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만독여향: 비단 위에 핀 꽃: Bab 131 - Bab 138

138 Bab

131화

연백리의 설명을 들은 목용현은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은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성대한 환영 연회가 무르익어 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시간은 더디게 흘렀다.입안은 바싹 말라붙고, 오래 웅크리고 있던 다리는 저려 왔다. 등에 식은땀이 배어 들자 목용현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바로 그때였다.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건만, 연백리의 눈빛이 번뜩였다.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목용현을 돌아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지금이다. 바짝 붙어 따라와라.”연백리의 신호가 떨어지자 목용현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붙었다.두 사람은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며 그늘진 화랑과 나무 사이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이었으나, 연회가 무르익어 어수선한 대장공주부의 그 누구도 어둠을 타고 스며드는 두 사람의 은밀한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화려한 별채의 특실 앞에 이르렀다.사방이 숨 막힐 듯 고요한 가운데, 목용현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조심스레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안에는 화려한 침의를 차려입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아란의 모습이 보였다.애처롭도록 고운 그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목용현의 가슴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그때 연백리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쉿.그는 다시 한번 주위를 빈틈없이 살핀 뒤 목용현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신호가 떨어지기 무섭게 목용현은 창문을 조심스럽게 밀어 열고 소리 없이 방 안으로 내려섰다.비단 금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아란이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목용현이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입을 막았다.“란란, 나야. 가만히 있어.”순간 아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믿을 수 없다는 듯 검은 복면을 쓴 목용현을 바라보던 그녀 앞에서, 그는 천천히 복면을 끌어내렸다.“그래, 나야.”목용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널 데리러 왔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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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어이. 빨리 나오라고.”연백리의 낮은 목소리에 목용현과 아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곁문을 열었다.곁문 밖에는 한쪽 눈썹을 찡그린 채 팔짱을 낀 연백리가 못마땅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회포는 돌아가서 풀라고. 지금 여기서 그러지 말고. 붙잡히면 다 끝장나는 수가 있어.”연백리는 밖으로 나오라는 듯 턱짓을 했다.그러자 아란이 걸음을 멈춘 채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도망쳤다간 큰일 나고 말 거예요!”“이미 큰일은 났어.”연백리가 냉정한 목소리로 받아쳤다.“황제가 빈손으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어서 빨리 몸을 숨겨야 해.”그는 품속에서 얇은 검은 망토를 꺼내 목용현에게 건네주었다.목용현은 곧바로 망토를 펼쳐 아란의 어깨를 감싸며 화려한 옷차림을 가려 주었다.“가자.”연백리의 신호와 함께 세 사람은 재빨리 별채를 빠져나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화양 대장공주부에 날카로운 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이튿날 아침.아직 아침 햇살이 황궁의 붉은 담장과 황금빛 기와 위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을 무렵, 경무왕 연백리의 마차가 천천히 황궁 정문을 향해 들어섰다.그의 손에는 화친혼의 증표이자 대막국에서 보내온 화려한 예물함 하나가 들려 있었다.“경무왕 전하께서 드십니다!”태감의 우렁찬 목소리가 승명전 안에 울려 퍼지자, 연백리는 천천히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그는 예물함을 정중히 들어 올리며 연각을 향해 입을 열었다.“폐하, 소신이 이 화친혼에 대해 며칠 밤낮으로 깊이 고심하였으나, 도저히 이 국혼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이리 다시 찾아왔습니다.”연각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으나, 연백리는 시침을 뚝 뗀 채 태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본래 이 화친혼의 목적은 대막국이 호시와 각창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습니까. 하나, 이는 대막국만 이득을 보는 일이 아닙니다. 대막이 지닌 풍부한 말과 소금, 그리고 각종 광물 자원은 우리 대연 또한 오래전부터 바라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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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연각은 말없이 찻잔을 내려놓은 뒤, 지극히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토록 뜻을 굽히지 않으니, 짐도 사실대로 말해보겠소.”그는 사신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실은 아란공주가 경무왕과의 화친혼을 거부하고 야반도주를 했소.”그 말이 떨어지자 사신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이대로 아란공주가 달아났음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대막국으로 돌아가게 된다.사신은 짐짓 격분한 얼굴로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야반도주라니요! 저희 공주마마께서 그럴 리가 없습니다! 대연제국처럼 철통같은 경비를 자랑하는 황궁에서 공주마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니, 혹 누군가에게 납치라도 당하신 것이 아닙니까?”하지만 연각 역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납치라니, 당치도 않소.”그는 코웃음을 치며 찻잔을 들어 올렸다.“귀관의 말대로 우리 대연의 황궁은 그리 허술한 곳이 아니오.”잠시 말을 멈춘 연각은 민망하다는 듯 옅은 웃음을 지었다.“사실대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공주와 짐은 그날 밤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되어 있었소.”사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지... 지금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아란공주는 감히 대연의 황제를 유혹하려 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뒤늦게 두려움이 생겨 달아난 것이오.”연각의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더구나 그 일은 이미 화양 대장공주부로 거처를 옮긴 뒤 벌어진 일이니, 황실에는 그 어떤 책임도 없소.”“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공주마마는 국빈의 신분입니다. 어찌 대장공주부로 거처를 옮기셨단 말입니까?”“황제의 금원을 허락 없이 거닌 죄를 물어 황후가 그리 조치했소.”연각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고모님의 가르침을 받는다면 대연 황실에도 더욱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오.”“믿을 수 없습니다! 이 일은 아란공주마마를 직접 만나 뵙기 전에는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연각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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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화

