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설영단이 좋아보입니다.”설아는 다시 한번 옷감을 차르르 내려뜨려 보였다. 흰빛이 은은하게 물결치듯 흘러내렸다.“그럼, 그걸로 하지.”연백리는 간단히 대답하더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가버렸다.청아는 멍하니 서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설아를 안타깝게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왕야께서는 너무 제멋대로신 것 같아요.”속마음이란 건 저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와버릴 때가 있다.“그런 소리 말아라. 누가 듣기라도 한다면, 경을 치고 말 것이야.”설아는 혹여나 또다시 그런 말을 할까 두려워 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이놈의 주둥이가 말썽이네요.”청아는 자신의 입을 후려치며 경솔함을 뉘우쳤다. “고귀한 황자로 태어난 위엄있는 경무왕 전하신데, 마음대로 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으시겠니. 아마, 운염방이라는 곳에서도 평소 왕야의 취향을 모두 살펴보았을 것이고, 송부인이 계시니, 당연히 왕야께서 사사로이 의견을 더하지 않으셔도 됐을 것이다.”“그럼, 아가씨께서 오늘 물어보신 건……”“난 왕야께 알고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다못해 좋아하시는 차 종류 하나 아는 게 없지 않니.”“그건, 제가 알려드리죠.”어느새 송부인이 미소지으며 다가왔다.“왕야께서는 이곳에 처음 오셨을 때 같이 마셨던 설아차를 가장 좋아하신답니다.”“오셨어요, 송부인?”설아는 반갑게 그녀를 맞이했다. “공교롭게도 소낭자와 이름이 같으니 말예요.”송부인이 은근슬쩍 눈웃음을 치며 장난스럽게 설아의 손등을 두드렸다.“송부인, 그런 농담 마세요. 제가 부담스럽습니다.”설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사이에 부담스러울 게 뭐가 있어요?”송부인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탁자 위에 널려 있는 옷감들을 살펴보았다.“운염방에 있는 모든 흰색 옷감들을 가져오라 시켰답니다. 마음에 드는 감을 찾으셨나요?”“예, 여기 설영단이 제일 좋아보여요.”송부인은 설아가 지목한 옷감을 손끝으로 가만히 만져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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