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벌을 받았는지, 업보를 쌓았는지, 알게 뭐람.”연백리는 막무가내로 모른 척 눈을 감는 대장공주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고모님, 누가 들을까 무섭습니다. 저야 이미 찍힐 대로 찍혔다지만, 고모님은 자신이 있으십니까?”“감히, 안평 대장공주인 나를 그 누가 건드릴 수 있다고!”“예예, 그러시겠지요.”연백리는 누가 들을세라 주위를 둘러본 뒤, 대장공주의 팔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흥은 다 파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아니, 왜? 다른 어른들은 만나보지 않는 게냐? 네 혼사 문제로 여러 사람들에게 사람을 보내 말을 넣어놓았단다. 널 기다리고 있을 게야.”“괜한 일 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모두 허사가 될 테니까요.”“아니, 아니, 백아! 내 말을 좀 들어보렴!”연백리는 발을 동동거리는 대장공주를 부축하여 공주부 마차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백아, 백아! 그럼, 공주부로 오너라! 알겠지? 약속한 게야!”연백리는 보기 드물게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마차에 오른 대장공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돌아서는 그 순간, 얼음과도 같은 차갑고 냉혹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안색이 바뀌어버렸다. 그 누구도 감히 속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차가운 얼음 같은 표정으로.***다그닥, 다그닥.수십 겹으로 정교하게 짜 맞춘 두터운 처마 아래 금빛 단청이 촘촘히 아로새겨진 경무왕부의 화려한 대문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검은 흑단으로 만들어진 경무왕부의 고풍스러운 마차가 그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육중한 마차 문이 열리자, 안에서 흰색 제례복을 입은 연백리가 가볍게 뛰어내렸다.“내집사 마님, 왕야께서 돌아오셨습니다.”“그래? 아니, 벌써 돌아오시다니……”하인들에게 연백리의 귀부 소식을 전해 들은 송부인은 깜짝 놀라 서둘러 마중을 나갔다. ‘하지제가 한창인 시간에 왕야께서 벌써 돌아오시다니.’왕부 저택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연백리를 발견한 송부인은 얼른 고개를 숙이며 말했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