연백리는 이른 아침부터 송부인과 설집사를 들들 볶으며 운수현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게 했다.사사건건 따라다니며 재촉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통에, 송부인은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벗어날 묘안을 떠올렸다.“저희가 준비를 마치고 뒤따라갈 터이니, 왕야께서 먼저 출발하시는 것이 어떠시겠습니까?”“내가 먼저?”“사실은 소낭자를 누구보다 빨리 만나고 싶으신 것 아닙니까. 저희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셨다가는 시간이 너무 늦어질 수도 있으니, 먼저 말을 타고 출발하시는 편이 좋겠습니다.”송부인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연백리를 설득했다.“그러는 게 좋겠군!”금세 얼굴이 환해진 연백리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송부인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저렇게까지 좋으실까요?"송부인이 설집사를 돌아보며 말하자, 그는 묘한 표정을 지은 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너무 좋아하지만은 않으시는 게 좋을 텐데 말입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으신가요?”“글쎄요. 저야 알 수 없지요.”“그렇게 알쏭달쏭하게 만 말씀하지 마시고요. 뭔가 짚이는 게 있으시니 그러시는 것 아닌가요?”설집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말했다.“호사다마라 하지 않습니까. 왠지 이번 일도 순순히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호위를 조금 더 강화해서 출발하는 편이 좋겠습니다.”“암습이라도 있을 거란 말씀이신가요?”“차라리 암습이면 낫지요.”설집사가 씁쓸하게 웃었다.“그 정도에 당하실 왕야가 아니시니까요.”송부인은 답답하다는 듯 설집사를 바라보았다.“그럼 대체 뭐가 걱정이신데요?”“지금 우리가 향하는 곳이 만가직방 아닙니까.”설집사의 시선이 잠시 먼 곳을 향했다.“별 탈 없이 돌아와야 할 텐데 말입니다.”송부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을 흘겼다.“그런 재수 없는 소리 하실 시간에 가서 마차나 한 번 더 점검하고 오세요.”“마차도 호위도 진평이 다 알아서 할 텐데, 뭐가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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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화

