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동. 높은 담장과 울창한 소나무로 둘러싸인 해성그룹 본가(本家)의 거대한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검은색 럭셔리 밴이 본가의 자갈밭을 밟으며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창밖으로 도열한 수십 명의 고용인들과 경호원들을 본 윤의경은 숨이 막히는 듯 두 손을 꽉 쥐었다. 강태가 조용히 의경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심시켰다."걱정 마요.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의경 씨는 여름이만 꼭 안고 있어요."응접실의 문이 열리자, 압도적인 규모의 샹들리에 아래 호랑이 가죽이 깔린 거대한 소파가 보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대한민국 재계의 거물, 해성그룹 나 회장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들어와라." 나 회장의 묵직한 한마디에 거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유준이 마른침을 삼키며 앞장섰고, 그 뒤로 태준, 강태, 이수, 그리고 여름이를 안은 의경이 차례로 들어섰다. 나 회장의 시선은 곧바로 의경의 품에 안긴 작은 핏덩이에게 꽂혔다. 대건 로펌을 무너뜨리고, 해성그룹의 주가를 요동치게 만든 그 문제의 혼외자였다."네가 윤의경이냐." 나 회장의 목소리는 차갑고 건조했다. "대건의 백도훈이 쓰레기인 건 진작 알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우리 유준이를 방패막이로 쓰다니. 담력이 큰 건지, 아님 멍청한 건지.""할아버지! 의경 씨는 절 방패막이로 쓴 게 아니라…!" 유준이 발끈하며 나서려 하자, 나 회장이 지팡이로 대리석 바닥을 쾅 내리쳤다."넌 입 다물어! 그룹 후계자라는 놈이 밖에서 이런 스캔들이나 달고 오고!"나 회장이 품에서 만년필을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수표책에 거침없이 숫자를 적어 내려갔다. 사각, 사각. 정적 속에 펜촉이 긁히는 소리만이 서늘하게 울렸다."100억이다." 나 회장이 수표를 테이블 앞으로 밀었다. 전형적이고도 폭력적인 재벌가의 방식이었다."이 돈 받고 오늘 밤 당장 한국을 떠나라. 미국이든 유럽이든, 평생 부족함 없이 살게 해주마. 대신, 이 아이와 너의 존재는 영원히 세상에서 지우는 거다. 대건 로펌
최신 업데이트 : 2026-05-01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