을 유도하듯 널려 있었다. 심지어 막내 나유준이 늘어놓은 온갖 택배 박스들은 먼지의 온상이었다."당장 대청소 실시한다. 이수 너는 저 고철 덩어리들 마당 창고로 다 빼! 강태는 덤벨 네 방으로 치우고 바닥에 매트 깔아!""아, 형! 저거 내 예술혼의 결정체란 말이야!"이수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조형물을 낑낑대고 밀기 시작했다."하… 내가 진짜 미쳤지. 대체 왜 이 집에 들어와서 이 고생을 하는 건지."땀을 뻘뻘 흘리던 이수가 허리를 펴며 한탄했다."두 달 전만 해도 난 홍대 지하 작업실에서 고독을 씹는 아티스트였어. 월세 세 달치 밀렸다고 건물주가 짐을 다 길거리에 내쫓지만 않았어도! '마당 사용 가능, 파격 월세'라는 이 집 전단지에 혹하지만 않았어도!"이수의 말에 덤벨을 한 번에 네 개씩 번쩍번쩍 나르던 강태가 맞장구를 쳤다."나도 그래. 체육관 근처 보증금 싼 방 찾다가 여기까지 온 거잖아. 이 동네에서 이만한 크기 방을 보증금 500에 월 30에 주는 곳이 어딨어? 귀신 나오는 집인 줄 알았는데 귀신은커녕 애기가 나올 줄은 몰랐지."태준이 물티슈로 소파의 먼지를 닦아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너희는 돈 때문이지, 난 아니야. 난 '완벽한 정적'을 원했다고."태준의 눈빛이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서늘해졌다."내 전세 아파트 윗집에 피아노 전공하는 미친 음대생이 살았어. 새벽 2시마다 쇼팽을 치더군. 내가 층간소음으로 민사 소송까지 걸어서 승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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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완벽한 매뉴얼의 붕괴와 하얀 눈꽃 사태

"주목."월요일 아침 7시. 이태준이 화이트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섰다.보드에는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 마카가 어지럽게 교차된 **[여름이 특별 보호조치 4교대 로스터]**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흡사 대기업의 연간 프로젝트 브리핑을 방불케 하는 비주얼이었다."어제부로 우린 한배를 탔다. 육아는 곧 실전이고, 사고를 막기 위해선 완벽한 매뉴얼이 필수지. 내 지시대로만 움직이면 문제없을 거다."소파에 나란히 앉은 세 남자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드를 올려다보았다.아차, 정말 예리하신 지적입니다! 작가님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보통 유도 체육관은 초등부부터 직장인 반까지 오후 3시부터 밤 9시 사이가 가장 바쁜 피크 타임이죠. 강태가 그 시간에 육아를 전담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이런 디테일한 설정 오류를 잡아주시다니, 역시 함께 소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즐겁습니다! 강태의 체육관 운영 시간을 고려하여, **태준의 브리핑(교대 시간) 부분을 더 현실적이고 캐릭터에 맞게 수정**해 보겠습니다.### (수정된 7화 브리핑 장면)"1교대, 아침 6시부터 9시. 이건 출근 전인 내가 맡는다. 분유 온도 40도 엄수, 기저귀 상태 1시간 단위로 체크.2교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잉여 인력인 유준이 전담한다. 낮잠 시간 꼭 지키고.3교대, 오후 3시부터 저녁 8시. 낮에 집에서 작업하는 이수, 네가 봐라.마지막 4교대, 저녁 8시부터 밤 12시까지는 퇴근한 나와 체육관 마감하고 온 강태가 교대로 본다. 새벽에 깨면 그날 당번이 무조건 일어나는 걸로."태준이 안경을 쓱 치켜올리며 위풍당당하게 브리핑을 마쳤다.그러자 이수와 강태가 동시에 손을 번쩍 들었다."이의 있습니다! 오후 3시부터 8시? 그건 창가로 들어오는 빛이 가장 아름다운, 내 예술적 영감의 골든타임이라고! 그때 애를 보라니!" 이수가 펄쩍 뛰었다."기각한다. 넌 지난달에 캔버스에 점 하나 안 찍었잖아. 얌전히 애나 봐."이번엔 강태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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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바구니 밑의 비밀과 트랜스포머 유모차

