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광목이에요."설아는 종이 위에 또박또박 광목 두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이곳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화려하고 나풀거리는 비단이 아니에요. 당장 거친 수레를 끌고, 땀에 절어도 팍팍 빨아 입을 수 있고, 함부로 굴려도 질긴 옷감이잖아요. 값도 헐하고 질긴 광목이야말로 이곳에서 가장 많이 소모되고, 가장 잘 팔릴 물건이지요.”곡식을 담을 자루도, 장정들이 매일 갈아입을 옷도 죄다 광목이었다. 무엇을 팔아야 할지, 이미 답은 나와있는 셈이었다.차분하면서도 막힘없는 설아의 분석에 연백리의 눈에 깊은 감탄이 스쳤다. 그저 재주만 많은 아가씨인 줄 알았더니,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꿰뚫고 있었다.연백리는 턱을 괸 채 가만히 듣고 있는 듯싶더니, 몇 마디 조언을 보탰다."흠…… 네 말도 맞지만, 광목을 직접 짜내려면 그걸 만들 공방도 함께 들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 올라가는 뼈대만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그의 말이 맞았다. 매장 뒤편의 창고 터만으로는 베틀을 넉넉하게 들여놓을 자리가 나오지 않았다.설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백리를 바라보았다. 설마, 터를 더 넓혀주시겠다는 뜻인가? "음…… 혹시, 그렇게 지어주실 수 있을까요?"연백리는 설아의 커다란 눈망울에 가득 담긴 간절한 눈빛에 그만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뭐,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겠지. 그거 좀 늘리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정말요? 정말 감사합니다!”방금 전까지 기척도 없이 나타났다며 원망하던 것은 어디 가고, 설아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하게 웃어 보였다.연백리는 고작 그만한 일에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아하는 설아를 바라보며, 어쩐지 제 가슴 한구석이 흐뭇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대신, 투자금 회수는 철저하게 할 거야. 애초에 예복 수선 값으로 약속한 건, 포목점 하나니까 말이야.”하늘을 날 것만 같았던 달콤한 제안 뒤에 훅 들어온 연백리의 현실적인 잇속 계산에 설아의 작은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말았다.“아……”“왜, 서운한가?”설아의 멍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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