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최고급 프라이빗 오마카세 레스토랑."여기, 서명하시면 됩니다."법무사의 안내에 따라 윤의경이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옆에 앉은 이태준은 그 모습을 보며 여유롭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고급스러운 버버리(Burberry) 트렌치코트와 네이비 수트는 평소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그의 아우라를 돋보이게 했다."축하합니다, 윤의경 씨. 아니, 이제 윤여름 양의 법정대리인 건물주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아휴, 놀리지 마세요. 도장 찍으면서도 손이 다 떨렸단 말이에요." 의경이 얼굴을 붉히며 서류를 품에 안았다."여름이 명의로 된 거지만, 의경 씨가 원한다면 언제든 처분해서 마음대로 써도 됩니다. 당신과 아이가 평생 돈 때문에 고개 숙일 일 없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태준의 올곧고 깊은 눈빛에 의경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쿵, 내려앉았다. 대건 로펌이라는 지옥에서 자신들을 꺼내주고, 완벽한 울타리까지 쳐주는 이 남자. 그 묵직한 진심에 의경은 차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애써 고개를 돌렸다.예약된 VVIP 전용 룸으로 안내를 받은 두 사람. 방 안에는 최고급 편백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한구석에 놓인 빈티지 턴테이블에서는 비틀스(The Beatles)의 고풍스러운 명곡이 흘러나오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하지만, 태준이 자리에 앉아 의경의 외투를 받아주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찌기기기긱-!!!평화롭게 돌아가던 턴테이블의 바늘이 거칠게 튀며, 기괴한 소음과 함께 음악이 뚝 끊겼다."……."순간, 태준의 안경 너머로 서늘한 이성이 번뜩였다. 최고급 오마카세 레스토랑의 생명은 접객이다. 턴테이블이 고장 나 귀를 찢는 소음이 나는데도, 룸 안으로 들어와 사과를 하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태준이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경의 앞을 가로막았다. "의경 씨. 내 등 뒤에 붙어요. 당장.""네? 변호사님, 갑자기 왜…."의경이 당황하며 태
최신 업데이트 : 2026-05-2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