연백리는 은근슬쩍 설아의 마음을 떠보려는 듯 물었다. “아뇨.”단호한 설아의 대답에 연백리의 얼굴에는 금세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하지만, 기다렸어요.”설아는 눈물이 떨어지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내일 아침 태양이 떠오르듯, 매일 한 조각의 기대를 품고 잠이 들었죠.”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연백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어요.”그 미소를 보는 순간, 연백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설아를 와락 품에 안았다.“고생했어.”그가 설아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이제 내 마음을 알았지? 그리고 하늘도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도.”“네.”설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이게 꿈인 것 같지만요.”연백리는 그녀를 품에서 조금 떼어 내더니 얼굴을 내려다보았다.“왜 꿈이라고 해. 이건 꿈이 아니야.”장난기 어린 미소가 그의 입가에 번졌다.“내가 꼬집어 줄까?”설아가 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뇨. 괜찮아요.”그녀가 다시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너무 행복해서… 깨고 싶지 않거든요.”연백리는 햇빛 냄새 가득한 그녀의 머리칼에 얼굴을 묻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여기까지 오는 길은 고되었지만, 마침내 손에 쥔 열매는 이토록 포근하고 달콤했다.이제 설아도 더는 자신을 밀어내거나 애써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드니 안심이 되면서, 이제는 미래를 계획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조심스럽게 솟아올랐다. 연백리는 한참 동안 설아를 품에 안은 채 해후의 정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던 또 한 사람, 연각.꽤 떨어진 곳이었는데도, 마치 모든 햇빛이 그곳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밝고 또렷하게 두 눈에 아로새겨졌다. “서충.”“예, 폐하.”“궁수를 준비해라.”“예?”“기름을 잔뜩 먹인 유황 화살에 불을 붙여, 이 넓은 목화밭을 모조리 불태우도록 하라.”“...!”그 어떤 일에도 태연함을 잃지 않던 노내관 서공공조차 연각의 명령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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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화

비명과 통곡, 지독한 유황 내와 대지를 태우는 매연이 직소원 목화밭의 아침을 집어삼키고 있었다.그러나, 경무왕부의 수많은 인력이 합세하면서, 마침내 통제 불능이던 화마의 기세가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불을 끄려 노력하던 사람들의 집념에 목화밭을 집어삼키려 날뛰던 시뻘건 화염들도 서서히 힘을 잃고 지독한 잿빛 연기와 함께 사그라들었다. 지독한 아수라장이 지나간 직소원 목화밭에 남은 것이라곤 온통 잿빛 연기와 시커먼 잔해뿐이었다. 푸르던 목화 잎들은 화마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까맣게 오그라들어 재가 되었고, 사방으로 뻗어 있던 튼튼한 가지들은 숯덩이처럼 변해 앙상하게 뼈대만 남긴 채 밭고랑 위로 꺾여 버렸다.이르게 터져 나왔던 하얀 목화송이들 역시 미처 활짝 피어나지도 못한 채 검붉은 진액을 흘리며 새까맣게 뭉개져 있었다.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타다 남은 흰 목화솜이 재와 뒤섞여 까만 눈송이처럼 허공을 쓸쓸히 떠돌았다.불을 끄기 위해 쏟아부은 물은 흙먼지와 잿가루를 뒤섞어 밭고랑마다 검은 진흙탕을 이루고 있었다.모든 것을 집어삼킨 화마가 남긴, 잔인하고도 쓸쓸한 흔적이었다.“다… 끝났어.”뒤늦게 달려온 만수수가 새까맣게 타 버린 목화밭 앞에 주저앉아 힘없이 중얼거렸다.“만소저……”설아는 다가가 만수수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힘없이 주저앉은 그 뒷모습은 차마 손을 내밀 수조차 없을 만큼 깊은 절망에 잠겨 있었다.“그렇게 절망할 것만은 아니오.”연백리가 무너진 만수수를 바라보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우리가 일찍 발견한 덕분에 진화 작업도 늦지 않았소. 절반 정도는 살릴 수 있을 것 같소.”하지만 연백리의 위로도 절망에 빠진 만수수를 일으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나무를 살린 것은 다행이지만… 불에 타버린 목화솜을 사용할 순 없어요. 모두 그을음과 연기를 머금고 있으니… 올해는……흐흑!”만수수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수수아가씨! 큰일입니다! 방주님이!”“네? 뭐라고요? 아버지가요!”주저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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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내부에 간자가 있는지 돌아가면 철저히 단속하겠습니다.”진평이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물론 진평의 잘못도 아니었고, 내부의 간자가 연각에게 정보를 흘린 것도 아니었다.하지만 이토록 공교로운 상황 앞에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설아와 목화밭에 있는 것을 알고 불을 지른 게야. 다 함께 죽어 버리라는 심산이었겠지.”연백리는 연각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건 너무 어리석은 결정입니다. 농장에는 사람이 많았고, 저희도 예상보다 빨리 합류해 불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그게 바로 연각이라는 놈의 한계야.”연백리가 냉소를 흘렸다.“세상에서 제일 잘난 척은 다 하지만, 결국 화가 나면 눈이 뒤집혀 앞뒤 분간을 못하지.”“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진평은 비단에 싸인 화살촉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당장 이것을 들고 황궁으로 쳐들어가……!”“안 될 말씀입니다.”누군가 연백리의 말을 단호하게 가로막았다.“설집사님!”진평이 반색하며 돌아보았다.어느새 다가온 설연목이 침착한 얼굴로 서 있었다.“안 되긴 뭐가 안 돼? 이렇게 유황과 송진이 묻은 금군의 화살촉이 한 개도 아니고, 십여 개나 버젓이 널려있는데.”“그래도 안 됩니다.”“안 되는 이유가 대체 뭔데?”연백리가 언성을 높였지만 설연목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어찌 되었든 지금 왕야께서는 황제와 정면으로 맞서서는 안 됩니다.”“죽을 뻔했는데 그냥 넘어가란 말이야?”연백리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그러나 설연목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아무도 죽지 않았습니다. 왕야께서도, 소낭자도 모두 무사하지요. 지금은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그놈이 또 무슨 짓을 벌일 줄 알고!”“더는 별다른 일이 없을 것입니다.”설연목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이제 왕부로 돌아가시면 될 테니까요. 거기까지 불을 지를 순 없겠지요.”“... 하.”연백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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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화