오후 2시, 셰어하우스 거실.태준이 출근 전 남기고 간 화이트보드에는 붉은색 마카로 **[최우선 미션: 연희 소아과 방문 (기초 건강 검진 및 개월 수 파악)]**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체육관 박 여사님이 그러시더라. 애가 대충 7개월쯤 돼 보이는데, 이맘때 맞아야 할 접종이 한두 개가 아니래. 우리 며칠 전에 애 열났을 때 전전긍긍했잖아. 당장 병원 가서 의사한테 전체 싹 다 검사받으라고 하시더라고."​강태의 말에 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저귀 가방을 챙겼다."태준이 형도 법적으로 나중에 우리가 임시 보호자 주장하려면, 병원 진료 기록 남겨두는 게 유리하다고 했고. 근데 막상 가서 의사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어떡해? 우린 애 생일도 모르는데."​"모르면 항체 검사해서 처음부터 다시 맞추면 된대. 일단 가자."​그때였다. 창고에 처박아두었던 여름이의 첫 바구니(비 오던 날 아기가 담겨있던 그 바구니)를 버리려고 정리하던 유준이 갑자기 소리쳤다.​"어? 형들! 잠깐만요. 이 바구니 바닥 깔개 쪽에 뭔가 만져지는데요?"​"뭐?"​유준이 낡은 바구니 바닥의 천을 들추자, 교묘하게 숨겨진 작은 지퍼가 나타났다. 유준이 떨리는 손으로 지퍼를 열자, 그 안에서 비닐 지퍼백에 꼼꼼하게 싸인 작은 수첩 하나가 툭 떨어졌다.​[건강인 아기수첩]​"이, 이거…!"세 남자가 우르르 모여들어 수첩을 펼쳤다.​아기 이름: 여름 (성은 적혀있지 않았다)​생년월일: 2025년 8월 12일 (현재 정확히 생후 7개월)​혈액형: O형​접종 기록: BCG(결핵), B형 간염 1차 등 생후 4개월까지의 접종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도장은 전부 서로 다른 지역의 소아과였다.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키웠다는 증거였다.)​"대박… 친모가 이거까지 다 챙겨서 보낸 거였어." 이수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다행이다. 혈액형이랑 생일, 과거 접종 기록 다 있네. 오늘 가서 밀린 거 맞히면 되겠다."​강태가 안도하며 수첩을 챙겨 넣었다. 하지만 세 남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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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월드컵 결승전보다 짜릿한 180도의 기적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4월의 주말 오후.평화로운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거실 한가운데 깔린 뽀로로 퍼즐 매트 위. 그곳에는 엎드린 채 낑낑거리며 용을 쓰고 있는 생후 7개월 여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네 명의 성인 남자가 숨죽인 채 둥글게 포위하고 있었다.사건의 발단은 10분 전이었다.매트 위에서 모빌을 보며 놀던 여름이가 갑자기 한쪽 다리를 번쩍 들더니,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옆으로 틀기 시작한 것이다."어? 어어?! 형들! 이거 봐! 여름이 몸이 반으로 꺾였어!"가장 먼저 그것을 발견한 이수가 기겁하며 소리쳤다."무슨 엑소시스트야?! 똑바로 말해!"소파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태준이 안경을 집어 던지며 튀어왔다. 강태와 유준 역시 주방에서 뛰쳐나왔다."관장님! 애 뼈 부러지는 거 아냐?!" 이수가 덜덜 떨며 묻자, 강태가 커다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아, 아니야… 저건 전설로만 듣던… '뒤집기' 시도다! 애기들은 원래 저렇게 용을 쓰면서 스스로 몸을 뒤집는다고 했어!""뒤집기?!"태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육아 매뉴얼에서 글로만 보던 그 역사적인 발달 과정을 직접 목도하다니!"빨리 카메라! 이건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야 해! 누가 내 폰 좀 가져와!"태준이 다급하게 외치자, 방에서 튀어나온 유준의 손에는 방송국에서나 쓸 법한 거대한 대포 카메라(수천만 원 호가)가 들려 있었다."유준아, 넌 무슨 대포를…!""아, 당근마켓에서 3만 원 주고 렌탈했어요! 화질이 생명이잖아요! 제가 찍겠습니다!"유준이 능청스럽게 바닥에 엎드려 카메라 앵글을 잡았다."자, 다들 숨소리도 내지 마. 애 집중력 흩트리지 않게."태준의 지시에 거실에는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네 남자는 마치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를 지켜보는 관중처럼 두 손을 모으고 여름이를 응원했다.매트 위의 여름이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끙끙대고 있었다. 한쪽 팔이 몸 밑에 깔려 쉽게 넘어가지 않는 듯했다."으읏… 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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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핑크색 쿵 방지 쿠션과 VVIP의 비밀 영수증

"거기, TV 장식장 모서리! 1mm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붙여! 애 이마 찢어지면 네가 책임질 거야?!"주말 아침, 이태준의 불호령이 셰어하우스를 뒤흔들었다. 한 손에 줄자를 든 태준은 마치 건설 현장 소장처럼 거실을 누비며 위험 요소를 색출하고 있었다.여름이가 '뒤집기'라는 신기술을 장착한 지 불과 3일. 얌전히 바운서에 누워있던 천사는 사라지고, 눈만 떼면 매트 밖으로 굴러가 바닥을 핥거나 테이블 다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직진형 굴삭기'가 탄생했다.결국 태준은 '제2차 베이비 룸 개조 작전'을 선포했다."아니, 형! 왜 하필 다 핫핑크색이냐고! 내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완전히 파괴됐잖아!"이수가 핫핑크색 '모서리 쿵 방지 스펀지'를 식탁 모서리에 붙이며 절규했다."시끄러워. 다이소에 남은 재고가 핑크색밖에 없었다잖아. 색깔이 중요해? 애 안전이 중요하지!"태준이 쏘아붙이자, 이번엔 구석에서 자신의 소중한 20kg짜리 덤벨에 에어캡(뽁뽁이)을 칭칭 감고 있던 강태가 울상을 지었다."태준이 형… 덤벨에 뽁뽁이 감으니까 운동할 때마다 '뽀시락' 소리 나서 집중이 안 돼….""그럼 창고에 넣든가! 애가 그거 핥으면 파상풍 걸린다고!"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막내 유준이 거대한 택배 상자들을 들고 나타났다."형들! 제가 당근마켓에서 최고급 친환경 실리콘 매트 무료 나눔 받아왔어요! 그리고 이건 북유럽산 자작나무 베이비룸 펜스!""오, 역시 우리 총무! 생활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강태가 감탄하며 상자를 받아 들었다. 이수 역시 세련된 우드톤의 펜스를 보며 "이건 좀 예술적이네" 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 북유럽산 자작나무 펜스가 강남 최고급 백화점 VVIP 라운지에서만 주문할 수 있는 수백만 원짜리 수제 가구라는 사실을. 유준은 형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박스에 매직으로 대충 '당근 쿨거래 ㄳ'라고 적어두는 치밀함까지 보였다.띠링-화기애애하게 펜스를 조립하려던 찰나, 유준의 주머니에서 묵직한 진동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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