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설명했어. 조민애는 암에 걸려서 이제 1년밖에 안 남았어. 가족한테 아이를 남겨주고 싶은 게 걔 가장 큰 소원이야. 그때 민애가 내 목숨을 구해줬는데, 이제 내가 그 소원을 들어줘야 해!”이런 말을 나는 이 한 달 동안 수도 없이 들었다. 주경안이 처음 그 요구를 꺼냈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거의 매일같이 같은 말을 꺼냈다.주경안의 태도는 처음에 조심스럽게 동의를 구하던 것에서 이제는 당당하게 나와 싸우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치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천하의 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목숨을 구해준 은혜가 아무리 크다 해도 아이를 낳는 것으로 그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러나 한 달에 걸친 다툼은 나를 심신이 지치게 만들었다. 이미 주경안을 설득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5년을 함께 사랑해온 이 남자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주경안, 다음 달이면 우리 결혼식인데 지금 다른 여자랑 아이를 낳겠다는 거야? 그럼 나는? 나를 뭐로 보는 거야?”주경안은 내가 이렇게 기운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게 처음인지 잠시 멈칫했다. 마치 온몸이 먹구름에 휩싸인 것 같은 내 모습에 그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들었다.“세연아, 받아들이기 힘든 거 알아. 근데 지금 조민애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 걔가 아쉬움을 안고 떠나는 걸 그냥 볼 수가 없어.”“게다가 인공수정이잖아,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는 거야.”“나를 사랑한다면 이해해 줄 수 있지?”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이 끝없이 가라앉았다. 이미 알고 있었다. 주경안은 진작에 어떻게든 조민애와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을 굳힌 것이다. 내 의견 따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주경안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찰나, 핸드폰 벨 소리가 그의 말을 끊었다. 그는 화면을 슬쩍 확인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띠었다.주경안과 나는 소위 죽마고우라고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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