누구의 집으로 돌아간들, 어떻게 황제를 맞서 상대할 수 있단 말인가.설아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집에 돌아가서 송부인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푹 쉬면 기운이 날 거야. 그러면 설집사가 분명 좋은 방법을 찾아 우리에게 알려주겠지.”연백리는 설아를 달래려는 듯 짐짓 밝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안 그러면 너를 데려가려고 성지까지 받아낸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아, 맞다. 성지.설아는 잠시 잊고 있었던 금빛 성지의 내용을 떠올렸다. “내가 어떻게 해서 대막국 공주와의 국혼을 물릴 수 있었는지 듣고 싶지 않은 거야?”“아뇨…… 듣고 싶어요. 집에 갈게요.”설아는 그제야 마음을 다잡은 듯 눈가의 눈물을 닦아내고, 연백리를 향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연백리도 따라 미소를 지었다.“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어. 연각 그놈이 아무리 악다구니를 부려도 우리를 이길 순 없다고.”연백리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그 모습이 어쩐지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귀여워 보여, 설아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연백리는 그런 설아를 다시 한번 품에 안고 왕부의 마차가 기다리는 곳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참혹하고 고단했던 기나긴 아침의 마침표를 찍었다. *** 그리 오래 떠나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다시 돌아온 왕부는 따듯하고 포근했다. 설아를 맞아주는 익숙한 왕부 사람들의 얼굴.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모두가 반갑고도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여러분……”감격한 설아를 안내한 곳은 그녀가 머물던 별채 옆의 아담한 전각이었다.그녀가 지내던 소담한 모습 그대로, 단 하나의 물건도 달라진 것 없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여기서 좀 쉬고 있어. 목화밭 일은 천천히 생각해 보자. 급하다고 해서 서둘러 해결될 일도 아니야. 당분간 장락사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하나씩 순서대로 해결해야 해.”관록이 묻어나는 경무왕답게 연백리의 말은 침착하면서도 사리에 맞았다.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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