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시민위원회와의 면담은 대화라기보다 진흙탕 속을 걷는 일에 가까웠다. 회의실을 나서는 준우의 어깨가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형, 슬슬 갈까.”낮게 가라앉은 준우의 목소리에 재범이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를 따르는 혜진과 채은, 현수의 얼굴에도 짙은 그늘이 져 있었다. 다섯 사람의 발걸음은 늪을 걷듯 무거웠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그들의 피로와는 무관하게, 프로토콜 구역의 오후는 지독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교복을 입고 재잘거리며 지나가는 학생들,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든 노인, 그 옆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세단들까지. 그러나 그 평온한 일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수백 미터 높이로 솟구친 직육면체의 유리 타워들이었다. 햇빛을 받아 서늘하게 반짝이는 외벽들은 거대한 거울처럼 도시를 비추며 묘한 압박감을 안겼다. 철저하게 통제되고 계산된 계획도시의 정수. 그 인공적인 풍경이 오히려 이질감을 더했다.“오늘은 일찍 가서 좀 자야겠어.”준우가 마른세수를 하며 중얼거리자, 옆에서 걷던 혜진이 동조하듯 한숨을 섞어 말했다.“그러는 게 좋겠어. 다들 한계야.”“난 카페라도 들러서 단것 좀 먹어야지, 안 되겠다.”채은이 관자놀이를 누르며 주머니를 뒤적였다. 묵묵히 바닥만 보며 걷던 현수가 준우의 옆으로 바짝 다가선 것은 그때였다.“그런데 준우야, 아까는 왜 그렇게까지 나서지 말라고 한 거야?”준우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현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저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확인하고 싶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여기서 더 행동하면 성심 쪽에서 무슨 짓을 더 꾸밀지 알 수 없으니까. 솔직히 불안해.”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준우에게 쏠렸다. 혜진이 다가와 준우의 어깨를 지시하듯 꾹 눌렀다.“너무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마. 전에도 말했잖아, 책임은 같이 지는 거라고.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가 앞장설 테니까 넌 뒤만 봐.”준우는 혜진의 눈을 마주했다. 기묘한 십자 형태의 눈동자는 마치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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